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받아 1억 넘게 투자했는데…크래프톤 직원들 '공포'
크래프톤의 우리사주에 투자했던 직원들이 보호예수 해제가 다가오면서 ‘반대매매’ 공포에 떨고 있다. 주가가 공모가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가운데 주식담보대출로 청약에 참여한 직원들은 증거금을 넣지 않으면 담보비율 부족으로 강제청산을 당할 수 있어서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크래프톤 우리사주조합이 회사 상장 당시 배정받은 35만1525주의 보호예수 조치가 20일 해제된다. 실제 거래는 22일부터 가능해질 예정이다. 상장 당시 크래프톤 직원이 1330명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1인당 264주, 공모가(49만8000원) 기준 1억3000만원씩 투자한 셈이다. 다수의 사원들은 우리사주 취득자금 대출 등을 활용해 투자 자금을 마련했다.

문제는 현재 크래프톤 주가가 공모가의 절반 수준에 그치면서 주식담보대출로 우리사주에 투자한 일부 사원들은 보유한 주식을 강제 청산 당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통상 우리사주 담보대출의 경우 담보 유지 비율을 60%로 설정한다. 즉 담보로 맡긴 주식의 주가가 공모가 대비 40% 이상 낮아지면 담보 부족으로 간주할 수 있다는 얘기다.

크래프톤은 9일 오전 26만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공모가의 52% 수준이다. 우리사주 대출을 주관한 한국증권금융의 상품 설명에 따르면 주가 하락으로 담보금 부족이 발생할 경우 회사가 주식을 임의 처분해 대출금을 변제할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앞서 크래프톤은 지난 1월 주가가 청산가 이하로 내려가자 담보금을 추가 납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보호예수가 해제되면 담보금 추가 납입 의무는 직원들에게 돌아간다.
대출 받아 1억 넘게 투자했는데…크래프톤 직원들 '공포'
실제로 반대매매가 이뤄질 일은 적을 것이라는 게 증권업계의 시각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통상 반대매매 전 대출자에게 담보금을 보충하라고 여러 번 안내하고, 이후에도 담보비율이 부족하면 최종적으로 반대매매를 시행한다”며 “보호예수가 해제된다고 바로 반대매매가 쏟아지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크래프톤 주가가 크게 꺾이면서 우리사주 조합원들의 손실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난 상황이다. 현재 주가를 고려하면 1인당 손실액은 약 6280만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출금 변제가 시급한 조합원은 손실을 껴안고 보유 주식 일부를 매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매물이 대거 풀리면서 크래프톤 주가를 더 끌어내릴 가능성이 있다.

직원들이 하반기 주가 상승을 기대하며 ‘버티기’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8일 우리사주조합 보호예수가 풀린 카카오뱅크의 경우 이날 주가가 0.93% 내리는데 그치면서 ‘대규모 매물출회’ 우려가 잦아들었다. 카카오뱅크도 현재 주가(3만2900원)가 공모가인 3만9000원을 밑돌면서 우리사주 조합원들이 손해를 봤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