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상반기 ‘시장의 교과서’처럼 여겨졌던 자산 배분 원칙이 깨졌다. 주식과 채권이 동시에 폭락하는 이례적 상황이 연출됐기 때문이다. 상반기 S&P500지수는 21% 떨어졌다. 안전자산으로 여겨졌던 미국 10년물 국채 가격도 같은 기간 10% 하락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주식과 채권이 이처럼 큰 폭으로 동반 하락한 것은 1976년 이후 46년 만에 처음이다.
펀드 시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하락장에서 주식형·채권형 펀드는 물론 자산배분 펀드도 맥을 못 췄다. 대신 자산 가격 하락에 베팅하는 인버스펀드만 살아남아 투자자에게 높은 수익을 안겨줬다.
체면 구긴 자산배분펀드
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국내주식형(-23.74%) △국내혼합형(-8.40%) △해외주식형(-16.92%) △해외혼합형(-11.01%)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모두 마이너스였다. 하락장의 대안으로 평가받았던 자산배분형 펀드도 다르지 않았다. 평균 수익률이 -12.15%였다.
대표적 자산배분형 펀드 중 하나가 타깃데이트펀드(TDF)다. TDF는 은퇴 목표 시점에 따라 위험자산(주식)과 안전자산(채권) 비중을 조절하는 상품이다. 문제는 주식과 채권이 동반 하락하면서 자산 배분이 큰 의미가 없었다는 점이다. 2025년 은퇴 시점에 맞춰 자산 배분 비중을 조절하는 ‘삼성한국형TDF2025’가 지난 상반기 -14.75%, ‘한국투자TDF알아서2025’가 -13.53%, ‘미래에셋전략배분TDF2025’가 -9.56%로 저조한 수익률을 기록했다.
자산군별 상장지수펀드(ETF)에 분산투자해 초분산투자펀드로 불리는 EMP펀드도 상황은 비슷하다. 설정액이 4000억원에 달하는 IBK플레인바닐라EMP(-11.20%)와 다올KTB글로벌멀티에셋인컴EMP(-14.18%)는 큰 손실을 봤다.
살아남은 인버스펀드
자산배분 펀드들이 고전하는 동안 인버스펀드는 평균 34.67%라는 압도적 수익률을 보여줬다. 코스피200지수가 하락할 때 두 배로 수익을 내는 ‘KODEX200선물인버스2X ETF’는 지난 상반기 54.59%의 수익을 냈다. 코스닥150지수의 일일 등락 폭을 반대로 추종하는 ‘KODEX코스닥150인버스 ETF’의 수익률도 33.19%에 달했다.
채권도 비슷했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이달 들어 연 3.48%까지 상승하면서 2011년 4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채권 가격 하락에 베팅하는 인버스 ETF들의 수익률이 급등했다. 채권은 금리가 오르면 가격은 떨어진다. ‘KBSTAR미국장기국채선물인버스2X ETF’는 32.83% 수익을 거뒀다.
전문가들은 자산배분펀드가 ‘10전10승’할 수는 없지만 ‘10전 8승’은 가능하다는 관점에서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편득현 NH투자증권 WM마스터즈 전문위원은 “주식과 채권의 동반 하락은 수십 년 만에 한 번씩 발생하는 일로, 자산배분 펀드의 구조를 무너뜨릴 만한 정도는 아니다”며 “역사적으로 자산배분 펀드가 연평균 7% 수익률을 보장했다는 점에서 한 해 성과를 보고 상품을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타깃데이트펀드(TDF)를 상장지수펀드(ETF) 형식으로 만든 TDF ETF가 30일 국내 시장에 처음 등장했다. TDF는 생애주기에 따라 위험자산과 비위험자산 투자 비중을 알아서 조절해주는 펀드다. 이를 거래소에서 쉽게 사고팔 수 있게 만든 게 TDF ETF다.30일 삼성자산운용 한화자산운용 키움자산운용은 TDF ETF를 동시 상장했다. 한화자산운용은 세 운용사 중 가장 많은 네 개의 TDF ETF(ARIRANG TDF2030·2040·2050·2060액티브)를 출시했다. 삼성자산운용은 KODEX TDF2030·2040·2050액티브 등 세 종류를 상장했다. 키움자산운용도 히어로즈 TDF2030·2040·2050액티브 등 세 종류의 TDF ETF를 내놨다.TDF에 붙은 숫자는 은퇴 시점을 의미한다. 2030은 2030년에 은퇴하는 것을 전제로 포트폴리오를 짠다. 은퇴 시점이 가까울수록 위험자산인 주식 비중은 줄이고 안전자산인 채권 비중을 늘린다. 총보수는 한화자산운용 0.14%, 삼성자산운용 0.2%, 키움자산운용 0.3%다.7월 12일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 시행을 앞두고 TDF ETF가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업계에서 나온다. 기존 TDF와 달리 어디에 얼마나 투자하는지 포트폴리오가 투명하게 공개되기 때문이다.20~30년 장기 투자가 필요한 TDF를 사고팔기 쉬운 형태로 만든 게 오히려 단점으로 작용할 것이란 시각도 있다.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타깃데이트펀드(TDF)를 상장지수펀드(ETF) 형식으로 만든 'TDF ETF'가 30일 국내 시장에 처음 등장했다. TDF는 생애주기에 따라 위험자산과 비위험자산 투자 비중을 알아서 조절해주는 펀드다. 이를 거래소에서 쉽게 사고 팔 수 있게 만든 게 TDF ETF다. 30일 삼성자산운용, 한화자산운용, 키움자산운용은 TDF ETF를 동시 상장했다. 한화자산운용은 세 운용사 중 가장 많은 네 개의 TDF ETF(ARIRANG TDF2030·2040·2050·2060액티브)를 출시했다. TDF에 붙은 숫자는 은퇴시점을 의미한다. 2030일 경우 2030년에 은퇴하는 것을 전제로 포트폴리오를 짠다. 은퇴시점이 가까울 수록 위험자산인 주식 비중을 줄이고 안전자산인 채권 비중을 늘린다.한화자산운용은 TDF의 핵심인 글라이드패스는 글로벌 펀드평가사인 모닝스타와 공동개발했다. 글라이드패스는 '남은 은퇴 기간별로 자금을 어떻게 배분하느냐'를 결정하는 전략을 뜻한다. 총보수는 세 운용사 중 가장 낮은 0.14%로 책정했다.삼성자산운용은 KODEX TDF2030·2040·2050액티브 등 세 종류를 상장했다. S&P다우존스와 손잡고 글라이드패스를 개발했다. 총보수는 0.2%다.키움자산운용도 히어로즈 TDF2030·2040·2050액티브 등 세 종류의 TDF ETF를 내놨다. 글라이드패스는 S&P다우존스와 공동개발했고, 총보수는 0.3%다. 같은 2050시리즈로 비교했을때 KODEX TDF2050액티브의 주식 비중이 75.2%로 가장 높았다. 채권 비중은 22.7%였다. 히어로즈 TDF2050액티브는 주식 75.1%, 채권 15.0%, 대체자산 5.0%로 구성됐다. ARIRANG TDF2050액티브의 경우 주식 74.5%, 채권 24.8%였다. 세 운용사 모두 환헤지 대신 환노출 전략을 취해 환율 상승시 환차익을 얻을 수 있게 했다.7월 12일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 시행을 앞두고 TDF에 ETF를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상품이 '게임 체인저'가 될 수도 있다는 업계의 목소리가 나온다. 기존 TDF와 달리 어디에 얼마나 투자하는지에 대한 포트폴리오도 투명하게 공개되기 때문이다. 반면 20~30년 장기 투자가 필요한 TDF를 사고팔기 쉬운 형태로 만든 게 오히려 단점으로 작용할 것이란 시각도 있다. 기존 TDF 시장 점유율 상위권인 미래에셋자산운용, KB자산운용 등은 장단점을 살펴본 뒤 TDF ETF 출시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자산운용사 세 곳이 '타깃데이트펀드(TDF) 액티브 상장지수펀드(ETF)'를 잇따라 내놨다. 국내는 물론 전 세계 첫 시도다. 얼핏 보기에는 똑같은 TDF ETF같아도 세부적으로 따져보면 빈티지(은퇴 시점)과 보수율, 투자자산군 등 여러 항목에서 차이를 보인다.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동시 상장한 운용 3사(삼성자산운용·한화자산운용·키움투자자산운용)의 TDF ETF 10종은 유가증권시장에서 마이너스 수익률로 장을 마쳤다. 손실률은 빈티지별로 저마다 달랐지만 모두 1% 안팎을 기록했다. TDF는 투자자 은퇴시점에 따라 주식 등 위험자산과 채권 등 안전자산의 비중을 자동으로 조절할 수 있는 펀드의 일종이다. 위험자산에 가까워질수록 글라이드 패스(자산배분 곡선)에 따라 위험자산의 비중을 줄이고 안전자산의 비중을 높이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투자자들은 출생년도와 예상 퇴직연령의 합으로 투자 빈티지를 결정하게 된다. 1980년 출생한 투자자의 예상 은퇴 나이가 60세라면, 1980에 60을 더한 2040의 빈티지를 택하는 식이다.이런 TDF 상품을 상장지수펀드(ETF)로 투자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 TDF ETF다. 증시에 상장돼 원하는 시점에 바로 매매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운용 3사가 내놓은 TDF ETF는 어떤 점이 같고 어떻게 다를까.삼성자산운용과 키움투자자산운용은 각사 ETF 브랜드인 '코덱스'와 '히어로즈'를 붙여 빈티지 3종(2030·2040·2050)을 내놨다. 두 회사 모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과 손을 잡았다. 삼성자산운용은 기초지수와 글라이드 패스를, 키움투자자산운용은 기초지수를 S&P 글로벌과 공동 개발한 것으로 전해졌다.투자자산을 살펴보면 삼성자산운용의 ETF는 선진국 주식과 국내 채권으로 구성된다. 반면 키움투자자산의 ETF는 미국·선진국·신흥국 주식과 미국·선진국·글로벌 채권, 글로벌 현금성 자산으로 꾸려진다. 보수는 빈티지가 높을수록 비싼데 삼성자산운용의 경우 적게는 0.2%, 높게는 0.3%다. 키움투자자산운용은 0.3~0.38% 수준으로 세 운용사 중에선 가장 높은 편이다.한화자산운용은 S&P글로벌이 아닌 모닝스타와 협력해 글라이드패스 기초지수를 공동 개발했다. 빈티지도 '2060' 1종이 더 많다. 사회초년생들이 직장생활 초기부터 노후를 위해 은퇴자산을 형성할 수 있도록 선택지를 넓혔다. 보수도 0.1%~0.16%로 최저치다.김성훈 한화자산운용 ETF사업본부장은 "TDF 펀드가 있는데 굳이 TDF ETF를 내놓은 이유가 무엇인지 묻는 투자자들이 있을 수 있는데 '선택지의 확장'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시장이 급락할 경우 TDF 액티브 ETF에 투자한 이들은 TDF에 투자했던 포지션을 매도함으로써 즉시 다른 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며 "때문에 지금 같이 변동성 높은 장에서도 보다 원활한 대응이 가능해진다. 투명성 있게 투자자산들을 매일 확인할 수 있는 점도 덤"이라고 말했다.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