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스타워즈 우승자가 말하는 약세장 투자법⑥
김명대 KB증권 프라임PB센터 부장


‘숨은 진주’ 찾아 1달간 리서치·탐방·탐문한 뒤 매수
“한 번이라도 이슈 됐으면 투자 대상서 제외”
대회 당시 급락장 속 나홀로 35% 수익률로 우승
김명대 KB증권 프라임PB센터 부장. /사진=최혁 기자
김명대 KB증권 프라임PB센터 부장. /사진=최혁 기자
“22년의 프라이빗뱅커(PB) 생활 중 전반부 절반은 보통의 PB처럼 단기·모멘텀 매매를 했고, 후반부 절반은 11년 동안 6개 종목만 매매했을 정도로 종목 분석과 장기투자에 집중했어요. 전반부에도 수익을 못 낸 건 아니지만, 현재 저의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PB 생활 후반부에 올린 수익이 훨씬 큽니다.”

지금처럼 급락장이었던 2018년 8~11월에 열린 ‘한경 스타워즈 실전투자대회’에서 35.1%의 누적수익률로 우승한 김명대 KB증권 프라임PB센터 부장은 최근 자신의 사무실에서 한경 마켓PRO 기자와 만나 이 같이 말했다.

꽤나 큰 규모로 추정되는 김 부장의 재산을 형성하게 해준 종목이 궁금했지만, 그는 “상당수가 바이오”라고 할 뿐 종목명을 이야기하지는 않았다. 대신 종목 선정부터 수익을 실현하기까지의 과정을 풀어놨다.

“매수 전 분석 과정, 직접 애널리스트 될 수밖에”

김 부장의 종목 선택 원칙은 ‘시장에서 한 번이라도 이슈가 돼 급등락했던 종목은 투자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것이다. 아직 시장 참여자들이 알아보지 못한 ‘흙 속의 진주’를 찾아 가치를 인정받을 때까지 기다린다. 당연히 투자 기간도 길어질 수밖에 없다.

“대부분 개인투자자가 주식에 접근할 때는 단기 자금으로 투자해 빠르게 수익을 낸 뒤 시장을 떠나겠다는 생각을 하는데, 접근 자체가 잘못된 겁니다. 다른 사람이 모르는 정보를 활용해 매매하면 성공할 수 있겠죠. 하지만 자신을 비롯한 소수에게만 전달됐다고 생각하는 정보는 대게 이미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정보가 아니라고 할 법한 게 대부분이에요.”

그래서 김 부장은 직접 애널리스트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가 매수할 시점에 해당 종목들은 주식 시장에 상장한 초기이거나, 기업공개(IPO)도 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당연히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분석 보고서도 거의 없었다.

그럼 어떻게 분석하느냐는 질문에 김 부장은 “그 때까지 나온 공시를 비롯해 관련 자료를 모조리 찾아 정독한다”며 “그 과정에서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회사에 물어봐가며 이해했다”고 말했다. 단순히 공시를 읽기만 하는 게 아니다. 증자나 대주주 지분 이동과 같은 자본 이슈가 있으면 전후 사정까지 파악해 낸다고 한다. 해당 기업의 사업 분야에 대한 데이터를 분석하는 건 기본이다.

하루 일과의 대부분을 이 일로 채울 수 있는 증권사 직원인데도 이 과정은 열흘 남짓이 걸린다고 김 부장은 전했다.

자료 분석을 마치면 기업 탐방을 간다. 찾아가서 자료 분석을 통해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부분을 물어본다. 그래도 답을 얻지 못하면 뉴스 기사에서 해당 회사에 대해 설명한 사람을 수소문해 찾아가기까지 한다. 탐방과 탐문을 마칠 때면 해당 종목에 대해 처음 알게 된 때로부터 한달여가 지나 있었다고 김 부장은 설명했다.

“매수·매도 모두 분할로…매도 후 재매입은 안 해”

“현재 보유하고 있는 종목을 매수한지 3년이 넘었습니다. 매입한 뒤 주가가 5분의1토막이 나기도 했지만, 지금은 모두 회복하고 약 40% 정도의 수익이 난 상태입니다. 이 종목이 지금까지 매매한 종목들 중 가장 오랫동안 보유하고 있는 사례이고, 보통 1~2년 안에 수익을 실현합니다.”

말로는 ‘1~2년’이라는 한 단어였지만, 짧은 시간은 아니다. 대부분 종목이 보유기간 동안 큰 폭의 손실 구간을 거쳤다고 김 부장은 설명한다. 특히 고객에게도 자신과 비슷한 포지션을 구축해주는 김 부장은 손실 구간에서 고객들로부터 원성을 듣는 일이 투자할 때마다 반복돼왔지만, 매번 고통스럽다고 토로했다. 그가 주식을 매입하는 스타일 때문이다.

“분석을 마치면 투자금의 절반 정도를 한달여에 걸쳐 매입합니다. 시가총액이 작은 종목이다보니까 중간에 악재로 인해 많게는 50~60%까지 주가가 하락할 때가 있어요. 그럼 남은 자금 중 절반 정도로 주식을 더 매입해요.”

이쯤부터 고객들의 반응이 거칠어진다고 한다. 반토막 난 주식을 더 사자고 하니 그럴 법하다. 이들을 설득하기 위해 김 부장은 기업 분석을 멈출 수 없었다. 그는 “회사를 탐방하기도 하고, 그 종목을 많이 매매한다는 사람이 있으면 수소문해 찾아가 이야기를 나눈다”며 “이를 통해 추가매입을 할지 여부를 결정하고, 고객들을 설득한다”고 말했다.

“그나마 여기까지는 고객들의 원성이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에요. 추가매입을 한 뒤에 주가가 더 하락하기도 하는데, 그 때 고객들을 만나면 굉장히 고통스럽죠.”

이렇게 버티다 보면 결국 주가가 탄력을 받는 구간이 온다. 이 구간의 초입에 아직 남아있는 자금을 모두 투입한다고 한다.

주가가 충분히 오른 뒤에는 매입할 때의 역순으로 매도한다.

다만 한 번 매도한 뒤 주가가 더 오를 것 같아도 다시 해당 종목을 매수하지는 않는다고 김 부장은 말한다. ‘시장에서 한 번이라도 이슈가 됐던 종목은 투자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그의 종목 선정 원칙과 일맥상통한다.

“약세장 상당히 오랫동안 이어질 것…바이오에 기회 있어”

바이오 종목을 많이 매매했던 이유를 묻자 김 부장은 “실적이나 시장 상황에 상관 없이 큰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실제 그가 한경 스타워즈 대회에서 우승한 2018년 하반기는 미중 갈등이 격화되면서 증시가 급락하던 때였기에, 우승자를 제외하면 모두 손실을 본 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김 부장은 당시 면역항암제를 개발 중인 에스티큐브 매매를 통해 큰 수익을 올렸다.

당시와 마찬가지로 약세장인 지금이 바이오 업종에 다시 관심을 둘 때라는 게 김 부장의 생각이다. 약세장이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봐서다.

그는 “코로나19 확산 사태로 급락하기 전부터 경기가 좋은 건 아니었는데, 유동성의 힘이 경기·주식 시장을 밀어 올렸다”며 “이제 파티에 대한 대가를 치르기 시작했는데, 기업들의 실적이 쉽게 회복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언제쯤 경기가 바닥을 치고 주식 시장도 강세장으로 전환되겠느냐고 묻자 김 부장은 “경기선행지수를 본다”며 “그 안에 노동, 금융, 자본, 건설수주, 코스피지수, 장·단기 금리차 등 모두 들어 있다”고 답했다.

다만 “가끔 한 번씩 볼 뿐 매매를 위한 판단을 하는 데 많은 부분을 차지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