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면에서 신차 출고 지연으로 수혜를 누렸던 중고차 가격이 2년여 만에 제자리를 찾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직영중고차 업체 케이카는 국내 중고차 시장에서 유통되는 출시 12년 이내 국산·수입 740여개 중고차 모델 대상으로 8월 평균 시세를 전망한 결과, 국산차의 경우 1000만원 내외 모델의 평균 시세가 전월보다 2%가량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3일 밝혔다.이들 실속형 중고차는 연식 7~10년, 주행거리 10만㎞ 내외의 차량으로 주로 1000만원 내외에 가격대가 형성됐다.차종별로는 2013~2015년 판매된 기아의 '더 뉴 K5' 하락률(5.6%)이 가장 높을 것으로 예상됐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중에서는 2007~2016년 판매된 기아 '모하비'가 5.3%, 레저용 차량(RV)에선 2011~2018년 판매된 쉐보레 '올란도'가 4.8% 각각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다.수입차는 고가 차량 위주로 하락세가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수입차 하락 상위 10개 차종의 경우 벤츠 GLE-클래스 W166·W167, 렉서스 LS500h 5세대,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4세대 등 시세 5000만원 이상 고가 차량들이 4.6~7.8% 내릴 것으로 내다봤다.케이카 측은 "신차급 중고차를 제외한 중고차 전반의 하락세로, 3~7년 연식부터 순차적으로 하락해 실속형 중고차 가격은 2년여 만에 제자리를 찾았다"며 "최근 중고차의 높은 가격이 부담돼 구매를 망설이던 소비자들에게는 반길 만한 소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유진투자증권은 18일 케이카의 목표주가를 기존 4만3000원에서 2만5000원으로 41.9% 내렸다. 금리 인상으로 중고차 수요가 줄 것이란 예상에서다. 다만 매입 원가 하락으로 하반기엔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라 봤다. 이에 투자의견은 '매수'를 유지했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올 2분기 케이카의 매출액은 5851억원, 영업이익은 18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0.6% 증가, 영업이익은 18% 감소한 수치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모두 시장 추정치(컨센서스)를 밑돌 전망이다. 이 연구원은 "기준 금리 인상과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국내 2분기 중고차 이전등록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8% 감소했다"며 "현대차그룹의 중고차 시장 진출 연기로 지난 5월 일시적인 반등이 있었으나 지난달 판매가 다시 감소세로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케이카는 온라인 중심의 판매 전략과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시장 성장률을 대폭 뛰어넘는 매출 증가세 시현할 전망"이라면서도 "매입 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과 소비 심리 둔화로 인해 올 2분기 이익률은 전년 동기 대비 하락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부연했다. 이 연구원은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과 중고차 가격 피크아웃(정점 통과) 우려로 카맥스, 카바나 등 글로벌 비교기업들의 주가가 하락한 점이 케이카에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봤다. 그러면서도 "미국의 중고차 가격은 급속도로 상승해 완만한 가격 상승세를 나타낸 국내 시장과 비교하기는 어렵고 신차 딜러가 중고차 딜러를 겸하기 때문에 트레이드-인(딜러가 중고차를 매입해주고 신차를 판매)에서 온라인 사업자가 불리하다"며 "케이카는 현재 초과 성장을 지속하며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 동종 업체와 차별화된다"고 평가했다. 이어 "케이카는 채널별 매입 전략 재정비를 통해 자체 내 차 팔기 플랫폼의 매입 비중을 높이고 수수료가 높은 채널의 매입 비중을 줄여 원가율을 정상화할 계획"이라며 "중고차 가격이 하락하더라도 케이카의 매입 원가도 동반 떨어지기 때문에 시차를 두고 수익성은 정상화될 것이며, 장기적으로는 가격이 안정화돼 거래가 활성화되는 것은 영업에 긍정적 요인"이라고 덧붙였다.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
출고 지연 장기화로 대기가 필요 없는 '신차급 중고차' 인기가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인기 모델은 출고까지 기본 1년씩은 기다려야 한다. 싼타페(현대차)·스포티지(기아) 하이브리드와 제네시스 GV80 등은 최대 18개월 대기가 예상된다. 4일 케이카가 국내 중고차 시장에서 판매되는 출시 12년 이내 740여개 모델을 대상으로 평균 시세를 분석한 결과, 이달 중고차 시세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신차급 중고차'는 꾸준한 수요를 바탕으로 가격 방어를 이어갈 전망이다. 신차급 중고차는 현재 생산 중인 출고 1년 이내 최신 모델로 주행거리도 적게는 수백km에서 최대 1만km대를 주행한 매물을 의미한다. 제조사 보증이 잔존하고 대기 없이 바로 차량을 구입할 수 있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2021~2022년 출고된 차량 중 국산차의 66%, 수입차의 53%가 전월 시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22년 출고 차량은 77%(국산차 78%, 수입차 74%)가 시세를 유지할 전망이다. 중고차 시장의 주력 모델에 해당하는 2016~2020년 출고 차량의 약 49%가 전월보다 시세가 하락할 것이란 예상과는 대조적인 흐름이다.모델별로 살펴 보면 제네시스 G80의 시세는 2022년식이 전월보다 0.5% 상승할 전망이다. 반면 2021년식은 0.4%, 2020년식은 1.0% 각각 전월 대비 하락할 전망이다. 기아 카니발 4세대의 경우 2022년식은 전월 대비 0.2%의 시세하락이 예상된다. 2021년식(0.5% 하락)이나 2020년식(1.4% 하락)과 비교해 시세 하락 예상폭이 작다.신차급 중고차에 대한 높은 관심은 판매량에서도 확인된다. 올 2분기 케이카의 신차급 중고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6% 증가했다.이민구 케이카 수석 애널리스트는 "중고차 시장 분위기가 하락세인 상황에서 반도체 수급난 속에 신차 출고 대기 기간이 1년 이상에 달하는 인기 차종을 중심으로 신차급 중고차의 감가 방어가 계속되고 있다"며 "시장 전반에서는 고유가 여파로 인해 경유 모델 비중이 높은 브랜드가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