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국내 증시가 반등하면서 그간 시장을 짓눌렀던 공매도가 감소하고 쇼트커버링이 나타나고 있다. 쇼트커버링이란 공매도한 주식을 되갚기 위해 매수하는 것으로 통상 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 증권가에서는 에스엠, LX세미콘 등 실적이 탄탄함에도 공매도가 늘어난 종목을 눈여겨볼 만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증시 회복 기대감, 시장이 꿈틀댄다…"공매도 표적 종목, 급반등 가능"

공매도 거래대금 32% 감소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하루 평균 공매도 거래대금은 지난주(7월 18~22일) 3259억원으로 집계됐다. 7월 2주차(3851억원)와 3주차(3614억원)를 지나면서 점차 감소하는 추세다. 지난달 하루 평균 공매도 거래대금(4759억원)과 비교하면 31.5% 줄었다.

개별 종목의 공매도 잔액도 일제히 감소세다. 공매도 잔액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GKL을 제외한 나머지 9개 종목은 지난 20일 공매도 잔액 비중이 지난달 말 대비 하락했다. 이 기간 롯데관광개발(8.22%→8.01%), HMM(7.27%→7.11%), 호텔신라(7.23%→6.66%) 등의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공매도 잔액 비중은 공매도 잔액 금액이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뜻한다.

공매도 선행지표 역할을 하는 대차잔액도 줄어들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주식 대차잔액은 지난 22일 67조4345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5월 말 74조3473억원으로 연중 최고치를 경신한 후 감소세로 전환했다. 대차잔액은 투자자가 주식을 빌려놓고 갚지 않은 물량(금액)을 말한다. 증권가에서는 대차잔액을 공매도 대기자금으로 보고 있다.

쇼트커버링, 증시 반등 이끌까

증권가에서는 국내 증시가 반등 조짐을 보이면서 쇼트커버링 물량이 유입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매도 투자자는 차입한 주식에 대한 이자(수수료)를 지급해야 한다. 공매도 기간이 길어질수록 이자율은 높아진다. 증시 반등 시점에서는 공매도 포지션이 손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쇼트커버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전체 공매도 거래대금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외국인 수급에 변화가 생긴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달 들어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6866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지난 6월 한 달 동안 유가증권시장에서 5조5816억원어치를 팔아치운 것과 대비된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과거 외국인 수급은 코스피지수가 주가순자산비율(PBR) 1 이하로 내려가고 저점을 확인한 뒤 평균 4주 후에 순매수로 전환했다”며 “쇼트커버링과 함께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는 것으로, 지금도 이와 유사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증시 반등 국면에서 쇼트커버링 가능성이 높은 종목을 눈여겨볼 만하다고 조언한다. 신영증권은 △최근 3개월 동안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이 상향 조정되고 △시가총액 대비 120일 누적 공매도 금액 비율이 높은 종목을 추렸다. 에스엠, LX세미콘, 심텍, 한세실업, 엘앤에프, 후성, 에코프로, 에코프로비엠, HDC현대산업개발, OCI 등이 꼽혔다.

박소연 신영증권 투자전략부장은 “주식시장이 바닥을 찍었다는 징후는 부족하지만 상반기 시장을 괴롭혔던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이슈가 완화되고 있다”며 “현시점에서는 쇼트커버링 가능성이 높은 종목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정부가 공매도 금지 조치를 내놓을 경우 쇼트커버링 물량이 대거 유입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