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2일부터 국내에서도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과 개인형퇴직연금(IRP)에 대한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가 도입된다. 다만 퇴직연금사업자가 제시하는 실제 디폴트옵션 상품은 10월이 되어야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5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상품으로는 △원리금보장상품 △펀드상품(타깃데이트펀드(TDF)·밸런스펀드(BF)·스테이블밸류펀드(SVF)·사회간접자본(SOC)펀드) △펀드나 원리금 보장 상품을 혼합한 포트폴리오 등이 가능하다.

모든 상품이 적격 디폴트옵션 상품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퇴직연금 사업자가 적격 디폴트옵션 상품군을 제시하면 이 상품은 심의위원회를 거쳐 고용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펀드·포트폴리오 상품은 자산 배분의 적절성, 손실 가능성, 수수료 등을 검토해 디폴트옵션 상품으로 승인한다는 계획이다.

고용부 차관이 위원장을 맡는 심의위원회는 정부 위원, 퇴직연금 전문가 들로 구성된다. 첫 심의위원회는 10월이 되어야 열린다. 10월 내에 심의위원회를 거쳐 승인된 상품을 사업자들에게 일괄 공지한다는 계획이다.

개별 퇴직연금 사업자는 △초저위험 1개 △저위험 3개 △중위험 3개 △고위험 3개 등 총 10개 상품까지 승인받을 수 있다. 고용부는 퇴직연금 상품을 최대 10개로 제한한 이유에 대해 "디폴트옵션 상품은 소수의 대표상품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발생시켜 수익률을 제고하는데 그 취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디폴트옵션 상품명은 '○○증권 디폴트옵션 중위험 TDF'와 같은 형태가 된다.

퇴직연금 사업자들은 고용부로부터 승인 받은 상품군 전체를 기업(사용자)에게 제시한다. 기업은 여러 퇴직연금 사업자가 제시하는 상품군을 취사 선택해 퇴직연금 규약에 반영한다. 이때 근로자들의 선택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초저위험·저위험·중위험·고위험 등 위험 성향별로 최소 1개 이상의 상품을 제시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퇴직연금 규약에 반영할 때는 근로자 대표의 동의가 필수다. 이후 근로자는 회사가 제시한 상품군 중에서 자신의 투자 성향에 따라 디폴트옵션을 선정하게 된다. 기존 퇴직연금 상품의 만기가 도래했는데 근로자가 운용 지시를 하지 않으면 최대 6주간 대기한 후 디폴트옵션으로 자동으로 운용된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연말이 되야 자신의 디폴트옵션 선택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용부 관계자는 "기업(사용자)의 디폴트옵션 도입에 대한 1년 유예 기간을 부여한 만큼 시간적으로는 여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퇴직연금 사업자나 자산운용업계에서는 상품 개발을 위한 추가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나온다. 이에 대해 고용부 관계자는 "상품을 심사하고 디폴트옵션 적격성을 판단하는 것은 심의위원회의 역할"이라며 "현재는 정부에서 생각하는 기본적인 가이드라인만 제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