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업공개(IPO) 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 코로나19 봉쇄 여파로 경제 상황이 악화하기 전에 상장에 나선 기업들이 늘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올해 들어(1월 1일~8월 5일) 중국 본토 증시에 신규 상장한 기업들이 조달한 공모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44% 증가한 578억달러(약 75조원)에 달한다고 7일 보도했다. 같은 기간 기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반면 미국, 홍콩 등 다른 주요국은 부진한 IPO 실적을 보였다. 같은 기간 뉴욕증시 공모액은 191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92% 급감했다. 홍콩과 유럽증시의 공모액 감소율은 각각 85%, 84%에 달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1월 이후 10억달러 이상 규모의 IPO는 중국에서 다섯 차례 있었고, 다른 한 건의 IPO도 현재 진행 중이다. 같은 기간 뉴욕증시와 홍콩증시에서 이같은 규모의 IPO는 각각 한 차례뿐이었다. 런던 증시에선 한 건도 없었다.

블룸버그는 "금리 인상과 미국 경기침체 우려 등은 다른 IPO 시장을 사실상 정지시켰는데 중국 IPO 시장은 이 역풍을 견뎌냈다"면서 "미국 중앙은행(Fed)의 통화 정책과 탈동조화하는 중국에선 IPO가 자국 투자자들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전했다.

중국 경기에 대한 우려로 상반기에 IPO가 집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정부가 엄격한 코로나19 봉쇄 정책을 고수하면서 연말에 경기가 더 안 좋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와서다. 투자은행 샹송의 셴멍 이사는 "기업들이 IPO에 대한 의지가 강한 이유는 미래보다 상반기가 상장하기 좋은 시기라고 여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신규 상장사의 주가가 좋은 흐름을 보인 것도 상장 유인으로 작용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중국 본토 증시에서 공모주들의 주가는 공모가 대비 평균 43% 상승했다. 홍콩증시(13%) 보다 수익률이 높다.

올해 중국의 IPO 대어로 꼽힌 통신사 차이나모바일과 에너지업체 중국해양석유총공사는 뉴욕증시에서 상장 폐지된 후 중국 증시로 옮긴 것이다. 중국에서는 각각 86억달러와 50억 달러를 조달했으며 공모가를 훌쩍 웃도는 가격에서 거래되고 있다.

싱가포르 DZT리서치의 책임 연구자인 커옌은 "중국은 다른 나라와는 별개의 시장"이라며 "독특한 점은 중국 투자자들 사이의 애국적인 주식 매수"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세계로부터 독립하고 미국에 저항하도록 돕는 주식을 사는 것은 (중국 투자자들에게) 정상적"이라고 덧붙였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