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4거래일 연속 하락한 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사진=허문찬 기자)
코스피가 4거래일 연속 하락한 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사진=허문찬 기자)
올해 코스피지수가 20% 넘게 하락하는 동안에도 줄곧 '매수' 의견만 제시하던 증권가 보고서가 달라졌다. 일부 증권사 연구원들이 기업 눈치보기에서 벗어나 다양한 투자의견을 내놓고 있어서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GS건설은 전 거래일 대비 2650원(8.41%) 하락한 2만8850원에 거래를 마쳤다. GS건설의 주가는 장중 10.16% 떨어진 2만8300원까지 밀리면서 52주 신저가를 새로 썼다.

이날 GS건설의 주가를 끌어내린 배경에는 이베스트투자증권의 보고서가 영향을 미쳤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GS건설의 목표주가를 기존 6만원에서 4만800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투자의견은 '매수'를 유지했으나 리스크가 확정된 실적발표 이후에는 트레이딩 바이 접근이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김세련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GS건설의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9.0% 증가한 1611억원으로 시장 컨센서스(실적 추정치)인 2221억원을 27.5% 밑돌 것 것으로 추정된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특정 해외 플랜트 현장의 추가 원가 반영 리스크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도 지난달 29일 발표된 사실상 매도 보고서에 휘청였다. 카카오뱅크 주가는 연초부터 금리 상승에 따른 성장주 부진 여파에 내리막길을 걸었다. 여기에 증권가의 성장성 둔화 우려 보고서가 떨어지는 주가에 기름을 부으면서 전날 기준 카카오뱅크의 주가는 2만9450원을 기록 중이다. 이는 직전 고점인 작년 8월 19일 9만2000원의 3분의 1 수준이다.

DB금융투자는 카카오뱅크에 대한 분석을 개시하면서 투자의견 '언더퍼폼(시장 평균 수익률 하회)'과 목표주가 2만4600원을 제시했다. 목표가는 당시 시장가보다 훨씬 낮은 가격으로 시장에선 사실상 매도 의견으로 해석했다.

이병건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플랫폼'이라는 카카오뱅크의 지향과 '은행'이라는 현실의 괴리를 지적했다. 성장 초기 단계를 지나면서 대출 만기 연장 부담으로 성장률이 하락하고 성장률이 낮아져 하락한 자본효율성 때문에 기회비용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회사 측이 강조하고 있는 플랫폼 수익도 은행의 비이자이익과 큰 차별성이 없다고 꼬집었다.

이 연구원은 기자와 통화에서 "카카오뱅크가 사업을 잘 하고 있는 좋은 기업이지만 주가가 저렴하지 않을 뿐더러 무조건 사야하는 주식도 아니다"라며 "카카오뱅크를 제네시스로 예를 들어 설명하면 제네시스가 좋은 차라는 건 누구나 동의하지만 1억5000만원에 사라고 한다면 그 누구도 사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설명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처럼 일부 증권사들이 '매수' 일색이던 보고서에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지만 '찻잔 속 태풍'일 뿐이다.

올해 들어 코스피지수가 20% 이상 하락하고 있지만 국내 증권사 연구원들의 보고서에선 좀처럼 '팔라'는 투자의견을 찾아보기 어렵다.

금융투자협회(금투협)가 31개 증권사(유화증권 제외)를 대상으로 조사해 공시한 증권사별 리포트 투자등급 비율(올해 1분기 기준)에 따르면 매도의견은 약 0.1%에 그쳤다. 매수의견은 평균 93.3%, 중립(보유)의견은 6.6% 수준의 투자의견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가에서는 시장의 눈치를 보지 않고 다양한 투자의견이 나오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특정 기업에 대해 보유나 매도 의견을 제시했다가 해당 기업과의 컨택이 끊기는 등 불이익을 당할 수 있어서다.

개인투자자들이 투자 판단으로 활용하는 분석 리포트에서 매도 의견을 제시할 경우 해당 기업의 급격한 주가 변동을 불러올 수 있다는 부담도 애널리스트의 과감한 의견 제기를 가로막는 원인으로 꼽힌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국내 증권사는 숏을 칠 수 있는 고객이 적다보니 롱펀드 위주로 의견을 낼 수밖에 없다"며 "투자자 입장에서는 증권사 보고서의 투자 의견보다 본문 내용을 참고하는 게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