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연연하지 마라…조선·LNG·자동차 부품 매수할 때" [심성미의 투자의 킥]
"하반기와 내년 경기 침체의 깊이에 너무 연연하지 않아도 됩니다. 침체기에도 성장하는 업종에 집중해야 합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유럽 등이 에너지 공급망을 재편하는 과정에서 액화천연가스(LNG), 조선 업종 등에서 구조적 성장이 일어날 겁니다."

3일 서울 여의도 르네상스자산운용에서 만난 이건규 르네상스자산운용 대표는 '반등세가 지속되고 있는 지금 주식 자산을 던져야 할 때냐'는 질문에 "오히려 지금이 매수 타이밍"이라고 답했다.

이 대표는 투자자들이 경기 침체에 대한 두려움이 지나치다고 했다. 그는 "역사상 경기 침체 시기 때 코스피 지수의 주가순자산비율(PBR) 하단은 0.9배인데 지금이 그 수준"이라며 "시장이 이미 침체를 선반영했기 때문에 증시가 다시 급락할 여지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오히려 침체기에도 증시는 오름세를 기록한 때가 많았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1929년 이후 15번의 경기침체기 중 7번은 S&P500 지수가 상승했다"며 "중요한 것은 침체 자체가 아니라 시장이 이미 선반영했는지 여부"라고 말했다.

경기침체가 본격화하면서 하반기 기업 실적이 고꾸라질 수 있다는 시장의 우려에 대해 이 대표는 "오히려 4분기부터 기업 실적이 돌아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철강, 비철금속, 곡물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은 이미 고점 대비 30~40% 하락한 상태"라며 "원자재 가격은 기업 실적에 3~6개월 후행해 반영되기 때문에 4분기부터는 기업 경영 비용이 낮아지면서 오히려 실적이 턴어라운드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4분기부터는 의외의 상승장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봤다. 그는 "4분기 기업 실적이 호조세를 보이고, 하반기부터 미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상 강도가 낮아지면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 투자자들이 할 일은 경기 침체의 깊이를 가늠하기보다 수요가 둔화되는 침체기에도 구조적 성장을 내재한 업종을 찾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이 주요 에너지 수입원을 다변화하는 과정에서 큰 투자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가 대(對) 유럽 천연가스 수출을 제한하는 등 에너지 무기화를 노골화하면서 유럽은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선을 다변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고부가가치선인 LNG선을 제조하는 국내 조선업종이나 해외 LNG 관련 종목 등이 대표적인 수혜 업종이라는 설명이다.

피팅(관이음쇠) 업종도 수혜 업종에 해당한다. 그는 "유럽의 LNG 수송선을 새로 잇는 과정에서 피팅 수요가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하반기 철강 가격은 하락하면서 원가는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태광, 성광밴드 등이 대표적인 기업이다.

유럽이 원자력을 친환경 에너지로 인정하며 관련 설비를 늘리고, 태양광·풍력 등 기존 신재생에너지 설비도 늘어나는 과정에서 배전반(발전소·변전소 등의 운전과 제어를 위한 장치) 기업의 실적도 크게 좋아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러시아나 중동의 석유 증산 기대가 낮아지면서 미 셰일가스 관련 규제 완화 움직임이 있는만큼 유정용 강관 관련 업체 수요도 당분간 견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원자재 가격 하락에 따른 수혜주도 관심을 기울일만 하다고 조언했다. 철강 가격 하락에 따른 대표적 수혜주는 자동차 부품이다. 그는 "그동안 높은 철강가격을 제품 가격에 전가시키지 못해 완성차 업체만 호황을 누렸지만 하반기 철강 가격이 떨어지면서 자동차 부품주도 이익 개선이 나타날 것"이라며 "특히 테슬라향 납품이 늘어나는 업체를 주목할만 하다"고 말했다.

제과 라면 등 음식료 업체도 소맥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이 크게 하락하면서 실적이 좋아질 수 있는 업종이라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심성미/최세영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