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광화문 사옥에서 KT 직원이 AI로봇으로부터 우편물을 받고 있다.  한경DB
KT 광화문 사옥에서 KT 직원이 AI로봇으로부터 우편물을 받고 있다. 한경DB
‘긴 터널을 통과 중.’ 2010년대 KT를 수식하던 말이다. 이 회사의 서비스 매출은 15조원의 벽에 가로막혀 있었다. 이익은 꾸준히 냈지만 성장성에 대한 의문이 지워지지 않았다. 시장에선 ‘재미없는 회사’의 대명사로 통했다.

분위기가 바뀐 건 구현모 사장(사진)이 취임(2020년 3월)한 이후부터다. 그는 ‘디지코(디지털플랫폼기업) KT’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인공지능(AI)과 디지털전환(DX) 연관 사업에 힘을 줬다. 업계에선 ‘팔색조 전략이 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비(非)통신 매출 40% 돌파

디지털플랫폼으로 '재미'보는 KT…'A·B·C'부터 바꿨다
25일 KT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서비스 매출(15조5041억원)에서 비(非)통신 부문(기업 간 거래+디지털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39.8%(6조1645억원)다. 2019년 38.5%이던 이 비중은 지난해까지 2년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올해는 40% 돌파가 확실시된다.

AI와 DX를 축으로 하는 ‘비통신 부문 육성’은 KT가 치밀하게 추진 중인 신성장 전략의 핵심이다. 구 사장은 취임 첫해 “KT는 이제 코리아텔레콤이 아니라 코리아테크놀로지”라며 “더 이상 통신사가 아니라 디지털 회사”라고 선언했다.

AI·DX서밋, 디지털엑스서밋 같은 행사를 통해 전략을 공개하고 ‘선도기업’ 이미지를 외부에 각인시켰다. 내부에선 조직 개편을 통해 체질 전환에 집중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주목

디지털플랫폼으로 '재미'보는 KT…'A·B·C'부터 바꿨다
짧은 기간 KT가 체질 개선에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으론 ‘ABC’로 불리는 AI, 빅데이터(big data), 클라우드(cloud) 경쟁력을 꼽는다. 10년 넘는 성장 정체기를 겪는 동안 내부에선 미래를 준비했다는 얘기다.

예컨대 KT는 ‘외부 서버를 이용한다’는 개념이 생소하던 2010년 클라우드추진본부를 조직하고 데이터센터 구축에 적극 나섰다. 이를 통해 KT는 국내 경쟁사들이 좀처럼 따라오기 힘든 격차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실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KT는 클라우드·인터넷데이터센터 부문에서 매출 4559억원을 기록했다. 2020년 대비 매출 증가율은 16.6%에 달한다.

AI와 빅데이터도 마찬가지다. 통신사라는 업의 특성상 KT엔 고객 데이터가 계속 쌓였다. KT는 서비스 고도화에 빅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해 AI에 관심을 가졌다. 2010년대 초반부터 연구 및 사업 조직을 출범시켰다. 현재 KT는 AI컨택트센터(AI콜센터), 첨단 물류 사업 등 AI와 빅데이터를 결합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업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외부와 ‘원팀’ 구성해 협업

플랫폼 기업답게 외부와의 협업에 적극적인 것도 KT의 성공 비결이란 분석이 나온다. KT는 2020년 2월 AI 원팀을 조직했다. 5개이던 회원사는 최근 20곳을 넘었다. 최근엔 AI컨택트센터 서비스 고도화를 위해 ‘초거대 AI 모델’ 개발을 AI 원팀에 의뢰할 정도로 끈끈한 팀워크를 유지하고 있다. 2020년 11월엔 클라우드사업에도 원팀이 구성됐다. 최근엔 KT가 로봇 원팀도 구성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KT의 과제로는 사업구조 효율화와 기업가치 추가 개선이 꼽힌다.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구 사장은 ‘지주사 형태의 사업 구조’에 대해 언급했다. 이미 미디어 분야에선 KT스튜디오지니가 중간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다. 금융 분야에선 비씨카드, 고객서비스에선 KT IS 등이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더불어 밀리의서재, 케이뱅크 등의 기업공개(IPO)도 중장기 관점에서 추진될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계열사가 상장하면 KT의 기업가치가 더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