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주식과 채권이 동반 급락하는 동안 ‘도피처’ 역할을 했던 원자재 펀드 수익률이 최근 급락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고공행진하던 원자재 가격이 경기 침체 우려에 크게 조정받으면서다. 전문가들은 시장 불확실성에 대응해 현금 비중을 높이는 한편 금리 변동에 따른 손실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 초단기 채권형 상장지수펀드(ETF) 투자를 확대할 만하다고 조언했다.

원자재 펀드 3개월간 10% 하락

'증시 피난처'라던 원자재 펀드마저 뚝뚝
27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7개 펀드 테마 가운데 연초 이후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한 테마는 천연자원·원자재·농산물 등 4개뿐이다. 원자재를 제외한 사실상 모든 펀드가 전멸한 셈이다.

대표적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 꼽히는 EMP(ETF Managed Portfolio) 펀드와 배당주 펀드도 연초 이후 수익률이 각각 -13.62%, -11.25%였다.

문제는 경기 둔화와 달러 강세 등의 영향으로 원자재 가격도 최근 급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원유(WTI) 9월물 가격은 1.78% 하락한 배럴당 94.98달러에 마감했다. 지난 3월 배럴당 130달러대까지 치솟았지만 경기 둔화로 수요가 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하락세로 전환했다.

원자재 펀드 수익률도 덩달아 추락하고 있다. 국내 43개 원자재 펀드의 최근 한 달 수익률은 -3.16%, 3개월 수익률은 -9.76%다. 국내 9개 농산물 펀드는 한 달 새 평균 -10.78%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 기간 47개 전체 펀드 테마 중 수익률 최하위다.

주식과 채권은 최근 한 달간 소폭 반등했지만 연초 이후 수익률은 매우 부진하다. 연초 이후 국내 주식형 펀드와 해외 주식형 펀드 수익률은 각각 -20.74%, -15.33%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국내 채권형 펀드와 해외 채권형 펀드 수익률도 각각 -1.47%, -7.70%로 모두 마이너스였다.

“초단기 채권상품 매력 높아져”

편득현 NH투자증권 WM마스터즈 전문위원은 “통상 주식이 하락하면 채권 가격이 오르지만 올해는 주식과 채권 간 상관관계가 깨진 데 이어 최근에는 대체자산까지 무너지고 있다”고 말했다.

현시점에서 유망 자산으로는 채권을 꼽는 의견이 늘고 있다. 편 전문위원은 “그동안 인플레이션을 심화시킨 요인이던 원자재 가격이 하락세로 전환했다”며 “시장에서는 미국 중앙은행(Fed)이 내년에 금리를 추가로 올리기 힘들 것으로 예상하고 채권 가격이 이를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지난달 14일 연 3.48%까지 올랐다가 최근 2.81%로 내려왔다. 그만큼 채권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남도현 삼성증권 포트폴리오전략팀장은 “상대적으로 가격 변동성이 낮은 단기채 비중을 높게 가져가는 동시에 그동안 등한시했던 장기물에도 관심을 가질 만하다”며 “만기가 짧게 남은 AA급 이상 우량 회사채와 공사채, 은행채, 지주채 등은 기대 수익률이 높고 절세 측면에서도 유리하다”고 말했다.

안전성이 높은 투자처도 고려할 만하다. 한국 무위험지표금리(KOFR) 지수 수익률을 추종하는 ETF인 ‘KODEX KOFR 금리 액티브 ETF’가 대표적이다. 이 ETF는 잔존만기가 1일인 상품을 다루기 때문에 매일 이자수익이 확정되고 금리 변동에 따른 손실 위험이 작다. 임태혁 삼성자산운용 ETF운용본부장은 “삼성 KODEX KOFR 금리 액티브 ETF는 출시 이후 3개월 동안 단 하루도 손실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