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식 SD바이오센서 회장. 사진=김영우 기자
조영식 SD바이오센서 회장. 사진=김영우 기자
국내 체외진단 전문기업인 에스디바이오센서(SD바이오센서)가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SJL파트너스와 손잡고 미국 나스닥시장에 상장된 진단업체 머리디언 바이오사이언스를 약 2조원에 인수한다. SD바이오센서가 단행하는 역대 최대 규모 M&A다.

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D바이오센서는 SJL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꾸려 머리디언 기업을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인수금액은 약 2조원 수준이다. 1977년 설립된 머리디언은 미국 신시내티에 기반을 두고 있는 체외진단기 제조·판매 기업이다. 머리디언은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에 진단시약 등을 공급하면서 성장한 대표적인 코로나 수혜 기업 중 하나다.
◆코로나로 급성장한 진단 전문 기업
SD바이오센서는 코로나19 신속항원 진단키트로 유명한 국내 기업이다. 글로벌 제약사 애보트, 국내 기업 씨젠 등을 제치고 전세계 판매량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서울대 수의학 박사 출신인 조영식 SD바이오센서 의장이 1999년 창업한 에스디가 전신이다. SD바이오센서는 코로나19 바이러스 대유행 시기 진단키트를 발빠르게 개발, 판매하면서 '대박'을 터트렸다. 이 진단키트는 2020년 9월 세계 최초로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긴급 사용 승인 허가를 받아 현재 전세계 대부분 국가에 수출되고 있다.

SD바이오센서 신속 항원진단키트
SD바이오센서 신속 항원진단키트
실적은 고공행진했다. 코로나가 터지기 전인 2019년 729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은 지난해 2조9299억원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5억원에서 1조3640억원으로 900배 이상 늘었다. 지난해 삼성바이오로직스 등을 제치고 국내 바이오 기업 중 영업이익 1위를 기록했다. 매출은 진단키트 비중이 90% 이상으로 압도적이다. 지난해 매출 중 진단키트가 속한 ‘면역화학진단’ 제품 매출이 2조6688억원이었다.

이같은 성장에 힙입어 지난해 7월 코스피에 상장했다. 이날 오후 2시 기준 시가총액은 4조6059억원을 기록했다.

SD바이오센서는 이번 인수가 마무리되는대로 세계 최대 규모인 미국 시장 공략을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향후 5년 내 현장검사(POC, Point of care) 분야에서 글로벌 상위 3위 업체에 들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20년 넘게 체외 진단 ‘한우물’
SD바이오센서의 창업자인 조영식 의장은 20년 넘게 체외 진단 분야만 연구한 전문가다. 그는 세계 최초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말라리아 등의 진단 시약을 개발했다. SD바이오센서의 진단키트가 애보트 등을 제치고 전세계 판매량 1위를 기록한 것도 조 의장의 오랜 경험과 발빠른 대응 덕분에 가능했다.

SD바이오센서는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이 본격화되기 전 진단키트 개발에 돌입해 그 해 9월 세계 최초로 세계보건기구(WHO)의 긴급 사용 승인 허가를 받았다. 성능 검증을 인정받은 것은 물론이다. 일찌감치 자동화 설비를 구축해 둔 것은 신의 한 수 였다. 경쟁업체들이 생산설비를 갖추는 동안 글로벌 국가들의 공급 요청에 실시간 대응했다.
◆포스트 코로나 성장 동력 확보
SD바이오센서가 2조 규모에 달하는 대형 M&A를 단행하는 건 코로나 엔데믹 이후에도 지금 같은 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선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때문으로 분석된다. 조 의장은 지난해 '넥스트 코로나'를 대비해 M&A와 투자를 공격적으로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은 세계 최대 규모의 바이오 시장이다. 미국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는다면 글로벌 진단기기 시장도 보다 쉽게 장악할 수 있게 된다. SD바이오센서는 현지 사정을 잘 아는 기업을 인수해 미 전역을 공략하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SD바이오센서는 이미 유럽 시장에도 손을 뻗었다. 지난해 말부터 해외에서 세 곳의 체외진단 기기 유통회사를 사들였다. 브라질에 있는 에코디아그노스티카(470억), 이탈리아에 있는 리랩(619억원), 독일에 있는 베스트비온(161억원) 등이다. 충북 증평공장에 1880억원을 투자해 생산 설비 확충 계획도 발표했다. 내년까지 증평공장 내 연간 5700만개의 신속분자진단기기 ‘스탠다드 엠텐(STANDARD M10) 카트리지’를 생산하겠다는 목표다. 스탠다드 엠텐은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주력 제품이다.

일각에선 코로나 엔데믹으로 진단기기 기업들의 성장이 포화된 게 아니냐는 시각이 있지만, SD바이오센서는 이 분야의 성장성이 여전히 크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 외에도 다양한 질병 및 전염병 진단시약 등에 대한 개발 여지가 무궁무진하다는 설명이다.
◆국내 기업 해외 기업 인수 지원 SJL파트너스
SJL파트너스가 보유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보다 빠르게 점유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SJL파트너스는 JP모건 한국 대표를 지낸 국내 IB업계 1세대 임석정 회장이 이끄는 사모펀드 운용사다. 국내 기업의 크로스보더 M&A를 지원하는 역할을 표방하고 있다. 2018년 국내 종합 건자재업체 KCC, 반도체 소재·장비업체 원익QnC와 손잡고 세계 3대 실리콘 기업인 미국 모멘티브 인수를 성사시켜 주목을 받았다.

이번 거래는 모멘티브 인수 이후 3년 만이다. 임 회장이 평소 SD바이오센서의 성장성을 믿고 거래를 적극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SJL파트너스 2018년 설립 후 첫 거래로 셀트리온헬스케어가 발행한 20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인수한 바 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