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에서는 경기 우려를 선반영한 증시 급락 폭에 비해 실적 추정치 하향세는 아직 본격화하지 않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2분기 실적이 ‘어닝쇼크’를 기록하는 기업이 많을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적이 탄탄한 기업을 골라내는 게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장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하락장에 돋보이는 기판업계 수익성

이 와중에 실적 좋아진다고?…비에이치·오리온 '눈에 띄네'
30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실적 추정치가 3개 이상 존재하는 240개 기업의 2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56조2255억원으로 1개월 전 대비 4233억원, 2주 전 대비 3589억원 감소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 실적 추정치가 더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실적 추정치 하향이 시작된 2주 전 대비 추정치가 오히려 증가한 기업은 15개(약 6%)에 불과하다. 가장 크게 늘어난 기업은 연성인쇄회로기판(FPCB)업체인 비에이치다. 2분기 비에이치 매출 컨센서스는 2921억원, 영업이익은 183억원이다. 2주 전 대비 각각 6.0%, 15.9% 증가했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수요가 흔들리는 와중에도 탄탄한 실적을 낼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는 경쟁사인 삼성전기의 사업 철수로 점유율이 25%포인트가량 늘어나기 때문이다. 고의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디스플레이를 통해 애플에 공급하는 FPCB 점유율이 80%를 넘어서는 등 사실상 독점적 지위”라며 “애플의 프리미엄 제품 수요는 늘어나고 있는 만큼 실적은 견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층회로기판(MLB) 업체인 이수페타시스의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215억원)는 2주 전 대비 7.7% 증가했다. 데이터 전송 속도 경쟁이 붙으면서 20층 이상의 고층 MLB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한제윤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 교세라와 히타치 등이 관련 사업에서 철수하는 등 하이엔드급 MLB 공급이 제한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덕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522억원)도 2주 전 대비 4.6% 늘었다. 스마트 가전, 통신 장비, 자율주행 기기 등 반도체 패키지기판(FC-BGA) 수요가 늘어나고 있지만 공급이 따라가고 있지 못하다는 분석이다.

정유·식품·의료기기 업체 실적도 高高

유가 급등 수혜를 누리고 있는 정유업종도 실적 추정치가 오르고 있다. 에쓰오일의 2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9163억원으로 1개월 전 대비 26.2%, 2주 전 대비 11.0% 급증했다. SK이노베이션(영업이익 추정치 1조936억원)은 1개월 전 대비 19.5%, 2주 전 대비 7.8% 늘었다.

K푸드업계 역시 2분기에 선방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오리온의 영업이익 추정치는 750억원으로 2주 전 대비 11.6% 급증했다. 지난 5월 오리온의 중국 베트남 러시아 법인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약 80~200% 증가했다. 가격 인상 없이도 스낵과 젤리 매출이 급증하고 있는 데 증권가는 주목하고 있다.

삼양식품도 2주 사이 영업이익 추정치(196억원)가 4.0% 늘었다. 중국과 미국 라면 수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6%, 68% 급증할 것으로 전망되면서다.

의료기기업계도 인플레이션 시국에 강한 실적을 보여주고 있다. 임플란트업체 덴티움은 중국 상하이 봉쇄로 영업 활동에 제약을 받았는데도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6.2%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안광학 의료기기 업체인 휴비츠도 전년 동기 대비 98.7% 증가한 5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전망이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