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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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과 경기 둔화 속에서도 탄탄한 수익구조를 갖춘 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2분기 실적이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일각에선 인플레이션과 환율 효과(원화 약세)에 따른 착시 현상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올 하반기 국내 기업들의 수익성 저하가 우려되는 만큼 영업이익률이 뛰는 종목을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하반기 수익성 저하 우려

9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전날까지 2분기 실적을 발표한 상장사 가운데 증권사 한 곳 이상이 실적 추정치를 제시한 기업은 223개다. 이 중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를 웃돈 영업이익을 낸 기업은 122개(54.7%)다.

원자재 가격 급등, 글로벌 통화 긴축 등 각종 악재로 2분기 실적에 대한 우려가 큰 가운데 국내 기업들이 선방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분기 깜짝 실적(어닝 서프라이즈)의 주요 원인으로는 환율 효과가 꼽힌다.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 수출기업들은 가격 경쟁력이 상승하고 실적이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2분기 실적 호조가 환율 효과에 따른 착시 현상인 만큼 올 하반기에는 실적 둔화를 피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향후 인플레이션이 잦아들고 미국 중앙은행(Fed)이 긴축 속도를 조절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내려갈 것으로 예상된다는 이유에서다.

조창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환율 효과를 제외하면 2분기 실적은 약 12.6%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하반기에는 달러 강세가 진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일회성 요인이었던 환율 효과가 약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반기로 갈수록 영업이익률도 둔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유가증권시장 연간 매출 컨센서스는 2726조1839억원으로 연초 추정치(2341조8818억원) 대비 384조3021억원(16.4%) 상향 조정됐다. 반면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같은 기간 5.0% 내려갔다.

영업이익률은 영업이익을 매출로 나눈 값이다. 영업이익률이 낮아진다는 것은 기업의 수익성이 악화됨을 의미한다.

○"영업이익률 상승한 기업 주목"

전문가들은 이같은 상황에서도 영업이익률이 올라간 기업을 눈여겨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시장 전체적으로 수익성이 둔화하는 환경에선 반대로 수익성이 개선되는 기업들이 프리미엄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신문은 전년 동기(2021년 2분기)와 전 분기(2022년 1분기) 대비 올해 2분기 영업이익률이 높아진 종목을 추렸다. 2분기 실적을 발표한 264개 기업 가운데 △전년 동기·전 분기 대비 영업이익률이 올라가고 △전년 동기·전 분기 대비 영업이익이 증가한 기업은 81개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에는 SK하이닉스, 현대차, 기아, 삼성SDI,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 등이 꼽힌다.

전년 동기와 전 분기 대비 올 2분기 영업이익률이 각각 5%포인트 이상 올라간 기업은 9개뿐이다. 칩스앤미디어, 카카오게임즈, 비엠티, 슈프리마, 빅솔론, 아비코전자, 키다리스튜디오, 테크윙, 뷰웍스 등이다.

이중 3분기 영업이익률이 2분기보다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은 반도체 설계자산(IP) 전문기업 칩스앤미디어뿐이다. 칩스앤미디어는 올 3분기 영업이익률(31.7%)이 지난 2분기(31.3%)와 작년 3분기(30.8%)보다 높아질 것으로 추정된다. 비엠티, 슈프리마, 빅솔론 등은 3분기 영업이익률 추정치가 존재하지 않고, 나머지 기업들은 3분기 영업이익률이 2분기보다 내려갈 전망이다.

칩스앤미디어는 초고화질 비디오 처리 기술에 필요한 IP에 특화돼 있다. 이 밖에 이미지신호처리 IP, 인공지능 기반 컴퓨터 비전 IP 등을 보유하고 있다. 자율주행차, 메타버스 시대가 다가올수록 칩스앤미디어의 IP가 다양한 기기에서 활용될 수 있는 구조다. 이 회사 주가는 지난달 초 이후 28.92% 상승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