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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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회사 구내식당이 이렇게 맛집이었어?"

30대 직장인 A씨는 요즘 구내식당 '오픈런'을 해야하나 고민에 빠졌습니다. 부쩍 길어진 대기줄 탓에 식사 시간이 예전보다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A씨는 "맛은 그대로인 것 같은데 사람들이 몰린다"고 말했습니다. 한산했던 A씨 회사의 구내식당은 외부에서 오는 직장인들로 늘 만석입니다.

원인은 '밥값'에 있습니다. 나가서 먹기 부담스러워졌습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외환위기 이후 24년 만에 6%대로 치솟았습니다. 특히 외식 물가 상승률은 8%를 기록하며 1992년 10월 이후 가장 높았습니다. 직장인들의 점심 단골 메뉴가격도 크게 오르며 '런치플레이션'이라는 말까지 나왔는데요. 지난달 서울 기준 자장면 평균 가격은 6262원으로 올해 초 5769원에서 8.5% 올랐습니다. 이밖에 칼국수 6.4%(7769원→8269원), 김밥 6.4%(2769원→2946원), 김치찌개 백반 4.4%(7077원→7385원) 가격도 덩달아 뛰며 직장인들의 점심값 부담은 더 커졌습니다.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구내식당으로 직장인들 발길이 이어지는 이유입니다. 구내식당은 이렇게 '맛집' 대접을 받는데 단체급식 기업들의 성적표는 어떨까요.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단체급식 시장 규모는 4조3000억원(2019년 기준) 입니다. 삼성웰스토리(28.5%) 아워홈(17.9%) 현대그린푸드(14.7%) CJ프레시웨이(10.9%) 신세계푸드(7%) 등 대기업 계열사 5곳의 시장 점유율이 80%에 달합니다. 공교롭게도 업계 1, 2위를 달리는 삼성웰스토리와 아워홈은 비상장사입니다. 단체급식 관련주 가운데 업계 4위인 CJ프레시웨이를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CJ프레시웨이, 하반기 모멘텀 장착

CJ프레시웨이는 2분기 '깜짝 실적' 기대감이 커지는 중입니다. 최근 한 달간 실적 전망치를 발표한 5개 증권사의 컨센서스를 종합한 결과 CJ프레시웨이의 2분기 영업이익은 291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50% 넘게 증가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특히 단체급식 분야의 성장이 눈에 띕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CJ프레시웨이의 단체급식 부분 2분기 매출액이 134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6%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오지우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CJ프레시웨이는 대표적인 인플레이션 수혜주"라며 "식료품의 전반적인 가격 인상이 마진으로 이어져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반기 모멘텀도 장착했다는 분석입니다. 남성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CJ프레시웨이의 단체급식 사업에 대해 "경쟁사의 그룹 물량 출회에 따른 수주 가능성이 높다"며 "중소형 업체와 달리 일정 수준 이상의 규모를 구축하고 있고 안정적인 식수를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같은 전망 덕분에 주가는 22일 기준 3만6000원으로 연초(2만9400원)보다 22% 상승했습니다. 적극적인 M&A로 미래를 대비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입니다. CJ프레시웨이는 최근 푸드테크 스타트업 마켓로보에 403억원을 투자해 지분 27%를 매입하는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마켓로보는 기업 간 거래(B2B)용 식자재 유통 소프트웨어 '마켓봄'과 식자재 오픈마켓 '식봄'을 운영하는 업체입니다. 두 기업은 CJ프레시웨이의 상품·물류·제조 인프라와 마켓로보의 기술력을 접목해 최적화된 식자재 유통 솔루션을 개발할 계획입니다.

'바른 먹거리' 앞세운 풀무원 주가는 '옳지 않아'

다음은 풀무원입니다. 단체급식업계 6위 사업자입니다. '톱5'가 아닌데도 이 기업을 선정한 이유는 급식업계의 '신흥 강자'이기 때문입니다. 대기업 구내식당 일감 개방 조치의 최대 수혜주로 불리는데요. 대기업 계열사가 아니면서 단체급식 노하우와 인프라를 갖춘 중견기업으로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리는 중입니다. 이른바 '바른 먹거리' 원칙을 앞세워 삼성전자·삼성전기·현대자동차 등 국내 주요 대기업 급식 일감을 따내고 있습니다.

다른 급식기업들과의 차별화 포인트는 '대체식품' 입니다. 풀무원은 지난해 미국법인에서 식물성 지향 식품 브랜드 '플랜트스파이어드'를 선보이는 동시에 국내에서도 대체육 불고기 가정간편식(HMR)을 출시하며 채식 시장을 공략하고 있습니다. 3년여 전부터 급식 사업장에서도 채식 메뉴를 매주 하루 이상 운영하며 비건 열풍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입니다. 이러한 다양성 확보를 통해 대기업 단체급식 추가 수주 기대감을 키우고 있습니다.

2분기 실적 전망은 밝습니다. 대신증권은 풀무원의 2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6828억원, 12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 31%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영업이익 컨센서스(124억원)에 부합하는 수치입니다. 주가는 다소 아쉽습니다. 지난 4월25일 최고점(1만9000원)을 찍은 뒤 하락세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22일 전일보다 1.2% 내린 1만2350원에 거래를 마쳤는데요. 연초와 비교하면 38% 떨어졌습니다. 한유정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일본에서 유의미한 매출 성장이 이어지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라면서도 "영업손실 역시 확대되고 있어 비용 효율화가 먼저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신세계푸드, 엇갈리는 전망 속 단체급식은 '高高'

마지막으로 신세계푸드입니다. 이달 들어 증권사 3곳이 보고서를 발행했는데요. 두곳은 목표주가를 내렸고 한곳은 유지했습니다. 2분기 실적 전망이 다소 엇갈렸기 때문인데요. 이들 증권사의 컨센서스를 종합해보면 신세계푸드의 2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3542억원, 8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5%, 2.4%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됩니다.

하나증권은 " 4월 베이커리 판가 인상을 통해 밀가루·계란 등 원자재 부담을 일부 상쇄할 것"이라며 "상대적으로 베이커리 사업부의 이익 기여가 큰 만큼 수익성 회복은 긍정적"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이투자증권 역시 "노브랜드 버거 가맹점 확대가 순조로우며 가격인상분 또한 반영될 전망"이라며 "시장 기대치에 부합하는 영업실적이 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반면 높아진 원가율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존재합니다. 한화투자증권은 "원가율 증가에 따라 영업이익 개선은 어려울 것"이라며 "일부 상품군 가격 인상에도 불구하고 높아진 원가율을 온전히 커버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단체급식 사업에 대해선 한목소리로 성장을 예고했습니다. 하반기부터 대형 고객사의 수주가 반영되면서 빠른 회복세를 보일 것이란 분석입니다. 이경신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 재택인원 감소를 비롯한 식수 확대 효과가 예상된다"며 "최곤 저수익 사업장 철수와 동시에 고정비 부담이 낮은 형태의 사업모델 전환 또한 향후 이익 개선에 긍정적"이라고 말했습니다. 남성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신규 수주된 단체급식 사업장이 하반기에 본격 가동될 예정"이라면서 "단체급십 기업 물량 출회가 본격화되면서 수주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주가는 22일 전일보다 0.52% 내린 5만780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연초(81600원)보다 41% 하락한 가격입니다.

박병준 기자 r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