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공유업체 쏘카가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강행한다. 올해 조(兆) 단위 IPO(기업공개)에 도전한 기업 중 수요예측에서 흥행에 실패하고도 공모를 밀어붙이는 첫 사례다.

쏘카는 9일 이사회를 열어 최종 공모가를 2만8000원으로 확정했다. 희망 공모가(3만4000~4만5000원) 하단보다 약 18% 낮은 수준이다. 공모물량도 20% 줄였다. 공모 규모는 당초 1547억~2048억원에서 약 1020억원으로 줄었다.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은 9666억원이다. 희망 공모가 상단 기준 시가총액은 1조5944억원이었으나 시장에서 약 60% 수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게 됐다.

이에 따라 올해 3월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한 롯데렌탈과 2020년 시리즈E 단계에서 투자한 송현인베스트먼트, SG PE 등은 손해를 볼 가능성이 높아졌다. 시리즈E 단계에서 쏘카의 기업가치는 1조1000억원, 올해 3월 구주 거래에서는 1조3000억원으로 책정됐다.

쏘카는 계획했던 사업 확대 및 수익성 개선을 위해 이번 기업공개를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공모자금으로 모빌리티 생태계 내 기업의 인수합병(M&A) 및 지분 투자에 나설 계획이다. 예상보다 낮아진 기업가치에 곤란해했던 재무적 투자자도 결국 공모가 하향 조정에 동의했다. 쏘카를 상장시킨 이후 주가 상승을 기대하는 게 더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쏘카는 10일부터 이틀 동안 일반 청약을 시행한다.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 유안타증권에서 청약할 수 있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