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공개(IPO) 시장이 급속도로 위축되면서 공모주펀드에서 자금이 썰물처럼 빠지고 있다. 올 들어 유출된 자금만 2조원을 넘어섰다. 지난 한 해 동안 10~20%를 웃도는 수익률을 기록한 코스닥벤처펀드는 -20%대의 부진한 성과를 내고 있다.
올해 설정액 2조원 감소
공모주펀드 '찬바람'…2조 넘게 빠져나갔다
1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146개 공모주펀드에서 올 들어 2조1538억원의 자금이 유출됐다. 에프앤가이드가 분류한 47개 전체 펀드 테마 가운데 가장 많은 돈이 빠져나갔다. 두 번째로 많은 자금이 쪼그라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채권펀드의 유출액(3102억원)보다 7배가량 많다.

지난해 IPO 열풍에 힘입어 활황을 보인 것과는 딴판이다. 작년 한 해 동안 공모주펀드 설정액은 3조4414억원 증가했다. 작년 말 6조5484억원에 달한 공모주펀드 설정액은 최근 4조8554억원으로 확 빠졌다.

올해 IPO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으면서 공모주펀드 투자 심리가 악화한 영향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12일까지 신규 상장한 기업은 유가증권시장 2곳과 코스닥시장 39곳 등 모두 41곳(스팩·리츠 제외)에 그쳤다. 작년 한 해 동안 101곳(유가증권시장 21곳, 코스닥시장 80곳)이 신규 상장한 것과 비교하면 40.6% 수준에 불과하다. 올해 상장한 41개 기업 가운데 공모가를 밑도는 기업은 17곳(41.5%)에 달한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올 들어 증시가 지속적으로 약세를 보이면서 공모주 투자 성과가 부진해졌다”며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았던 일부 대어급 공모주가 상장을 철회하면서 투자 열기가 크게 식었다”고 말했다.
코스닥벤처펀드 특히 부진
올해 공모주펀드의 수익률은 투자하는 자산군의 성격에 따라 크게 엇갈렸다. 일반적인 공모주 펀드는 전체 자산의 30%가량을 공모주에 투자하고 나머지는 국채나 우량 회사채를 담는다.

코스닥 벤처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공모주펀드가 특히 부진한 성과를 기록했다. 코스닥벤처펀드는 2018년 모험자본 활성화를 목적으로 출시된 정책 펀드다. 펀드 자산의 50% 이상을 코스닥과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대신 소득공제와 IPO 물량 우선 배정 혜택을 제공하는 상품이다.

‘다올KTB코스닥벤처공모주포커스펀드’(-28.21%) ‘웰컴공모주코스닥벤처펀드’(-14.15%) ‘하나UBS코스닥벤처기업&공모주펀드’(-14.08%) 등은 두 자릿수의 손실률을 기록했다.

전체 자산의 45% 이상을 신용등급 BBB+ 이하 채권에 투자하는 하이일드펀드는 상대적으로 양호한 성과를 냈다. ‘웰컴공모주하이일드펀드’(2.08%) ‘코레이트하이일드공모주플러스펀드’(2.87%) ‘마이다스하이일드공모주알파펀드’(1.47%) 등은 올해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하이일드펀드는 기관투자가 공모주 수요예측에서 5% 물량을 우선 배정받는다는 장점이 있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공모주펀드는 종류가 다양해 어떤 주식이나 자산군에 투자하냐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진다”며 “최근같이 IPO 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선 채권 비중이 높은 상품에 투자하는 것이 비교적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