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로펌들이 앞다퉈 공정거래 조직을 키우는 데 힘을 쏟고 있다. 관련 조직 신설과 조직 확대 개편, 외부 전문가 영입을 통해 공정거래 분야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한창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에도 기업들의 공정거래법 위반 관련 고발과 수사가 활발할 것이란 판단하에 이 분야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공정거래' 덩치 키우는 대형 로펌들
치열한 조직 확대 경쟁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앤장법률사무소는 최근 진상훈 전 서울고등법원 고법판사(사법연수원 29기)를 공정거래그룹 변호사로 영입했다. 진 전 판사는 2003년 수원지방법원을 시작으로 약 19년간 서울중앙지법, 춘천지방법원, 대법원 법원행정처, 법제처 등에서 근무했다.

특히 법관으로서 마지막 3년을 서울고법 공정거래 전담 재판부에서 지내며 이 분야 전문가로 두각을 드러냈다. 이 시기 주심판사로서 “공정거래위원회가 퀄컴에 휴대폰 부품 특허를 무기 삼아 국내 제조사들에 시장지배력을 남용했다는 이유로 시정명령과 과징금 1조300억원을 부과한 조치는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려 주목받기도 했다.

김앤장은 비슷한 시기 홍기만 전 서울고법 공정거래전담부 담당판사(27기)와 김재중 전 공정위 시장감시국장도 공정거래그룹의 새 식구로 맞았다. 올 들어서도 전문가 영입을 통해 공정거래그룹의 덩치를 키우고 있다. 현재 공정거래그룹은 변호사와 회계사, 공정위 출신 고위공무원, 경제학 박사 등 이 분야 전문가 140여 명으로 이뤄져 있다.

다른 로펌들도 공정거래 관련 조직을 키우는 데 한창이다. 화우(공정거래형사TF)와 지평(공정거래그룹)이 지난 2월 공정거래 조직을 확대 개편했고, 태평양(공정거래조사대응센터)과 세종(공정거래형사대응TF)은 각각 3월과 4월 공정거래 조사에 대응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별도로 꾸렸다.

율촌은 최근 공정거래 부문 안에 공정거래 연구개발(R&D)센터를 마련해 주목받고 있다. 공정위 부위원장 출신인 신영선 고문(센터장)과 공정위 경제분석과 출신인 전우철 전문위원 등 10여 명이 공정거래 소송과 자문업무 수임에 도움이 될 만한 기업·산업·정책·인물에 대한 조사 및 분석 업무를 하고 있다. 광장도 70여명으로 이뤄진 공정거래그룹 전문성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이 로펌은 올해 글로벌 건설기계·인프라 솔루션기업의 공정거래법 및 대리점법 위반행위 혐의에 대해 공정위의 심사절차 종료 결정을 이끌어냈고, 해운사들의 한-중 노선 담합사건에선 중국 선사를 대리해 과징금 전액을 면제받는 결정을 받아내는 등 성과를 이어가고 있다. 이외에도 바른, 대륙아주, 동인 등도 적극적인 스카우트로 공정거래 조직의 몸집을 불리고 있다.
기업 수사 강화 대비하나
대형 로펌들이 경쟁적으로 공정거래 분야에 적극 투자하는 것은 윤석열 정부 출범 후 공정거래 관련 사건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서다. 정부는 현재 민간의 자율성을 중시하는 경제 정책을 기조로 삼고 있지만, 공정한 경쟁 질서를 훼손하는 행위에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는 방침을 다져가고 있다.

공정위가 고발해야만 검찰이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에 대해 공소제기할 수 있도록 한 전속고발권 제도를 보완하겠다는 의지도 강하다. 정부는 공정위에 의무고발 요청을 할 수 있는 대상과 기간 등을 변경하겠다는 계획을 국정과제에 포함해놨다.

현재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에는 감사원장과 검찰총장, 조달청장, 중소기업청장이 고발을 요청하면 공정위가 의무적으로 검찰에 고발해야 한다는 내용의 의무고발 요청제도가 함께 붙어 있다. 법조계에선 의무고발 요청이 늘어나는 방향으로 제도가 개선돼 공정거래 수사가 증가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국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이 대선 직후인 지난 3월 21일 ‘대기업 저승사자’로 불리는 공정거래조사부를 확대 개편한 것도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 부서는 조직 개편 후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받는 삼성웰스토리를 압수수색하고, 대웅제약(경쟁사 복제약 판매 방해 혐의)과 하림·올품·한강식품·동우팜투테이블·마니커·체리부로(닭고기 가격 담합 혐의) 등을 잇달아 재판에 넘기며 기업 수사 강도를 높이고 있다. 지난 4일 ‘특수통’인 이정섭 부장검사가 이 부서의 새 수장으로 취임한 것도 공정거래 수사의 끈을 팽팽히 조이겠다는 검찰 내부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