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정책 기조나 정치권 입김에 따라 특정 업종별 주가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정치권과 정부가 뛰는 물가를 잡기 위해 ‘가격 규제’ 압박에 나서면서 정유, 금융업종 주가는 직격탄을 맞았다. 반면 정부가 적극적 육성을 약속한 원전 업종 등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실적과 주가 따로 가는 은행주
정치권과 정부의 압박에 주가가 휘청인 대표적 업종 중 하나가 금융주다. 금융당국이 지난달 20일 은행권의 ‘이자 장사’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대출금리 인하를 요구하고 나선 게 계기가 됐다. 이후 이달 7일까지 약 3주간 금융주는 10~20% 하락했다. (-16.1%) (-13.6%) (-12.5%) (-11.6%) 순으로 하락 폭이 컸다. 카카오뱅크 주가도 12.2% 떨어졌다.
정책에 울고웃고…은행·정유주↓ 원전주↑
대출금리 인하 압박뿐만이 아니다. 금융당국은 지난 6일 금리정보 공시제도 개선 방안도 발표했다. 은행들이 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차이(예대금리차)를 매달 비교해 공시하도록 했다. 은행 간 금리 경쟁을 유도해 소비자 편익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증권가에선 당분간 은행 관련주의 실적과 주가는 따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은행 예대마진에 대한 비판과 이에 따른 은행의 대출금리 인하 움직임이 실제 순이자마진(NIM)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크지 않더라도, 투자 심리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가격 통제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정유업계 사정도 마찬가지다. 고유가가 이어지고 국내 기름값이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자 정치권에선 정유사에 대한 초과이익 환수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달 21일 “정유업계에 고통 분담을 요구하겠다”고 발언한 뒤 SK이노베이션 주가는 22일부터 이틀간 약 10% 하락했다.

이후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국제 유가가 하락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배럴당 120달러 선을 넘어섰던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은 이달 6일(현지시간) 기준 배럴당 98.53달러까지 하락한 상태다. 정유업계의 정제마진은 여전히 사상 최대 규모 수준이지만, 유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면 정제마진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 주가는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7일까지 각각 22.2%, 17.6% 하락했다.
○정부가 밀어주는 원전 주가는 ‘쑥’
지난 정부에서 소외된 산업이 새 정부의 지원으로 기지개를 켜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게 원전산업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경남 창원에 있는 원전 기업 두산에너빌리티를 방문해 “철철 넘칠 정도로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달 5일에는 단계적 원전 감축을 앞세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공식 폐기하고, 2030년까지 원전 비중을 30% 이상으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원전 관련주는 꾸준히 상승세를 탔다. 윤 대통령의 발언 이후 이날까지 두산에너빌리티가 12.6%, 한전기술은 19.9% 올랐다. 해외에서도 호재가 이어졌다. 유럽연합(EU) 의회는 원자력발전과 천연가스를 친환경 투자 기준인 녹색분류체계(택소노미)에 포함하기로 결정했다.

양일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이 있는 체코, 폴란드 등 동유럽 국가의 원자력 발전 건설이 활발해지면 국내 원전 관련 기업의 수출 기회가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