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의 올 상반기 매출이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섰다. 주력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제품이 글로벌 점유율을 확대하며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셀트리온은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유럽에 이어 미국에서도 의약품 직접 판매를 추진하기로 했다.
셀트리온은 지난 2분기 연결 기준으로 매출 5960억원, 영업이익 1989억원을 올렸다고 5일 밝혔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8%, 영업이익은 21.3% 증가했다. 영업이익률은 33.4%였다. 올 상반기 누적 기준으로는 매출 1조1466억원에 영업이익 3412억원으로 집계됐다. 반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8.6% 줄었지만 매출은 29% 늘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매출 확대를 이끈 건 주력 제품인 램시마IV(정맥주사)다. 램시마IV는 글로벌 제약사 얀센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레미케이드의 바이오시밀러다. 류머티즘 관절염, 염증성 장질환 등의 치료에 쓴다. 의료정보 제공기업 심포니헬스에 따르면 셀트리온의 램시마IV는 올 2분기 미국 시장에서 30.8% 점유율을 기록했다. 1년 전보다 13.6%포인트 상승했다. 셀트리온 전체 매출에서 램시마IV가 차지하는 비중은 41%로 늘었다. 지난해 2분기에는 23%였고, 직전 1분기에는 27%였다.
셀트리온은 램시마SC(피하주사) 제형 제품의 미국 출시도 준비하고 있다. 내년 출시가 목표다. 이렇게 되면 램시마 IV와 SC 제형 간 시너지를 통해 점유율을 더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다른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휴미라의 바이오시밀러 유플라이마도 유럽 주요 국가에서 판매를 시작해 실적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내년 7월 유플라이마를 출시할 계획이다.
셀트리온은 수익성 개선을 위해 유럽에 이어 미국에서도 직판체제를 갖추기로 했다. 이를 위해 글로벌 유통 계열사인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셀트리온의 미국법인(셀트리온USA)을 180억원에 인수했다. 셀트리온USA가 가지고 있는 미국 내 의약품 판매망을 모두 흡수했다. 회사 관계자는 “셀트리온헬스케어가 미국에서 직판을 위한 발판을 확보했다”고 했다.
지난해부터 부진한 흐름을 이어온 바이오주가 최근 반등에 성공했다. 증권가에서는 바이오주가 실적 개선세에 힘입어 하반기에도 탄탄한 주가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5일 셀트리온(4.23%), 셀트리온헬스케어(4.14%), 셀트리온제약(4.27%) 등 셀트리온그룹주가 일제히 상승 마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2.29%), SK바이오사이언스(4.42%), 에이치엘비(2.15%), 알테오젠(3.34%), 에스티팜(7.26%) 등 다른 제약·바이오주도 올랐다.셀트리온 주가는 지난 5월 말 이후 이날까지 22.74%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등락률(-7.26%)을 크게 웃돌았다. 코로나19 재확산, 세계적인 원숭이두창 감염자 증가, 개별 기업의 호실적 발표 등이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증권가에서는 하반기에도 제약회사, 의약품위탁생산(CMO) 업체, 의료기기 기업 등이 반등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 등 대형 바이오주는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가 1개월 전보다 상향 조정됐다. 이동건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유럽 램시마SC 매출 증가에 힘입어 매 분기 유의미한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오는 10월 4공장 부분 가동을 앞두고 선수주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하반기에는 우호적인 수급 환경도 기대된다. 성장주인 바이오주에 악재로 작용한 금리 상승세가 최근 주춤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 둔화와 인플레이션 완화로 미국 중앙은행(Fed)이 금리 인상 속도를 줄일 것이란 기대가 커진 영향이다.신한금융투자는 레고켐바이오, 알테오젠, 에이비엘바이오, 메드팩토, 지씨셀을 유망 종목으로 꼽았다. DB금융투자는 한미약품, 바이넥스를 관심 종목으로 제시했다.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
롯데쇼핑이 지난해 말 롯데그룹 역사상 첫 외부 출신 대표이사 부회장을 영입한 지 두 분기 만에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0배 가까이 급증했다. 외부 수혈을 통해 ‘1등 DNA’를 일깨우려 한 신동빈 롯데 회장의 한 수가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평가가 유통업계에서 나온다. 쇼핑·컬처웍스가 ‘효자’롯데쇼핑은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3조9019억원과 744억원으로 집계됐다고 5일 발표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3조9025억원)와 거의 같은 수준이고, 영업이익은 작년 2분기(76억원)보다 9.7배 불어났다. 이는 실적 발표 전 컨센서스(증권가 추정치 평균·585억원)보다 27% 늘어난 금액이다.11개 계열사 중 ‘맏형’인 백화점의 반등이 주효했다. 2분기 영업이익이 1042억원으로 68.5% 늘었다.지난해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한 롯데마트는 영업적자를 작년 2분기 264억원에서 올 2분기 71억원으로 대폭 줄였다. 제타플렉스 등 젊은 세대를 겨냥한 새로운 체험형 공간을 마련한 게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롯데시네마를 운영하는 롯데컬처웍스도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힘입어 흑자 전환(105억원)했다”고 설명했다.2분기 호실적의 영향으로 5일 유가증권시장에서 롯데쇼핑은 1300원(1.36%) 오른 9만6800원에 장을 마쳤다. 롯데쇼핑은 지난달 15일 장중 8만6500원을 찍고 반등한 이후 11.90% 상승했다. 외부 출신 CEO들의 힘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등의 영향으로 대면 쇼핑이 활성화된 게 롯데쇼핑 반등의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요즘 백화점은 사상 최대 호황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업황이 좋다”며 “롯데뿐 아니라 신세계, 현대백화점의 2분기 실적도 역대 최고를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때맞춰 등장한 새 ‘조타수’들도 능력을 십분 발휘했다. 신 회장은 지난해 말 정기 인사에서 유통 부문 총괄부회장과 핵심 계열사인 백화점 부문 수장을 외부 출신으로 바꿨다. 숙명의 라이벌이라고 할 수 있는 회사에서 영입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김상현 롯데 유통군(HQ) 총괄대표(부회장)는 P&G에서 한국 대표, 동남아시아 총괄사장, 미국 신규사업 부사장 등을 지냈다. 2018년 롯데에 영입되기 전까진 DFI리테일그룹의 동남아시아 유통총괄대표 등을 맡았다.정준호 롯데백화점 사장은 ‘맞수’인 신세계백화점 출신이다. 롯데컬처웍스는 CJ CGV 출신인 최병환 대표를 영입했다. 롯데 관계자는 “컬처웍스는 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이던 작년 상반기까지 방어적 경영을 했으나 최 대표 주도로 리오프닝 직전 공격적 경영으로 빠르게 전환한 게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체질 개선 이어갈까유통업계에선 롯데의 외부 출신 CEO들이 지속해서 체질 개선을 이어나갈 수 있을지에 주목한다. 신 회장은 지난달 부산에서 열린 VCM(사장단회의)에서도 1등 DNA의 부활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이와 관련, 김상현 부회장은 취임 이후 약 6개월간 전국 매장을 돌며 경직된 조직 문화를 자유롭게 소통하는 분위기로 바꾸는 데 주력하고 있다.유통 전문가들은 롯데쇼핑이 계열사 간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을지에도 관심을 보인다. 백화점, 마트, 편의점, 홈쇼핑, 가전양판점, 슈퍼마켓, e커머스 등 유통업 전 분야는 물론 영화, 패션까지 아우르는 곳은 롯데쇼핑이 국내에서 유일하다.리빙 분야 1위인 한샘과는 전략적 제휴 관계다. 롯데지주가 한샘 최대 주주인 IMM프라이빗에쿼티가 조성한 펀드에 투자자로 참여했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쇼핑은 잘 꿰기만 하면 보배가 될 수 있는 곳”이라며 “P&G라는 글로벌 기업에서 역량을 쌓은 김상현 부회장이 유통 계열사 간 시너지를 만들어낼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네이버가 분기 기준 사상 최대 매출을 올렸다. 글로벌 경기 침체 상황에서 ‘선방’했다는 평가다. 하반기에도 웹툰·웹소설을 기반으로 한 콘텐츠 사업과 차세대 커뮤니티 서비스 등 신사업으로 성장세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신성장엔진은 웹툰·웹소설 IP네이버는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2조458억원, 영업이익 3362억원을 거뒀다고 5일 발표했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3%, 0.2% 늘어났다. 네이버의 분기 기준 매출이 2조원을 넘은 것은 라인이 소프트뱅크 야후재팬과의 경영 통합으로 2020년 3분기부터 연결 실적 집계에서 제외된 이후 처음이다.사업별 매출은 △검색플랫폼 9055억원 △커머스 4395억원 △핀테크 2957억원 △콘텐츠 3002억원 △클라우드 및 기타 1049억원 등이다. 검색플랫폼과 커머스 부문은 매출이 각각 전년 동기 대비 9.3%, 19.7% 증가했다. 핀테크는 스마트스토어와 대형 가맹점 추가로 외부 결제가 늘면서 1년 전보다 27.1% 성장했다. 콘텐츠 부문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3.8% 급증했다.네이버는 웹툰, 웹소설 등 지식재산권(IP)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는다는 계획이다.네이버는 이날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이례적으로 웹툰, 웹소설 등 콘텐츠 사업 세부 지표를 공개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사진)는 지난 4월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글로벌 3.0 시대에서 가장 중점을 두고 보는 분야는 웹툰, 웹소설 등 콘텐츠”라고 말한 바 있다.네이버의 2분기 콘텐츠 매출은 직전 분기보다도 41.6% 증가했다. 3월 인수한 문피아와 4월 인수한 이북재팬, 로커스가 실적에 편입되면서 980억원이 매출에 반영됐다. 인수기업 편입 효과를 제외하면 전년 동기보다 44% 늘었다.지난해 인수한 북미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를 제외한 2분기 웹툰 분야 매출은 2323억원으로 집계됐다. 한국에선 매출 919억원, 영업이익 183억원을 기록했지만, 글로벌로는 영업적자가 291억원에 달한다. 웹툰의 2분기 말 월간활성이용자(MAU)는 8560만 명이다. 최 대표는 실적 발표 후 콘퍼런스콜에서 “전체 웹툰 이용자 중 유료 이용자 비중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한국의 유료 이용자 비중은 26% 이상”이라며 “일본과 미국 등 주요 국가의 유료 이용자 비율은 아직 한 자릿수지만 성장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결제 사용자 1인당 평균 지불 금액(ARPPU)은 한국이 8000~3만원, 일본은 3만5000~4만8000원, 미국이 1만3000원이다. 최 대표는 “웹툰은 국내에서 이미 수익률 20%의 튼튼한 비즈니스 모델을 갖췄다”며 “2~3년 내 글로벌에서도 비슷한 영업이익률을 내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차세대 커뮤니티 서비스 선보일 것”네이버는 웹툰·웹소설 지식재산권(IP)의 영상화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그동안 ‘지금 우리 학교는’ ‘지옥’ ‘스위트홈’ 등 네이버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상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인기를 끌었다. 네이버는 스튜디오N, 왓패드웹툰스튜디오, 스튜디오드래곤재팬 등 지난해부터 영상화를 위한 스튜디오를 잇따라 설립했다.최 대표는 이날 신사업에 대한 계획도 밝혔다. 그는 “카페, 밴드처럼 네이버가 주도하고 있는 커뮤니티 서비스를 기반으로 차세대 커뮤니티 서비스를 선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기업 성장을 위한 적극적인 인수합병도 예고했다. 최근 들어 콘텐츠 분야에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다른 사업 분야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로 시야를 넓히겠다는 설명이다. 김남선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커머스나 기업 간 거래(B2B) 솔루션 분야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탓에 부진했던 일본 소프트뱅크와의 협력도 재개할 계획이다. 최 대표는 “엔데믹을 맞은 2분기부터 다양한 영역에서 논의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내년부터는 성과가 가시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