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세장 속 피난처로 주목받아온 상장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들이 줄줄이 신저가를 경신하고 있다. 잇따른 금리 상승으로 배당수익이 감소할 가능성이 높아진 데다 부동산 가격 하락 우려까지 겹치면서다. 일부 종목은 배당락일까지 겹치면서 낙폭이 더 커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코스피보다 더 빠진 리츠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ESR켄달스퀘어리츠, 코람코에너지리츠, 마스턴프리미어리츠, 이지스레지던스리츠, 이리츠코크렙 등 13개 리츠가 이날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상장 리츠 20개 가운데 절반 이상이 신저가를 찍은 셈이다.

금리 인상 기조가 뚜렷해지면서 리츠 수익률은 최근 시장수익률을 밑돌고 있다. 지난주(6월 27일~7월 1일) 국내 상장 리츠 20개 종목의 평균 등락률은 -3.52%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는 2.59% 빠졌다. 지난달 2일부터 이달 4일까지 국내 리츠주는 평균 15.98% 하락했다. 코스피지수의 하락폭(-13.49%)보다 더 컸다.
리츠의 배신…한달새 쏟아진 신저가
지난달 말 배당락일이 돌아오면서 상당수 리츠 주가가 일시적으로 더 떨어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배당락일이 지나면 배당 권리가 사라져 일시적으로 주가가 하락한다. 지난달 29일 배당락일이 돌아온 상장 리츠는 SK리츠, 이리츠코크렙, NH올원리츠, 신한서부티엔디리츠 등 7개였다. 여기에 지난해 상장한 리츠주 일부는 보호예수가 풀리면서 하락 폭이 더 커졌다는 분석이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국내 상장 리츠는 6월과 12월에 주로 결산배당을 하는데, 배당락과 함께 신한서부티엔디리츠, SK리츠 등은 보호예수까지 풀려 충격이 더 컸다”고 설명했다.

올 2조원 규모 유상증자 추진

증권가에서는 리츠 약세의 가장 큰 원인으로 최근 대출 금리의 급격한 상승을 꼽는다. 리츠는 투자자의 자금과 은행 대출 등으로 부동산에 투자해 임대수익과 시세차익을 배당하는 상품이다. 대출 만기가 돌아올 경우 기존보다 높은 금리로 연장하거나 새로운 대출로 갈아타야 한다. 이자 부담이 늘어나면 배당액이 감소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작년 12월 연 3.6~4.97% 수준에서 지난달 4.33~7.1%까지 치솟았다. 부동산 자산 가격 하락 우려가 리츠 수익률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상당수 리츠가 고금리 부담을 피하기 위해 앞다퉈 유상증자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올해 리츠·인프라펀드 업계 유상증자 규모는 2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래에셋글로벌리츠는 지난달 46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공모 절차에 들어갔다. 캘리포니아주 남부 5개 자산과 유타주 3개 자산 등 글로벌 자산을 편입해 대형 리츠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금리 급등 시기에는 리츠의 만기 대출 등을 잘 살펴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업계 관계자는 “리파이낸싱 기간이 많이 남았고, 차입금이 적은 리츠에 투자하는 게 안정적 배당과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