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이 로보틱스 비전 발표를 위해 로봇개 스팟과 함께 무대위로 등장하는 모습.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이 로보틱스 비전 발표를 위해 로봇개 스팟과 함께 무대위로 등장하는 모습.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로봇:현재가 된 미래’ ‘New Era:로봇과 공존하는 세상’ ‘로봇이 선사한 무인화 혁명’…올해 증권사들이 발간한 로봇 산업 보고서 제목이다. 먼 미래의 일로만 여겨졌던 로봇 시대가 눈앞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등 국내 대기업들은 일찍이 로봇을 미래 먹거리로 점찍고 투자에 나서고 있다. 윤석열 정부도 ‘로봇 세계 3대 강국’을 목표로 내세우며 정책 지원을 예고하기도 했다. 로봇이 성장성이 높은 산업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지만, 국내 업체들 대부분이 적자 상태인 만큼 옥석 가리기가 중요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증권가 로봇 보고서 쏟아져
7일 산업용 로봇 업체 유일로보틱스는 29.77% 급등한 2만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17.12%), (5.82%), (5.03%), 레인보우로보틱스(5.01%), (4.90%), (3.23%) 등 다른 로봇 관련주도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이날 IBK투자증권에서 로봇 산업 보고서가 나오면서 업종 전반에 걸쳐 투자 심리가 개선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로봇은 올해 증권가에서 가장 주목하는 성장산업 중 하나다. 올 들어 키움·IBK·유진·하이·이베스트투자증권 등이 로봇 산업 심층 보고서(인뎁스 리포트)를 발간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그동안 로봇이 단순 기계에 머물렀던 이유는 머리에 해당하는 인공지능(AI)의 수준이 낮았기 때문”이라며 “최근 AI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점에서 로봇 산업의 새로운 도약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서 꼽는 로봇 시장의 주요 성장 요인은 크게 다섯 가지다. △AI·클라우드 등 기술 발전 △고령화와 인건비 상승에 따른 노동력 부족 △로봇 가격 하락 △삼성전자·현대차·LG전자 등 주요 대기업 투자 확대 △윤석열 정부 정책 수혜 기대 등이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로봇은 반도체와 배터리를 잇는 차세대 먹거리 산업”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다만 국내 로봇주는 테마주 성격이 강한 만큼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로봇주는 지난 3월 삼성전자가 로봇을 신사업으로 적극 육성하겠다고 발표했을 때 주가가 급등락한 바 있다. 또 적자 상태이거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매우 높은 기업이 많아 지금 같은 금리 상승기에 주가 변동성이 크다. 전문가들이 로봇주에 투자할 때 옥석 가리기를 강조하는 이유다.
로봇 밸류체인 대해부
로봇은 공장 자동화에 활용되는 산업용 로봇과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비스 로봇으로 나뉜다. 현재 산업용 로봇이 주류이지만 서비스 로봇의 성장성이 더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은 2030년 전문 서비스 로봇 시장 규모(900억~1700억달러)가 산업용 로봇 시장(400억~500억달러)보다 최대 2배 이상일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이 서비스 로봇에 주력하면서 이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로봇 매커니즘 3단계. 자료=IBK투자증권
로봇 매커니즘 3단계. 자료=IBK투자증권
로봇을 매커니즘에 따라 구분하면 인지, 판단, 구동의 세 단계로 나눌 수 있다. 이중 모터, 감속기 등 구동부가 로봇 전체 제조원가의 약 70%를 차지한다. 로봇의 움직임이 정교화될수록 로봇 관절 수가 많아지고 모터와 감속기의 성능이 중요해진다. 감속기란 로봇의 관절 역할을 하는 부품으로, 모터의 회전속도를 줄여 회전력(토크)을 높여준다.

KB·이베스트·IBK투자증권은 로봇 구동부를 생산하는 기업을 눈여겨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국내에선 에스피지가 고정밀 로봇 감속기 양산에 성공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에스피지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전년 대비 40.2% 증가한 330억원이다. 이 회사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8.2배로 로봇 관련주 가운데 낮은 편이다.

유진투자증권은 레인보우로보틱스를 최선호주, 로보티즈를 차선호주로 꼽았다. 키움증권도 레인보우로보틱스, 로보티즈, 유일로보틱스를 관심 종목으로 제시했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국내 최초 이족보행 로봇 ‘휴보’를 개발한 카이스트 연구팀이 세운 기업으로 유명하다. 올해 협동로봇 판매 증가에 힘입어 실적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1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지만 올해 2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흑자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로보티즈는 모터·감속기·제어기로 구성된 로봇 전용 구동장치인 액추에이터를 생산한다. 액추에이터는 스스로 이동하면서 작업해야 하는 서비스 로봇의 핵심 부품이다. 이 회사는 로봇 제조원가의 30~40%를 차지하는 정밀감속기도 개발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실내 자율주행로봇을 상용화했고 실외 자율주행로봇 개발도 성공했다.

유일로보틱스는 자동차, 2차전지, 가전산업 등에 사용되는 자동화 로봇을 개발한다. 직교 로봇, 협동 로봇, 다관절 로봇 등 산업용 로봇의 전 제품군을 갖추고 있는 것이 강점이다. 올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7.7% 증가한 44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증권사들은 추정하고 있다.

국내 종목을 고르기 어렵다면 세계 로봇산업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눈여겨볼 만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대표적 로봇 ETF는 ‘글로벌X 로보틱스&AI ETF(티커명 BOTZ)’와 ‘로보 글로벌 로보틱스&오토메이션 인덱스 ETF(ROBO)’, ‘아크 자동화 기술&로보틱스 ETF(ARKQ)’ 등이 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