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동 소재 BNK자산운용. 사진=신민경 기자
서울 여의도동 소재 BNK자산운용. 사진=신민경 기자
전 세계적인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열풍이 식을 줄 모르면서 상장사들이 주주활동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자사주를 활발하게 매입한 기업들에 집중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가 출격 준비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자사주 매입(소각)은 통상 주식시장에서 호재로 받아들여진다. 기업이 나서서 자사주를 매입하면 시장에 유통되는 주식수가 줄면서 주식의 가치가 오르기 때문이다. 동시에 자사주 매입 발표를 한 대부분 기업들은 보유현금이 넉넉해 재무구조가 건실하다는 점을 투자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다. 배당락을 동반하는 배당과 달리 주가 상승을 유발하는 경우가 많아서, 투자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은 재료 중 하나다.

17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BNK자산운용은 이달 초 한국거래소에 '주주가치 액티브'(가칭) ETF의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했다. 이르면 다음 달 말, 늦어도 10월 중에는 우리 증시에 신규 상장될 전망이다. BNK자산운용이 ETF 사업에 뛰어들고 처음 내놓는 상품이다.

ETF 브랜드로는 'BNK'를 낙점했다. BNK금융그룹이 지역 기반의 금융사인 만큼 서브 브랜드를 새로 키우는 것보다는 'BNK'라는 단어 자체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 급선무라고 판단한 것이다. KB자산운용(KBSTAR)과 NH아문디자산운용(HANARO), 신한자산운용(SOL), 타임폴리오자산운용(TIMEFOLIO) 등과 비슷한 경우다.

BNK 주주가치 액티브 ETF는 '배당주'와 '자사주 매입 관련주'에 집중한다. 배당주를 활용해 방어적인 포트폴리오를 꾸리되 여기에 자사주 매입 관련주를 넣어 차별화된 성과를 추구한다는 전략이다. 전략 극대화를 위해 배당주는 대형주 중심으로, 자사주 매입 관련주는 중형주 중심으로 구성했다. 자사주 취득에 따른 효과는 대형주보다는 상대적으로 가격 변동성이 큰 중형주에서 더 크게 나타난다.

BNK자산운용 관계자는 "직접 자본을 돌려주는 방식인 배당 뿐 아니라 간접적인 방법으로 자본을 주주에게 환원하는 자사주 매입(바이백)도 함께 고려하는 게 주주가치를 규정하는 보다 명확한 방법이라고 판단했다"며 "성숙기에 접어든 산업에선 재투자를 통한 추가 성장보다는 배당을 택하는 경우가 많은데, 저평가 신호를 띠는 자사주 매입 전략을 활용해 배당 투자의 약점을 보완하고 기업들의 성장성도 함께 고려할 수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벤치마크 지수는 에프앤가이드와 공동 개발한 'Fnguide 주주가치 지수'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대·중형주 중 '주주가치'(배당수익률과 바이백비율의 합) 상위 종목과 '자사주 취득율' 상위 종목을 골라내 구성종목을 선정한다. 자사주 취득율 상위 종목이란 최근 3개월간 자사주 매입을 공시한 기업 중 취득 신고수량 대비 체결수량 상위 종목들을 추려낸 것이다. 아울러 종목별로는 5%, 금융업종에 대해선 30%의 캡(시총 비중 상한 제한)을 적용해 특정 종목이나 섹터에 대한 쏠림을 방지했다.

올 4월 18일 기준 지수 구성종목은 KT&G(5%), 셀트리온헬스케어(5%), SK텔레콤(5%), 신한지주(5%), 한국전력(5%), 한화솔루션(4.4%), 이마트(3.4%), 미래에셋증권(3.3%), SK아이테크놀로지(3.3%), HD현대(3.3%), 두산밥캣(3%) 등이다.

한편 이 지수의 수익률은 소속 시장인 코스피를 큰 폭 웃돌고 있다. 기간 수익률(2017년 4월 17일~2022년 7월 4일)을 조회한 결과 코스피가 지난 1년간 28.17% 떨어질 때 지수는 11.2% 하락했다. 기간을 넓혀 최근 3년을 살펴보면 코스피가 13.62% 오를 때 주주가치 지수는 36.58% 뛰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