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공개(IPO)를 앞둔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들이 상장 일정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에 조바심을 내고 있다. 공모시장은 물론 상장 직전 프리 IPO 등 자본시장 전반에 걸쳐 자금줄이 마르면서다.

10일 투자금융(IB)업계에 따르면 토스뱅크 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는 내년을 목표로 했던 상장 일정을 2~3년가량 늦추기로 결정했다. 앞서 시행한 프리 IPO 라운드에서 1조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려 했지만, 예상보다 싸늘한 시장 반응 탓에 딜 클로징이 미뤄지면서다.

온라인 패션 플랫폼 무신사 역시 올해 하반기 주관사를 선정하고 이르면 내년 상반기 IPO에 나설 계획이었지만 시장 상황을 감안해 내년 이후 IPO 일정을 다시 수립하기로 했다. 펀딩을 한 차례 더 진행해 IPO에 나설 시간적 여유를 확보할 예정이다.

쿠팡 이후 두 번째로 미국 나스닥시장 상장을 꾀하던 여행·숙박 예약 플랫폼 야놀자도 최근 시장의 눈높이가 크게 낮아지자 상장 계획을 재검토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지난해 야놀자가 소프트뱅크로부터 2조원의 투자를 유치할 당시 기업가치는 10조원으로 평가받았으며, 시장에선 상장 후 기업가치가 최대 30조원까지 치솟을 것이란 기대가 컸다. 하지만 최근 장외시장에서 야놀자 기업가치는 7조원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공모 시장에서 자금 흐름이 기대치를 밑돌자 유니콘 기업들이 상장 일정을 하나둘 미루는 모습이다. 투자 심리가 급랭한 가장 큰 원인은 국내외 주식 시장의 침체다. IB업계 관계자는 “최근 2~3년간 IPO 시장이 호황기를 맞으면서 유니콘 기업이 외부 투자 유치부터 IPO까지 순탄하게 진행할 수 있었던 호시절은 지나갔다”며 “투자금 회수가 만만치 않아진 만큼 투자자의 심사 잣대도 한층 높아졌다”고 말했다.

얼어붙은 시장 상황에서도 IPO를 강행하는 유니콘 기업들은 자진해서 기업가치를 낮추는 선택을 했다. 운영자금 마련을 위한 외부 자금 수혈이 필수적인 만큼 기존 투자자를 설득해 상장을 최우선 목표로 잡은 결과다.

‘유니콘 특례 상장 1호’로 도전한 보로노이는 지난 3월 수요예측에서 흥행에 실패하자 재도전에 나서면서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을 5000억원대로 내려 잡았다. 지난해 8월 프리 IPO 투자를 유치할 당시 인정받은 기업가치(7000억원)보다 낮은 몸값이다. 올 8월 공모를 진행하는 쏘카 역시 공모가 하단 기준 시가총액이 1조1000억원대로 3월 롯데렌탈로부터 투자를 유치할 때 인정받은 기업가치(1조3000억원)보다 낮은 수준이다.

당분간 성장성으로 주목받는 플랫폼 스타트업의 자금 조달은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시장의 지배적 관측이다. 유니콘 기업에 대한 ‘투자자 우위 시장’이 형성된 상황에서 이미 많은 적자를 내는 회사들이 시장에서 예전처럼 높은 가격을 인정받기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