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가 올 상반기 52년 만에 최악의 성적표를 낸 가운데 에너지주가 나홀로 선방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글로벌 에너지 가격이 상승한 영향이다.

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대형 석유 및 가스 기업 21개로 구성된 S&P500 에너지섹터 지수는 상반기 29% 상승했다. S&P500 내 업종 11개 중 올 들어 유일하게 주가가 뛰었다. S&P500 지수는 상반기 20.6% 하락해 1970년 이후 52년 만에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에너지 섹터의 시가총액은 상반기 3000억달러(389조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S&P500 지수에서 8조달러(약 1경400조원)가 증발한 점을 고려하면 크게 선방했다.

FT에 따르면 에너지 섹터는 최근 10년간 S&P500 중에서도 부진한 업종으로 꼽혔다. 석유를 시추하는 정유업계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증산경쟁 등으로 수 년간 적자를 봤다.



그러나 지난 2월 말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고 미국과 유럽연합 등이 대러 제재에 돌입하며 국제유가가 급등했다. 코로나19 여파에 시달리던 중국 등지에서 에너지 수요가 회복한 점도 한몫했다. 서부텍사스원유(WTI)는 올 들어 지난달까지 40% 상승했다. 엑손모빌 등 에너지 기업들은 그 덕택에 큰 이익을 봤다.

최근 주가는 주춤한 상태다. 미국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며 투자자들이 매도에 나서고 있다는 설명이다. 석유와 가스 업종 주가는 지난달 17% 하락했다. 다만 우크라이나 전쟁이 하반기에도 이어지면 에너지 공급 부족 사태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에너지주가 강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글로벌 금융사 레이몬드 제임스의 파벨 몰차노브 애널리스트는 “국제유가가 당분간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 확률이 높다”며 “석유 관련 업계에 있는 모든 주체들의 수익성이 사상 최고치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