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치솟는 가운데 유럽 최대 정유업체인 셸이 원유 시추 설비를 매물로 내놨다. 노후화된 설비를 처분하고 설비 거점을 확대하려는 전략이다. 유럽의 규제당국과 주주들이 신재생에너지 전환을 밀어붙인 여파라는 분석도 나온다.

20일(현지시간) 로이터는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셸이 투자은행(IB)를 매각주관사로 선정해 미국 남부 멕시코만에 있는 원유 및 가스 설비 2곳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두 곳의 원유 생산량은 하루 총 5만배럴에 달한다. 셸은 두 시설의 인수가액을 15억달러(약 1조 9719억원)로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 다각화의 일환이란 분석이 나온다. 노후화된 설비를 매각하고 원유 시추 거점을 세계로 확대하려는 전략이다. 셸 관계자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셸은 이번 매각을 통해 2024년 생산을 시작하는 걸프만 거점 확대에 주력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신재생에너지 정책이 매각 결정에 영향을 줬다. 로이터는 기존 주주들과 각국 규제당국이 셸을 압박했다고 보도했다. 석유 등 탄소배출 사업 대신 신재생에너지 사업으로 업종을 전환하라는 압력이었다. 셸은 올해 안으로 영국 남부에 있는 가스전 2곳도 매각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매각이 쉽게 성사되지 않을 거라고 전망했다. 유가가 치솟는 환경에서 인수업체들은 많지만,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라서다. 석유업계 관계자는 “기름값과 가스 가격이 고공행진 상황은 분명 셸에 유리하다”며 “하지만 하루 새 자본시장의 흐름이 바뀌는 상황이 악재로 작용한다. 가격 변동 폭이 커지면 인수업체와 매각업체 두 곳 모두 인수가를 결정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