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이 하청노조 파업 여파로 휘청이고 있다. 파업 기간에 따라 1조원 선의 매출이 증발할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온다. 1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대우조선해양의 부채비율은 523.1%다. 지난해 말보다 144.1%포인트 올랐다. 지난해 1조754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1분기에도 4701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하청노조 파업에 휘청이는 대우조선해양
최근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2020년부터 선박 수주가 늘어난 영향으로 적자 폭이 점진적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가 상당했다. 금융정보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의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올 2분기와 3분기 각각 -507억원, -287억원이다. 하지만 지난달부터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노조가 전면 파업에 나서면서 계산이 복잡해졌다.

이 회사 하청업체 노조는 지난달 2일부터 전면 파업에 들어갔다. 일부 노조원들은 지난달 22일부터 이 회사의 경남 거제 아주동 옥포조선소 1도크(선박 건조공간)를 점거하고 농성 중이다. 회사 측은 도크 점거로 선박 건조에 차질을 빚으면서 지난달에만 2800억원의 매출이 증발한 것으로 추산했다. 최근에는 하루 매출 증발 규모가 260억원에 이른다. 이달 말까지 파업이 이어지면 8000억원 규모의 매출이 사라진다는 계산이 나온다.

대우조선해양의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4354억원이다. 하지만 파업 충격을 반영하면 영업손실이 5000억~6000억원대로 불어날 수 있다. 재무 상태도 좋지 않다. 지난 3월 말 이 회사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1조4413억원이다. 영업손실에 따른 자금 유출과 이자 비용, 차입 상환금 등을 감당하는 것이 빠듯한 상황이다. 3월 말 기준 대우조선해양이 1년 내 상환해야 하는 단기차입금 규모는 2조7280억원이다.

올해 초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M&A)이 무산되면서 외부 자금 지원 창구도 막혔다. 대주주인 산업은행(지분 55.7%)을 대상으로 신종자본증권(영구채)을 발행하거나 재차 유상증자를 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20여 년 동안 13조원을 투입한 산업은행과 채권단이 다시 한번 공적자금을 지원해야 하는 상황에 봉착했다”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