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영끌족’이 벼랑 끝에 섰다. 부동산 가격 급등에 놀라 ‘패닉바잉’한 젊은 층은 부동산 시장이 하락세로 전환할 조짐을 보이자 집을 팔아야 하나 고민에 빠졌다. 2030 코인·주식 개미들은 이미 ‘고난의 행군’을 이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20·30대의 남들보다 뒤처지고 싶지 않아 하는 ‘포모증후군(Fear Of Missing Out syndrome)’이 이 같은 투자 실패 배경에 깔려 있다고 진단한다.
"나만 뒤처질라" 영끌한 2030…집·주식·코인 '트리플 급락'에 멘붕

산 지 1년도 안 돼 ‘눈물의 급매’

작년 10월 경기 성남 분당구 탑마을주공8차 전용면적 41.2㎡를 7억2000만원에 산 김모씨(32). 그는 당시 2억4000만원을 대출받아 집을 샀다. 3%대 후반 이자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김씨는 원리금 상환액 약 100만원을 부담했다. 그러다 최근 금리 인상 통보를 받았다. 다음달부터 매달 갚아야 할 돈은 150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나만 뒤처질라" 영끌한 2030…집·주식·코인 '트리플 급락'에 멘붕
김씨는 다시 아파트를 내놓을지 고민 중이다. 김씨 월급은 250만원. 대출 원리금을 다 갚으면 생활비를 100만원밖에 쓰지 못한다. 더 큰 문제는 현재 같은 평형대 매물이 7억원에 나와 있다는 점이다. 김씨는 “손절 타이밍만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직방에 따르면 집을 구매한 지 1년도 안 된 사람들이 매도하는 비율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전체 매도자 중 1년 이하 보유자 비율이 지난해 3분기 7.16%에서 올 2분기 9.92%로 올랐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이후 부동산 매입에서 20·30대가 차지하는 비율은 41%에 달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은 “젊은 층은 소득이 적어 견딜 힘도 부족하다”며 “금리 인상에 의한 하락장에서 가장 두려운 건 ‘영끌’한 젊은 층”이라고 설명했다.

주식·코인 개미는 이미 ‘고난의 행군’

주식, 코인에 투자한 20·30대는 이미 공황상태나 마찬가지다. 루나 코인에 투자한 회사원 정모씨(28). 2020년 초부터 코인에 투자하기 시작한 그는 하루에도 수백만원씩 이익을 내자 과감하게 지인과 은행에서 대출까지 받았다. 약 1억5000만원까지 자산이 불어나며 성공가도를 달리는 듯했다. 하지만 테라·루나 사태로 정씨의 자산은 1000만원 수준으로 폭락했다. 정씨는 “월급이 300만원이 채 안 돼 부동산을 사려면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자취방을 좁은 곳으로 옮겨 확보한 전세금으로 지인에게 돈을 갚았고, 은행 대출을 갚기 위해 생활비를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 투자에서도 실패하면 개인회생을 신청할 계획이다.

금융공기업에 다니는 이모씨(38)는 2020년 하반기에 비상금과 대출을 합쳐 4000만원가량을 주식에 투자했다. 한때 1000만원 이상 평가이익이 나자 그는 골프채를 바꾸고 최신형 스마트폰도 샀다. 올초엔 준대형 세단을 계약했다. 하지만 올초부터 주식들이 곤두박질치더니 1500만원 수준의 손실을 보게 됐다. 그는 주문한 새 차도 계약 해지했다.

2030 투자 실패 몬 ‘포모증후군’

전문가들은 “20·30대가 ‘포모증후군’에 의한 강한 충동으로 투자를 하는 경향이 지나치다”고 지적한다. 포모증후군은 세상의 흐름에 자신만 제외되고 있다고 느끼는 일종의 고립공포감을 뜻한다. 2030세대는 1990년대 이후 사교육이 보편화된 시절 입시경쟁을 하며 경쟁을 체화한 세대. 10대 시절부터 SNS를 이용했다. 그 결과 비교에 민감하고, 남들에게 뒤처지지 않아야 한다는 포모증후군을 심하게 앓고 있다는 분석이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남과 비교하는 데 민감한 20·30대가 누가 코인으로 돈 벌었다, 부동산에 영끌했다는 얘기가 나오면 ‘나도 들어가야 하나’란 심리가 생길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초조함에 과도하게 지배된 사례”라고 말했다.

부동산 가격 폭등에서 느낀 초조함이 주식, 코인 시장의 극단적인 투자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과거 젊은 층은 당장 집이 없어도 언젠간 집을 살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다”며 “문재인 정부 이후 부동산 급등기에 ‘오늘이 가장 집값이 싼 시기’란 인식이 생겼고, 초조해진 젊은 층이 ‘묻지마 투자’를 하는 경향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구민기/이광식/최세영 기자 k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