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피습에 흔들린 日증시…시장선 "통화정책 변화에 주목"
아베 신조 전 일본총리가 피습당하면서 일본 증시 및 환율시장이 출렁였다. 향후 통화정책에 변화가 있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영향을 미쳤다. 다만 일각에선 디플레이션을 탈피하기 위해선 일본은행(BOJ)이 통화완화정책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며 단기적 영향에 그칠 것이라고 봤다.

8일 일본주식시장에서 니케이225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0.1% 오른 26517.19에 장을 마쳤다. 오전까지만 해도 1%대 상승했던 니케이225지수는 오후 들어 상승폭을 급격히 줄였다. 이날 엔·달러 환율 역시 1달러 135엔대까지 상승했다. 오전중에는 1달러 136엔 전반을 유지하고 있었다.

아베 전 일본총리의 피습 소식이 영향을 미쳤다. 이날 NHK는 오전 11시30분께 아베 전 총리가 나라현 나라시에서 참의원 선거 유세 도중 산탄총을 맞아 심폐 정지 상태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아베 전 총리는 재임시절 '아베노믹스'로 불리는 강력한 재정·통화정책 완화를 주장했다. 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는 아베 전 총리 재임시절이었던 2013년 총재로 취임, 아베노믹스 정책에 발맞춰 시중 통화량을 두 배로 늘리는 등 공격적인 양적완화를 단행하기 시작했다. 이후 일본은 총리가 두 번 바뀌었지만 아베노믹스를 기초로 한 통화정책을 수정하지 않아왔다.

시장에선 아베 전 총리의 피습으로 아베노믹스를 골자로 한 통화정책이 바뀔 수도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본 정재계에 여전히 강력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아베 전 총리가 서거할 경우 아베노믹스 정책에 대한 동력이 상실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미 일본 국내에선 엔저로 인해 물가 상승이 높아지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일본 증시는 완화적인 통화정책 속에 올들어 7.9% 하락에 그치는 등 비교적 선방하고 있다. 같은 기간 S&P500지수가 18% 하락한 것에 비하면 하락폭이 작다. 다만 향후 통화정책이 바뀐다면 증시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며 이날 증시가 흔들렸다.

최보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은 총리가 바뀌었어도 여전히 아베노믹스의 그림자가 이어지고 있다"며 "완화적인 정책을 지지했던 아베 전 총리가 쓰러짐에 따라 당분간은 정책 불확실성이 커지며 엔화 평가 절하 속도가 둔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단기적 영향에 그칠 것이라고 보는 의견도 나온다. 한 국내 펀드매니저는 "BOJ 입장에선 물가 상승률을 2% 근처에 맞추려면 일드커브컨트롤(YCC·국채 10년물 금리 상한을 0.25%로 정해놓고 이보다 높아지면 국채를 무제한 매입)을 지속할 수밖에 없다"며 "아베 전 총리의 피습으로 통화정책을 선회하기엔 디플레이션을 피하고 싶은 BOJ에게 다른 선택지가 없다"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