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구글이 망칠뻔한 랠리…유럽 50bp 인상은 블러핑?
지난 19일 뉴욕 증시의 상승세는 여러모로 인상적이었습니다. S&P 500은 2.8% 상승해 지난 한 달간의 박스권 상단이던 3900선을 넘어 마감했습니다. 나스닥과 다우까지 3대 지수 모두 4월 이후 처음 50일 이동평균선을 돌파했습니다. 2018년 12월 이후 가장 많은 S&P500 기업 98% 상승했습니다. 또, 11개 업종 모두가 올랐습니다. 베스포크 인베스트먼트는 "화요일은 2019년 1월 4일 이후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시장의 폭(breadth)이 가장 좋은 날이었다. 지난 6월 저점 이후 발생한 랠리는 폭이 다소 인상적이지 않았지만, 전날과 같은 날은 시장 성격을 바꾸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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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투자자들은 이를 시장이 바닥을 쳤다는 신호로 해석했습니다. 베어마켓이 끝났다는 것이죠. 제이슨 고퍼트의 제이슨 고퍼트 설립자는 ① S&P500 지수가 52주 최저를 기록한 뒤 30일 이내에 ② 3거래일 중 2거래일 동안 거래량의 85%가 상승세를 기록했을 경우 ③ S&P500 지수는 1년 후 100% 확률로 상승했다는 분석 결과를 제시했습니다. 수익률도 중간값 기준으로 23%에 달합니다. 고퍼트는 1940년 이후 이런 사례가 24번이나 있었다고 밝히면서 "약세장은 끝났다"라고 선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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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장 마감 뒤 2분기 실적을 공개한 넷플릭스도 이런 분위기를 뒷받침했습니다. 주가는 이날 7.4% 오른 채 거래를 마쳤습니다. 사실 실적이 매우 좋았던 것은 아닙니다. 2분기에 구독자가 200만 명 감소할 것이라고 했다가 97만 명 감소로 드러난 게 가장 밝은 점입니다. 200만 명 감소를 경고했던 지난 4월 하루 만에 42% 폭락했던 것 일부를 회복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스티펠은 "가입자 기반이 안정화되는 조짐이 보이면서 장기적으로 가입자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은 점점 희박해지고 있다”라면서 투자등급을 '매수'로 높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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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여전히 2개 분기 연속으로 구독자가 감소한 게 사실입니다. 특히 북미(미국/캐나다)와 유럽 등 가장 큰 두 시장에서 상반기에 300만 명의 가입자를 잃었습니다. 매출의 4분의 3을 차지하는 지역입니다. 넷플릭스는 또 3분기에 100만 명 가입자 순증을 예상했는데, 이는 월가가 예상한 180만 명의 절반밖에 안 됩니다. 니덤은 "넷플릭스의 연간 매출 증가율은 지난 6개 분기 연속으로 하락했다. 게다가 아마존과 애플은 스포츠 스트리밍에 돈을 쏟아붓고 있다. 넷플릭스가 경제이론에 면역된 게 아니라면 다른 스트리밍 회사들의 가입자 증가의 주요 원천이 될 수 있다"라면서 '중립'을 유지했습니다. 번스타인은 "넷플릭스 비관론자들은 '기묘한 이야기'(Stranger Things)에도 불구하고 북미 구독자가 감소했다는 것을 지적할 것이다. 그것은 위험 신호다. 하지만 회사 측이 제시한 가이던스는 가장 비관적 경우는 없앴다. 우리는 조만간 다시 저점(170달러)을 보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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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미 동부시간) 넷플릭스 등 기술주가 시장을 이끌면서 나스닥은 0.7% 상승세로 출발했습니다. 나스닥이 거의 2%까지 치솟자 보합권을 맴돌던 다우와 S&P500 지수도 상승했습니다.

주택 관련 경제 지표는 예상보다 나빴습니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가 발표한 6월 기존 주택 판매는 5월보다 5.4% 줄었습니다. 5개월 연속 감소입니다. 또 모기지은행협회(MBA)가 발표한 지난주 모기지 수요는 전주보다 6% 이상 감소해 22년 만에 최저로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시장에는 별 영향을 주지 않았습니다. 금리를 높이면 가장 먼저 냉각되는 분야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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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을 흔든 뉴스는 오후 12시 40분께 나왔습니다. IT매체 인포메이션에서 "구글이 채용을 중단한다"(Google says It will pause Hiring)라고 보도한 것입니다. 이메일을 통해 직원들에게 채용을 멈출 것을 통보했다는 것입니다. 지난 월요일 '애플 악몽'을 되살리는 듯한 뉴스였고, 주요 지수는 순간 급락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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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월요일 폭락한 애플이 금세 회복된 것을 본 학습효과 덕분인지 오후 2시가 넘어 상승세를 되찾았습니다. CNBC의 마이크 산톨리 주식평론가는 "완전히 새로운 소식이 아닌 뉴스에 반응한 것은 상승세가 충분히 확장됐다는 신호일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결국, 다우는 0.15%, S&P500지수는 0.59% 올랐고 나스닥은 1.58%나 상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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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스닥이 상대적으로 크게 오른 데서 보듯, 성장주가 시장을 주도했습니다. 코인베이스 14.34%, 블록 7.99%, 로쿠 6.91%, 쇼피파이 11.99% 등 고평가 성장주가 급등하면서 아크이노베이션펀드(ARKK)도 5.07% 올랐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숏커버링이 이어지고 있다고 본다”라고 전했습니다. 아마존(3.86%) 애플(1.35%) 마이크로소프트(1.06%) 등 빅테크도 크게 상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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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상원이 전날 밤 절차 투표에서 500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 육성 법안을 64대 34로 통과시켰다는 소식에 반도체 관련주가 상승 탄력을 받았습니다. 법을 통과시킨 게 아니고, 빨리 통과시키기 위한 절차에 돌입하자는 데 찬성한 것이죠. AMD(4.1%)와 엔비디아(4.8%) ASML(3.2%) 등 반도체 주가 대거 상승했습니다.

업종별로는 임의소비재(+1.77%) 정보기술주(1.56%) 등 경기민감 업종과 기술주가 급등했지만 유틸리티(-1.36%) 헬스케어(-1.06%) 필수소비재(-0.73%) 등 부동산(-0.53%) 경기 방어 업종은 급락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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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테슬라는 장 마감 뒤 2분기 실적 발표가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테슬라는 이미 중국의 코로나 봉쇄로 2분기 차량 인도 대수가 25만4000대로 지난 1분기보다 18% 감소했다고 밝힌 상황입니다. 하지만 넷플릭스 효과(예상보다는 낫다)로 인해 이날 정규 장에서 0.8% 상승했습니다. 그리고 실적을 내놓은 뒤 시간 외 거래에서 1%가량 추가 상승하고 있습니다. 주당순이익은 2.27달러(1분기 3.22달러)로 월가 추정 1.81달러를 상회했고, 매출은 169억3000만 달러로 예상 171억 달러를 약간 밑돌았습니다. 자동차 판매 총마진은 27.9%로 지난 분기의 32.9%보다 낮았습니다. 인플레이션과 경쟁 심화의 영향으로 풀이됩니다. 테슬라는 또 탄소배출권(규제 크레딧) 판매로 3억4400만 달러를 벌었습니다. 특이 사항은 보유하던 비트코인의 75%를 매각해 현금화했다는 것입니다. 테슬라는 수년간 연 평균 50%씩 차량 인도량을 증가시키겠다는 장기 목표를 유지했습니다. 루프 벤처스의 진 먼스터는 “마진이 예상보다 더 떨어졌다. 예쁘지는 않았지만 많은 투자자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좋았다. 그들은 어려운 환경을 잘 헤쳐나가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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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500 지수는 이제 4000을 테스트하고 있습니다. 지난 6월 10일 이후 밟아보지 못한 영역입니다. 그리고 오늘 시장은 어제와 같이 강한 모습은 보이지 못했습니다.

월가는 시끄럽습니다. "바닥을 쳤다"라는 주장부터, "지금은 아니지만, 곧 바닥을 볼 것", "다시 한번 저점을 테스트할 것" 등등 주장들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뉴에지웰스 롭 세첸 설립자
나는 여전히 상승하면 당신은 매도해야 하는 랠리라고 믿는다. 상당히 짧을 것이다. 유동성이 감소하는 방향에는 변화가 없다. Fed는 시장에서 유동성을 제거하는 긴축 정책을 지속할 것이며 유동성은 증시 멀티플을 줄일 것이다. 러시아발 뉴스 탓에 Fed는 완화로 전환하지 못할 것이다. 우리가 본 인플레이션, 주식 및 회사채 랠리를 고려할 때 Fed는 더 적극적으로 긴축할 수 있다. S&P500 지수는 100일 이동평균선(4147)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세 지수 모두 50일 이동평균선 위에 있고 S&P500 지수가 4100을 향해 움직이는 것을 보고 놀라지 않을 것이다. 이 지점에서는 큰 차이가 있다. 올해 S&P500 기업의 주당순이익이 평균 230달러(월가 콘센서스)가 된다면 지금 주가이익비율(P/E)은 18배가 될 것이다. 이는 2019년 말 Fed가 적극적으로 금리를 인하했을 때 거래됐던 수준이다. 나는 우리가 지난주 '골디락스'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다. 지난주 데이터 중 일부는 휘발유 가격이 하락한 시점을 반영하고 있는데, 이건 언제든 올라갈 수 있고 인플레이션 기대치도 올라갈 수 있다.

◆펀드스트랫 톰 리 설립자
지금 만들어지고 있는 모멘텀의 하나는 전반기에 보았던 많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정점을 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 투자자들이 지속하리라 생각했던 원자재, 내구재, 식품이나 주택 가격까지도 그렇다. 시장 관점에서 볼 때 인플레이션 위험이 감소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은 Fed가 덜 공격적으로 행동할 수 있게 해줄 뿐만 아니라 P/E가 확장할 수 있게 해준다. 또 기업 이익은 예상만큼 끔찍하지 않다. 따라서 E 부분은 부정적이지 않은데, 투자자들은 약세에 포지션을 두고 있고 부정적 심리도 많이 퍼져있다. 이것은 시장 상승을 위한 공식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시장이 뭔가 급등세를 보여줄 수 있다면 우리가 존중해야 할 것이 될 것이다. 1982년 주식 시장은 폴 볼커 의장보다 거의 3개월 앞서 있었다. 즉 볼커 의장이 긴축 조치 종료를 선언하기 3개월 전에 이미 시장은 바닥을 만들었다.

◆인베스코의 크리스티나 후퍼 전략가
현재 글로벌 시장 환경은 비관적이다. 하지만 2년 전 우리는 세계적인 팬데믹을 겪고 있었고 백신이 개발될지도 확신할 수 없었다. 우리는 지금 그때와 매우 다른 위치에 있다. 많은 선진국에서 물가가 치솟고 중앙은행들이 긴축하는 건 이상적이지는 않지만 2년 전보다는 훨씬 나은 위치에 있다. 그런데 그렇게 느끼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낙관론에 대한 몇 가지 이유를 제공하는 게 도움이 될 것 같다.
① 글로벌 공급망 압력이 완화되고 있다
② 원자재 가격이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③ 최근 인플레이션 데이터에는 밝은 부분이 있다=6월 소비자물가(CPI)와 생산자물가(PPI), 5월 개인소비지출(PCE) 등을 보면 헤드라인 수치는 상승했지만, 에너지와 음식료를 제외한 근원 물가는 떨어졌다.
④ 미국의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더 잘 고정되어 있다=미시간대 조사에서 측정된 7월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가 전월 3.1%에서 2.8%로 하락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구글이 망칠뻔한 랠리…유럽 50bp 인상은 블러핑?
⑤ 중국에서 긍정적 경제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2분기 성장률은 실망스러웠지만 6월은 탄탄한 반등을 보였다.
⑥ 비관주의가 시장에 만연할 때 긍정적 놀라움이 더 강력해질 수 있다=주식 시장이 더이상 하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특히 실적 기대치가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그렇다. 그러나 나는 우리가 정상보다 바닥에 훨씬 더 가깝고, 의미 있는 긍정적 촉매가 앞으로 몇 달 안에 나타날 수 있다고 믿는다.

◆모건스탠리 자산운용, 리사 샬렛 최고투자책임자
3분기에 접어들어 인플레이션이 정점에 이르렀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Fed가 공격적 긴축에서 물러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트레이더들은 2023년 기준금리 인하에 베팅하고 있고, 주식은 비교적 긍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반등했다. 하지만 세 가지 측면에서 이런 관측은 섣부를 수 있다.
① 2년/10년 국채 수익률 곡선 역전이 심화하고 Fed가 주시하는 3개월/10년 곡선이 평탄화되고 있다. 이는 Fed가 금리를 더 높일 것이고, 경기가 추가 둔화할 것이란 신호다.
② 달러는 다른 통화에 대해 20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달러 강세는 주가의 펀더멘털인 미국 기업들의 실적에 타격을 줄 수 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구글이 망칠뻔한 랠리…유럽 50bp 인상은 블러핑?
③ 금리 선물을 보면 2025년까지 최대 90bp 기준금리 인하에 베팅하고 있다. 이는 미국 경제가 더 어려워질 수 있어서 Fed가 결국 금리를 내려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부닥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투자자들은 인플레이션이 유지되면 기업들이 치솟는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 있다는 생각에 안일하게 의존하는 것 같다. 하지만 그런 시나리오는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과거 이런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에서는 상당한 기업 이익 감소가 동반되었다. 예를 들어, 1980년 3월~1982년 6월 사이에 인플레이션은 15%에 달했고 Fed가 급히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약 7%로 떨어졌다. 당시 기업 이익은 23% 감소했고, S&P500 지수는 고점에서 저점으로 40%가량 하락했었다.

◆세븐스리포트의 톰 에세이 설립자
나는 시장이 바닥을 쳤으면 하고 바라지만, 동시에 극단적 비관주의가 항복을 초래할 수 있기를 원한다. 시장 움직임의 기저 요인을 풀이하는 게 내 일인데, 결론은 경제나 기업 이익이 Fed의 긴축에 따른 전면적인 충격을 아직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날 상승세를 가로막던 변수에는 유럽이 있었습니다. 유럽은 전날은 유럽중앙은행(ECB)의 50bp 인상설+노르트스트림1 가스 공급 재개 보도로 인해 뉴욕 증시 상승을 지원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긍정적 소식은 하루 만에 불투명해졌습니다. 이는 유로화 약세를 불렀고, 달러화는 다시 강해졌습니다. 이날 유럽에서는 달러 가치에 영향을 준 세 가지 소식이 나왔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구글이 망칠뻔한 랠리…유럽 50bp 인상은 블러핑?
① ECB 과연 50bp 올릴까

전날 'ECB가 이번 주 통화정책회의에서 50bp 인상을 더 자세히 검토하고 있다'라는 뉴스가 나와 유로화가 강세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시장은 이를 100% 믿지 않고 있습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시장은 내일 금리 인상 폭을 35.7bp로 예상합니다. 25bp와 50bp의 딱 중간입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구글이 망칠뻔한 랠리…유럽 50bp 인상은 블러핑?
라보뱅크는 어제 보도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ECB가 인플레이션 전망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고 이사회가 진정 50bp 인상을 준비하고 있다면 블랙아웃 기간 훨씬 전에 그 가능성을 밝히기 시작했을 것이라는 겁니다. 라보뱅크는 뉴스가 흘러나온 게 이사회 내 협상 때문으로 보고 있습니다. ECB는 투표로 정책을 결정하는 미국 Fed와는 달리 컨센서스를 만들어 정책을 결정합니다. 유로존 국가 간의 힘이 다르니까요. 라보뱅크는 이탈리아 등 주변국의 금리 급등을 막는 '분열 방지 도구'(Anti Fragmentation Tool)와 관련된 논의에서 매파에게 당근을 제시하거나, 비둘기파에게 양보를 압박하는 과정에서 협상 칩으로써 50bp 인상 방안이 불거진 것으로 추정합니다.

② 드라기 없는 이탈리아?

이탈리아 연립정부의 핵심 정당인 오성운동(M5 S)과의 갈등으로 사임 의사를 밝혔던 마리오 드라기 총리는 이날 아침 의회 연설에서 연립정부 존속을 주장하면서 내각 신임투표를 부쳤습니다. 이날 오후 상원 표결에 부쳐진 신임안은 찬성 95표, 반대 38표로 통과됐습니다. 하지만 드라기 내각을 구성한 주요 정당이 표결에 대거 불참해 의미가 대폭 퇴색했습니다. 오성운동은 물론 중도우파 정당 전진이탈리아(FI)와 극우당 동맹(Lega)까지 '보이콧'에 나섰습니다. 오성운동과 내각을 함께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드라기 총리는 재차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에게 사임의 뜻을 밝힐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런 정치 혼란은 이탈리아의 금리를 높이고, 유로화를 떨어뜨리는 요인입니다.

③ 푸틴, 공급 재개하지만, 공급량은 20%?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노르트스트림1 가스관을 적시에 재가동하겠다면서도, 공급량 추가 축소 가능성을 경고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 가스프롬은 늘 책임을 다해왔다. 앞으로도 모든 책임을 충실히 이행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서방의 제재로 캐나다에 수리를 맡긴 파이프라인 가스터빈이 제때 반환되지 않고 있다면서 공급량이 축소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이게 가스프롬 탓이냐"라고 반문했습니다. 리처드 모닝스타 전 유럽연합 주재 미국 대사는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푸틴은 KGB 출신이고 전술가다. 그는 심리 게임을 하고 있으며 계속 돈을 벌면서 유럽을 무릎 꿇게 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라고 말했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구글이 망칠뻔한 랠리…유럽 50bp 인상은 블러핑?
가스 공급 축소는 경기 둔화로 이어질 수 있고요. 이는 ECB의 결정과 연결될 수 있습니다. 즉 금리를 높게 올리기 부담스러워집니다. 국제금융협회의 로빈 브룩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어제 유로는 ECB가 내일 50bp를 인상할지도 모른다는 소식에 상승했지만 이러한 종류의 유로 랠리는 매도 기회”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유로존이 경기 침체에 빠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ECB의 우선순위를 인플레이션에서 성장으로 옮겨가게 할 것이다. 연쇄적 금리 인상 사이클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블랙록도 이번 주 ECB가 높은 인플레이션과 침체 공포에도 0.25%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ECB가 11년 만의 금리 인상에 나서지만, 침체 우려에 보폭이 제한될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죠.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구글이 망칠뻔한 랠리…유럽 50bp 인상은 블러핑?
이렇게 된다면 유로화 강세가 이어지기는 어렵습니다. ING는 달러가 어제 유럽 등 다른 중앙은행들이 Fed와의 격차를 좁힌다는 관측에 상당한 조정을 겪었다고 밝혔습니다. 글로벌 위험 자산의 반등, 달러의 기술적 과매수 등도 달러 약세를 부추겼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추세적 약세는 아닐 것으로 봤습니다. 달러 약세 시나리오에는 여전히 큰 위험이 있다는 것입니다. ING는 유로존과 영국 등의 경제 상황을 볼 때 이들이 Fed보다 매파적이기 어렵다고 봤습니다. 또 지속적 달러 하락은 글로벌 위험 자산의 상당한 회복을 동반해야 하지만 세계는 글로벌 경기 침체의 위협에 대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습니다. ING는 "달러가 지난주 정점을 쳤다 하더라도 지속적 평가절하로 가는 길은 여전히 힘들고 매우 점진적일 가능성이 크다"라면서 "달러 강세의 또 다른 한 회가 올 위험도 여전히 매우 높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야데니리서치도 "전 세계의 지정학적 혼란이 계속 달러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끝이 보이지 않고, 유럽은 러시아 가스의 차단 가능성을 준비하고 있으며, 중국은 코로나와 주택 거품 붕괴로 계속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입니다. 또 신흥시장은 에너지와 식량의 부족/가격 앙등으로 인해 정치적 불안까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야데니리서치는 "많은 글로벌 투자자에게 미국 외에 대안이 없으므로 미국 자산에 대한 투자가 이어질 것이고 이는 달러를 지원할 것"으로 봤습니다.

앞으로 24시간 이내에 ECB는 통화정책회의 결과를 발표합니다. 또 러시아도 노르트스트림1을 통한 가스 공급 재개도 결정될 것입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