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증시 변동성 커져
VIX 기반 ETF·ETN 상품
한달간 6~14%대 수익 올려
인버스 ETF도 최근 성적 좋아
"VIX상품 롤오버 비용 발생
위험 분산용으로 단기투자해야"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으로 글로벌 증시의 변동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올 상반기 미국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가 각각 20.6%, 29.5% 하락하는 등 불안정한 흐름이 이어지면서 증시에서 발을 빼는 투자자도 느는 분위기다. 공격적인 투자자들은 이런 장세에도 수익을 내기 위해 틈새 투자처를 찾고 있다. 시장의 ‘공포’를 반영하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지수(VIX)에 연동된 상장지수펀드(ETF)·상장지수증권(ETN)에 투자해 ‘공포를 사는 투자’에 나서고 있다. 하락세에 베팅하는 인버스 상품에도 투자자가 몰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인 위험을 분산·회피하는 용도로만 활용할 것을 권했다.
○공포를 사라
VIX는 시카고선물거래소 S&P500지수 선물옵션 상품의 30일간 변동성에 대한 시장의 기대를 나타내는 지수다. 미국 증시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어 ‘공포지수’라고도 불린다. VIX가 높아졌다는 것은 투자자들의 불안심리와 매도세가 강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통상 VIX가 30을 넘어가면 변동성이 커졌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VIX는 우크라이나전쟁 시작 직후인 3월 7일 36.45까지 뛰면서 연중 고점을 찍었다. 이후 안정세를 보이다가 미국의 금리 인상과 맞물려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고 있다. Fed가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은 지난 6월 다시 오름세를 보였다. 금리 인상을 앞두고 지난달 13일 34.02까지 치솟았다.
VIX가 상승하면서 이에 기반한 ETF·ETN 상품은 최근 증시 혼조세에도 수익을 내고 있다. VIX를 1.5배 추종하는 ETF인 ‘프로셰어즈 울트라 VIX 단기선물 ETF(UVXY)’는 최근 1개월(6월 6일~7월 1일)간 6.15% 수익률을 기록했다. ETN 상품인 ‘바클레이스 아이패스 시리즈B S&P500 VIX 단기선물 ETN(VXX)’도 2.32% 수익을 거뒀다.
서학개미들 역시 최근 변동성이 심해진 장을 노리고 VIX 상품에 투자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최근 1개월 국내 투자자들은 UVXY를 7318만달러어치 사들였다. 금액 기준 상위 17위를 차지했다.
해외 투자 상품은 세금 부담이 크다. 이 경우 국내 시장에 상장된 VIX 상품에 투자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국내에는 VIX를 추종하는 ‘신한 S&P500 VIX S/T 선물 ETN’ ‘QV S&P500 VIX S/T 선물 ETN’ ‘삼성 S&P500 VIX S/T 선물 ETN(H)’ 3종이 상장돼 있다. 세 상품은 1일 기준 1개월 수익률이 각각 14.54%, 14.66%, 9.94%를 기록했다. ‘삼성 S&P500 VIX S/T 선물 ETN(H)’은 환헤지형 상품으로 최근 달러 강세 혜택을 받지 못해 비교적 저조했다.
전문가들은 VIX 상품에 투자할 때는 반드시 ‘단기 투자’하라고 조언한다. VIX 관련 상품들은 모두 선물 관련 상품에 투자하기 때문에 롤오버(선물 재매수)가 필요하다. 오랫동안 들고 있다면 롤오버 비용이 누적돼 이익은커녕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2017년 VIX가 14.1% 하락하는 동안 VIX ETN 상품은 평균 70.6% 떨어졌다.
○하락세 베팅도 대안
증시가 약세를 보일 때 수익을 낼 수 있는 또 다른 대표적 상품으로는 인버스 ETF를 들 수 있다. S&P500지수를 역으로 1배 추종하는 ‘프로셰어즈 쇼트 S&P500 ETF(SH)’는 최근 한 달 7.01% 수익을 냈다. 이 ETF는 연초 이후 수익률이 20.6%에 달한다. 나스닥100지수를 역으로 1배 추종하는 ‘프로셰어즈 쇼트 QQQ ETF(PSQ)’도 같은 기간 7.75% 수익률을 기록했다. 미국 투자운용사인 프로셰어즈는 최근에는 비트코인 하락 시 수익을 낼 수 있는 ‘프로셰어즈 비트코인 스트래티지 ETF’도 출시했다.
국내 시장에 상장된 인버스 ETF들도 하락장에서 수익을 내고 있다. 최근 1개월간 ‘TIGER S&P500 선물 인버스’는 10.40%, ‘KODEX 미국나스닥100선물인버스(H)’ 10.61%, ‘ARIRANG 신흥국 MSCI 인버스(합성H)’는 7.30% 수익률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인버스 ETF 역시 장기 투자보다는 시장이 불안할 때 단기적인 위험 분산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조언한다. 정현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인버스 상품은 횡보장보다 하락 추세가 확실한 시장에서 높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며 “장기 보유보다는 단기 방향성 매매 수단으로 활용하는 게 효과적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코스피지수가 2300~2400선을 전후로 등락을 반복하면서 높은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섣부르게 저가 매수에 나서기보다 배당주에 투자하는 게 위험 대비 수익률을 높이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최근 국내 증시 급락으로 BNK금융지주, JB금융지주 등 올해 배당수익률이 9%를 넘는 종목도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변동성 장세, 배당주로 넘어볼까코스피지수는 지난달 28일 2400선이 붕괴된 후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라는 주요 악재가 해소되기 전까지 당분간 높은 변동성이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증권사별 하반기 코스피 전망치를 보면 NH투자증권 2200~2700, 삼성증권 2200~2700, 하나증권 2350~2650 등 박스권 흐름을 전망하는 곳이 대부분이다.이 같은 장세에서는 안정적인 배당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배당주 투자가 대안이 될 수 있다. 특히 최근 국내 증시가 급락하면서 배당주의 기대 배당수익률이 크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배당수익률은 주당배당금(DPS)을 주가로 나눈 값이다. 분모인 주가가 낮아지면 배당수익률이 높아진다. 배당수익에 더해 주가가 반등할 경우 시세차익도 얻을 수 있다.염동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주가가 하락한 구간에 진입했다면 배당수익률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며 “현금흐름이 양호한 고배당주는 증시 반등 구간에서 회복 탄력성이 더 높았다”고 설명했다. ○“실적 개선 고배당주 주목”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세 곳 이상의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가 존재하는 258개 기업 가운데 올해 기대 배당수익률이 가장 높은 종목은 BNK금융지주다. 주당 약 633원의 배당금을 지급해 배당수익률이 9.3%(지난 1일 종가 기준)에 달할 전망이다. 이 밖에 JB금융지주(9.2%), 금호건설(9.2%), DGB금융지주(9.1%), 삼성증권(8.9%) 등의 기대 배당수익률도 높은 편이다.다만 배당수익률만 보고 투자하기엔 위험이 클 수 있다. 실적 악화로 주가가 급락할 경우 배당수익보다 평가손실이 클 수 있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과 금리 상승 등으로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배당금의 재원이 되는 순이익이 전년 대비 감소하는 기업도 있다. 증시 거래대금 감소와 채권 평가손실 확대 등으로 주가가 52주 신저가 수준까지 추락한 증권주가 대표적이다.전문가들은 실적이 개선되는 동시에 배당 매력을 두루 갖춘 종목을 선별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올해 순이익이 전년 대비 증가하고 △최근 한 달간 순이익 전망치가 상향 조정되며 △기대 배당수익률이 5% 이상인 종목을 추렸다. BNK금융지주, JB금융지주, DGB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기대 배당수익률 8.8%), 기업은행(8.7%), 하나금융지주(8.2%), LX인터내셔널(7.5%), KB금융(6.8%), 신한지주(6.2%), 에쓰오일(6.2%), KT&G(6.0%) 등 11개 종목이 꼽혔다.이 종목 가운데 실적 개선세가 가장 뚜렷한 종목은 에쓰오일이다. 올해 순이익이 전년 대비 82.5% 급증할 전망이다. 최근 한 달 새 올해 순이익 전망치가 10.2% 높아졌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정제마진 강세가 예상보다 길고 강하게 이어지면서 실적이 크게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고배당 ETF도 유망종목 선별이 어렵다면 배당주 펀드에 투자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실제 올 들어 배당주 펀드로 자금이 대거 몰리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265개 배당주 펀드 설정액은 총 8조8619억원으로 연초 대비 3823억원 증가했다.대표적 배당주 상장지수펀드(ETF)로는 ‘ARIRANG 고배당주’와 ‘KODEX 고배당’ 등이 있다. 올 들어 지난 1일까지 각각 10.72%, 10.66% 하락했다. 이들 ETF의 분배율(배당수익률)이 각각 5.44%, 4.79%인 점을 감안하면 올해 약 5%대 손실을 보고 있는 셈이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22.58% 급락한 것과 비교하면 선방했다는 평가다.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
올해 투자의 키워드는 ‘밸류’와 ‘퀄리티’다. 특히 최근처럼 경기 둔화 우려가 큰 상황에서는 역사적으로 시장 대비 성과가 우수했던 ‘퀄리티’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꿈’을 좇는 성장주가 아닌 진짜 눈에 보이는 퀄리티 요소들을 고려한다는 측면에서 현재와 같은 국면에서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실제로 지난 6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전후 증시가 급락할 때 글로벌 투자자의 상장지수펀드(ETF) 순매수 상위에 퀄리티 주식을 담는 현상이 관찰되기도 했다.올해 투자자들의 거래가 활발해진 대표 퀄리티 ETF로 Invesco S&P500 Quality ETF(티커명: SPHQ)를 꼽을 수 있다. SPHQ는 S&P500지수 내 종목을 대상으로 다음의 세 가지 퀄리티 기준을 사용해 기준치가 높은 종목을 우선순위로 편입한다.세 가지 퀄리티 기준은 첫째 이익성을 판단할 수 있는 자기자본이익률(ROE), 둘째 실적 퀄리티의 시그널을 확인할 수 있는 순영업자산의 변화, 그리고 마지막으로 리스크와 실적의 안정성을 확인할 수 있는 자산 대비 부채 비율이다.현재 보유 상위 종목은 비자, 화이자, 애플, 마스터카드, 마이크로소프트, JP모간, 뱅크오브아메리카 등이며 위의 기준에 따라 총 100개 종목을 편입한다.다만 단일 업종의 비중은 40%로 제한되며 현재는 정보기술(IT) 35%, 필수소비재 14%, 금융 13%, 에너지 13% 등으로 업종 분포를 보이고 있다.S&P500 Quality Index를 벤치마크로 삼는 패시브 운용 ETF다. 운용 보수도 0.15%로 합리적인 편이다. 퀄리티 주식을 담고 있는 ETF답게 매년 1~2% 수준의 배당수익률도 기대할 수 있다. 최근 5년간 연평균 배당수익률은 1.6%다. SPHQ가 단순 지수 ETF와 같은 SPY와의 차별점이 되는 부분이다.물론 주식이기 때문에 주식시장의 변동성을 피할 수는 없겠으나, 방어적 포트폴리오 관점에서 올해 글로벌 투자자의 관심이 지속될 것으로 판단한다.임은혜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
주식시장이 급락세를 이어가면서 전통적 안전자산인 금에 주목하는 투자자가 많아지고 있다.5일 신한은행에 따르면 국내 금값은 지난 1일 g당 7만4634원에 거래를 마쳤다. 연초 이후 7.18% 올랐다. 같은 기간 22% 넘게 하락한 코스피지수와 대비된다. 우크라이나 전쟁, 급격한 금리 상승 등으로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자 금으로 투자자금이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글로벌 금융회사들은 금값이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는 국제 금값이 올해 말 트로이온스당 2500달러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1일 종가(1801달러) 대비 상승 여력은 39%에 달한다. 골드만삭스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경기 침체 우려가 장기화할 경우 각국 정부는 금 보유량을 늘릴 것”이라고 예측했다.투자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투자처는 ‘KRX금시장’이다. 시세차익에 15.4%의 배당소득세를 부과하는 은행 골드뱅킹이나 금 펀드와 달리 모든 세금이 면제된다. 증권사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통해 KRX금시장에 접근할 수 있다. 0.3% 내외의 거래 수수료만 내면 된다.KRX금시장은 g 단위로 거래되기 때문에 소액 투자와 적립식 투자도 가능하다. 7만원 정도만 있으면 금을 소유할 수 있다. 투자자가 구입하는 금은 한국조폐공사에서 품질을 인증하고, 실물자산은 한국예탁결제원이 보관한다. 국가 기관이 보관하기 때문에 분실 우려가 없다.실물로 금을 인출하면 거래 가격에 10%의 부가가치세가 부과된다. 이 때문에 대부분 KRX금시장 투자자는 주식처럼 금을 보유한다. 은행 골드뱅킹도 실물 인출 시 10%의 부가가치세가 부과된다. 금을 간접적으로 투자하는 금 관련 펀드는 실물 인출이 불가능하다.금값은 금리, 경제 상황, 달러 가격 등에 복합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통상 금리가 오르면 금을 보유하는 기회비용이 커져 가격 하락 요인이 발생한다. 하지만 경기가 불안하면 실물 자산으로서 가치가 주목받으며 가격이 더 오른다. 최근 들어선 안전 자산으로 여겨지는 분위기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