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남양유업 본사 입구의 간판. /출처=연합뉴스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남양유업 본사 입구의 간판. /출처=연합뉴스
이 '오너리스크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사이 애꿎은 소액주주들만 피해를 입고 있다. 남양유업이 홍원식 회장의 '인수합병(M&A) 노쇼'로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와 법정 공방을 벌이는 가운데 1년새 시가총액이 3000억원 넘게 증발했다.

7일 오전 9시20분 현재 남양유업은 전 거래일 종가와 같은 36만9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현재 주가는 작년 7월1일 연중 최고가(장중 81만3000원)를 경신한지 1년 만에 54.6% 떨어진 수준이다.

남양유업 경영권을 둘러싼 홍 회장 일가와 한앤코 간의 법적 분쟁이 격화되고 있다. 양측은 주식매매계약 이전 '백미당' 분사 약속 등이 있었는지를 두고 각자 주장을 고수하며, 조금도 이견을 좁히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번 소송은 한앤코가 지난해 홍 회장과 그 일가의 남양유업 지분 53.08%를 3107억원에 매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가 홍 회장 측의 계약 파기로 불거졌다. 홍 회장은 매수자인 한앤코가 계약 체결 후 태도를 바꿔 사전 합의 사항에 대한 이행을 거부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지만, 한앤코 측은 '백미당 분사 등 논의된 적 없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홍 회장이 법정 공방에 몰두하는 사이 그 피해는 일반 투자자들에게 돌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시장에선 오너리스크에 따른 법률 리스크가 불거진 만큼 남양유업이 유무형의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작년 한때 80만원이 넘었던 남양유업의 주가는 불과 1년여 만에 36만원대로 곤두박질쳤다. 이 기간 시가총액도 5853억원에서 2656억원으로 약 3200억원 쪼그라들었다.

실적도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234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7% 늘었지만 영업손실은 222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동기보다 적자폭이 약 86억원 확대됐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지난달 21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남양유업과 한앤컴퍼니 양사의 계약 불이행 관련 주식양도 소송 7차 변론기일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스1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지난달 21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남양유업과 한앤컴퍼니 양사의 계약 불이행 관련 주식양도 소송 7차 변론기일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스1
남양유업은 2013년 대리점에 물량을 밀어내는 '갑질' 사태로 처음 불매운동의 대상이 됐다. 2019년 4월엔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씨의 마약 투약 보도로 불매운동이 다시 불거졌고, 이후 같은해 3분기부터 영업손실이 나기 시작했다.

지난해엔 자사 발효유 '불가리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효과가 있다고 발표하며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홍 회장과 한앤코 간의 법정 다툼도 장기화될 조짐이다. 일각에서는 오너리스크로 인한 피해도 계속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만약 이번 소송이 대법원까지 가게 된다면, 최대 3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편 작년 말 기준 남양유업의 소액주주는 8219명이고 주식수는 24만6467주(지분율 34.2%)에 달한다. 현재 주가 36만9000원 기준 소액주주가 들고 있는 주식가치는 908억원에 이른다.

류은혁 한경닷컴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