사진=한경DB
사진=한경DB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른 전기차 세액공제 대상에서 국내차가 모두 제외되면서, 현대차와 기아의 주가가 17일 급락했다. 아이오닉 5와 EV6 등 주력 전기차를 미국에 수출하고 있는 현대차그룹 입장에선 적지않은 리스크가 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이날 현대차의 주가는 3.8% 하락했다. 약 한달반만에 최고 하락폭이다. 기아 역시 4.02% 떨어졌다. 현대차와 기아는 최근 국내 주식시장에서 가장 좋은 주가흐름을 보였던 대형주 종목이었지만, 향후 주가 전망에 불확실성이 생겼다는 분석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16일(미국 현지시간) 서명한 '인플레 감축법'에는 전기차 구매시 세액공제를 해주는 내용이 포함됐다. 다만 세액공제 대상을 미국 내에서 생산된 차로 한정했다. 또 전기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광물의 40% 이상이 미국이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생산된 경우만 세액공제를 주기로했다. 리튬, 니켈, 코발트 등이 대상이다. 2029년에는 이 비율이 100%까지 올라간다.

전기차 강자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을 정면으로 겨냥한 규정이지만, 한국 완성차 업체도 직접적인 타격을 받게 됐다는 분석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현재 전기차를 모두 한국에서 생산한뒤 미국에 수출하고 있다. 미국에 공장을 신규 설립해 생산하지 않는한 가격 경쟁력 하락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대차는 앞서 미국 조지아주에 공장 설립 추진하겠다고 밝힌바 있지만, 빨라도 2025년이 돼서야 완공될 예정이다. 그 전까지는 전기차 보조금 없이 해외 전기차들과 경쟁해야 하는 셈이다.

중국에 대한 전기차 배터리 소재·부품 의존도를 낮춰야하는 것도 큰 부담이다. 공급망을 재편해야 하는데다, 비용 측면에서도 리스크가 될 수 있다. 다만 핵심 광물에 대한 중국 의존 문제는 GM·폭스바겐 등 글로벌 전기차 업체들도 비슷한 입장이라 현대차·기아의 상대적 손실은 덜 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전기차가 현재 전체 매출이나 영업이익에서 큰 비중을 담당하고 있지는 않은만큼, 당장의 실적 타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전기차 판매 감소에 따른 미국내 점유율 하락은 향후 타격이 될 수 있어, 현대차그룹이 어떤 대응을 내놓느냐가 중요해진 시점"이라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