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마트가 2분기(5~7월) 실적 발표를 앞두고 분기 및 연간 실적 전망치(가이던스)를 대폭 낮췄다. 미국이 41년 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맞으면서 미국인들의 소비가 위축됐기 때문이다. 의류 등 마진율은 높지만 판매율은 떨어진 품목을 ‘재고떨이’로 처리하겠다고도 발표했다. 25일(현지시간) 월마트 주가는 장 마감 후 시간외 거래에서 10% 가까이 급락했다.
월마트 때린 인플레 '실적 눈높이' 뚝, 뚝…

“2분기 주당순이익 8~9% 감소할 것”

이날 월마트는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분기 대비 13~14% 감소할 전망이라고 발표했다. 이번 회계연도(2022년 2월~2023년 1월) 연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1~13%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지난 5월 1분기 실적을 발표했을 때만 해도 월마트는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소폭 늘어나고, 연간 기준으로는 1%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월마트의 가이던스가 두 달 만에 확 낮아진 것이다.

주당순이익(EPS) 전망치도 크게 줄었다. 월마트는 2분기 주당순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8~9%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연간 기준으로는 11~13%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5월 제시된 가이던스는 2분기 주당순이익 소폭 상승, 연간 기준 1% 감소였다. 역시 격차가 크다.

월마트는 다음달 16일 2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를 3주가량 앞두고 가이던스를 대폭 조정한 가장 큰 원인은 인플레이션이다. 지난달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년 전보다 9.1% 오르며 41년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어난 뒤 에너지와 식품 가격이 급등하자 소비자들이 생필품을 살 때만 지갑을 열게 됐다. 이들이 당장 필요하지 않은 제품 소비를 줄이면서 월마트의 실적이 직격탄을 맞았다는 설명이다.

재고 처리 부담…유통업종 동반 하락

유통업체에 식품은 주요 상품군 중 하나다. 그러나 마진율이 낮은 식품은 판매가 늘어도 유통기업의 수익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월마트는 에너지를 제외한 미국 내 기존점 매출이 2분기에 6% 증가할 것으로 봤다. 기존 예상치(4~5%)보다 높다. 소비자들의 식료품 구매가 늘어난 영향이다. 그럼에도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같은 기간 줄어들 것이라고 매출 추이와는 정반대 예측을 내놨다. 마진율이 높은 의류와 전자제품 등의 소비가 큰 폭으로 감소했기 때문이다.

팔리지 않는 고가 제품은 재고로 쌓이지 않도록 싼값에 팔아치울 수밖에 없다. 미국 대형 유통기업들은 1분기부터 재고가 급증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월마트의 1분기 말 재고는 전년 동기보다 33%, 타깃은 43% 증가했다.

더그 맥밀런 월마트 최고경영자(CEO)는 수정 가이던스를 발표하면서 “식품, 연료 가격 상승세가 소비자들의 지출에 영향을 주고 있다”며 “월마트는 의류에 추가 할인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하반기에는 의류 외 일반 상품들도 (가격 인하와 관련한) 더 많은 압박이 가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월마트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9.94% 급락했다. 아마존(-3.91%), 타깃(-5.05%) 등 다른 유통주도 시간외 거래에서 일제히 하락했다. 물가 급등이 일으킨 소비심리 위축은 유통업계 전반의 문제라는 우려가 확산했다는 평가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