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감원장, 신용카드사 캐피털사에도 '금리 부담 경감' 주문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사진)이 5일 신용카드사와 캐피털사 등 여신전문금융사 최고경영자(CEO)들에게 "금융 소비자를 위해 금리인하요구권 제도를 활성화해 소비자의 금리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해달라"고 주문했다.

또 "코로나19 지원 프로그램의 종료에 대비해 취약차주를 지원해달라"며 "여전사가 자체 운영 중인 채무조정 지원 프로그램을 활용하고 고금리 대출 취급 시엔 상환 능력을 고려해달라"고 당부했다.
"취약계층 금리 부담 낮춰야"
이 원장은 이날 서울 다동 여신금융협회에서 업계 CEO 들과 유동성 및 건전성 리스크요인을 점검하는 간담회를 열고 이 같이 요청했다.

간담회에는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 김대환 삼성카드 사장, 조좌진 롯데카드 사장, 최원석 비씨카드 사장, 목진원 현대캐피탈 사장 등이 참석했다.

이 원장은 "여전사 가계 대출은 취약층이 이용하는 고금리 상품이 많다"며 "취약차주에 대한 고금리 대출 취급 시 차주의 상환능력에 맞는 대출 취급 관행이 정착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 원장은 "올해 8월부터 회사별 금리인하요구권 운영실적 공시가 시행되므로 고객 안내 강화 등을 통해 신용도가 개선된 고객의 금리부담이 경감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이용액이 급증한 결제성 리볼빙에 대해 "취약차주의 상환 부담을 일시적으로 줄여줄 수 있지만 불완전 판매에 대한 우려가 있다"며 "금감원은 리볼빙 설명서 신설, 취약차주 가입 시 해피콜 실시, 금리산정내역 안내, 금리 공시 주기 단축 등 개선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소개했다.

결제성 리볼딩에 대해 언급한 것은 이달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강화 조치 이후 DSR 적용대상에서 제외되는 현금서비스, 결제성 리볼빙 등이 불어나고 있다는 문제 의식 때문에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를 주문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금 서비스와 결제성 리볼빙은 소비와 직접 연관된 급전이라는 점에서 DSR에 넣기 쉽지 않다"며 "특히 결제 리볼빙은 소비지출가 직접적 관련이 있는 반면, 부실화하면 눈덩이 처럼 불어나는 특징이 있기에 신용카드사에 '취급 자제'를 요청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여전사 유동성, 리스크 관리 강화해야"
이 원장은 여전사 CEO들에게 유동성 관리를 강화해달라고도 주문했다. 2020년 코로나19 발생 당시 여전채 신규 발행이 중단됐던 점을 언급하면서 "유동성 리스크가 가장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리스크이며 이는 업계 스스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자체적으로 보수적인 상황을 가정해 유동성 스트레스테스트를 실시하고 비상 자금 조달계획도 점검해달라"며 "추가적인 대출처 확충이나 유상 증자 등 대주주 지원방안 등을 통해 만기도래 부채를 자체적으로 상환할 수 있도록 충분한 규모의 유동성 마련해달라"고 했다.

그는 "단기 수익성 확보를 위한 무리한 영업 확장이나 고위험 자산 확대는 자제해달라"고 요청하면서 "손실흡수 능력 확충을 위해 미래전망을 보수적으로 설정해 대손충당금을 충분히 적립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여전사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기업 대출을 늘리는 현상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그는 "대출 취급 시 담보물이 아닌 채무상환 능력 위주로 여신심사를 하고 대출 취급 이후에는 차주의 신용위험 변화 여부를 주기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금감원은 모든 PF 대출에 대한 사업성 평가를 하는 등 기업 대출 실태를 점검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업계와 기업 여신 심사 및 사후관리 모범규준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규제 완화'도 약속
이 원장은 "여전사에 규제 완화 등 정책적인 지원을 하겠다"고도 약속했다. 그는 "디지털 전환 추세를 고려해 겸영 및 부수 업무의 범위, 여전업별 취급 가능 업무의 경우 금융업과 연관된 사업에 대해서는 금융위원회에 확대를 건의하겠다"며 "해외 진출 시에도 금감원의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해 여전사의 애로사항을 해소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CEO들은 이 원장에게 최근 금리 인상 이후의 '여전채 금리 폭등' 현상을 설명하고, 해외 조달 한도를 풀어달라는 등의 건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원장은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카드사의 경우 자체적인 수신 기능이 없기 때문에 자금을 모두 여전채 형태로 채권시장에서 조달하는데, 최근 채권시장 전체가 금융시장 불안 요인의 영향을 받고 있다"며 "(카드사 CEO들의 건의를) 종합해서 금감원이 살펴보고 있고, 관련해 금융위원회와도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빅테크와의 규제 차이 문제도 도마위에 오르기도 했다. 최근 토스 뱅크가 카드론 대환대출 서비스를 내놓은 것에 대해 카드사들이 '공정 경쟁' 원칙에 어긋난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원장은 "개인적으로도 공정한 경쟁, 투명성 확보를 위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갖고 있다"며 "(토스뱅크의 카드론 대환대출과 관련해) 여전업계에서 의견을 냈고, 그 의견과 규제 완화 등 공정한 경쟁 환경 조성과 관련해 금융위와 추진 중인 여전업법(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 태스크포스(TF)에서 함께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외환 이상거래 점검 중"
이 원장은 최근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에서 거액의 외환 이상 거래 정황이 발견된 사건에 대해 "전 은행권을 대상으로 점검 진행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그는 "유사한 거래(외환 이상 거래)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해 은행권 전체에 대해 점검을 진행하고 있다"며 "사고 발생 직후 외환검사팀을 별도로 꾸려서 보내고, 이후에도 추가 증원을 해서 집중적으로, 단기간에 검사할 수 있도록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은행장과의 간담회에서 이 원장이 은행의 '이자장사'를 비판한 뒤 은행권에서 대출 금리 인하 움직임이 이어지는 데 대해서는 "금리 인상기에 은행권에서 자발적으로 금융소비자 보호에 나서주는 것에 주목하고 있으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낮춘 금리 수준이 적정하냐는 질문에선 "의견을 내는 것이 다소 조심스럽다"며 즉답을 피했다. 카드론 금리 인하의 필요성을 간담회에서 언급했냐는 질문에는 "언급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복현 금감원장, 신용카드사 캐피털사에도 '금리 부담 경감' 주문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