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가 증시 삼킨 상반기…하반기엔 리세션 우려 덮치나
올 상반기 한국 증시를 지배한 테마는 인플레이션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료나 천연가스 관련주 등은 인플레이션 수혜 기대감에 세자릿수로 급등한 반면,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금리 인상 우려에 게임이나 메타버스 관련주 등은 크게 하락했다. 증권가에선 하반기는 인플레이션에서 경기침체(리세션)로 시선이 이동할 것으로 봤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28일까지 코스피·코스닥시장 통틀어 가장 많이 오른 종목은 로 총 913% 올랐다. 현대사료는 지난 3월 무려 7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며 당월 초 3500원 선이었던 주가가 그달 말 2만3000원까지 약 7배 급등하기도 했다. 그 뒤를 이어 가 359% 오르며 상승률 2위를 차지했다. 이밖에 (상승률 5위·202%), (9위·144%) 등이 상위에 올랐다. 모두 사료 관련주로 코로나19 이후 인플레이션이 본격화된 시점에 우크라이나 사태가 터지면서 주가가 급등했다. 사료값의 원가가 되는 곡물 가격이 급등했지만 비교적 쉽게 판가로 인상할 수 있다는 전망이 영향을 미쳤다.

상반기 상승폭이 컸던 종목들을 보면 인플레이션 수혜주가 많았다. 먼저 에너지가격 급등으로 인해 천연가스와 원유 관련 레버리지 상장지수증권(ETN)이 상승률 10~12위·14~17위를 휩쓸었다. 도시가스 공급업체 도 72% 올랐다. 이밖에도 (53%), (51%) 등 식품관련주들이 판가 인상 기대감에 주가가 급등했다.

한편 주가가 급락한 종목들을 보면 인플레이션 상승에 따른 금리 인상 우려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천연가스 인버스 상장지수증권(ETN)과 존속이 불확실한 기업을 제외하면 가 78% 하락하며 상반기 가장 많이 빠졌다. 이밖에 (-70%), (-69%), (-66%) 등 게임과 미디어 관련 업종들의 주가 하락이 컸다. 성장 기대감이 당장 실적에 반영되지 않으면서 금리 인상의 타격을 받은 것으로 해석된다.

증권가에선 하반기 시장 테마는 인플레이션에서 리세션으로 옮겨갈 것으로 보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좀처럼 잡히지 않으면서 각국 중앙은행이 경기침체를 감내하면서까지 금리를 올릴 수 밖에 없다는 시각이 대두되면서다. 실제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은 경기침체 가능성을 인정하기도 했다.

KB증권은 올 하반기엔 경기침체를 감안해 실적보다는 정책 기대감에 기반해 종목을 골라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민규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매출 호조는 수요보다 가격 효과(인플레이션과 환율)가 컸기 때문에 경기둔화 우려가 불거진 현 시점에선 실적전망에 대해선 보수적인 관점이 필요하다"며 "하반기에는 실적모멘텀보단 정책기대감 등 이슈에서 수혜주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론 △반도체 소부장(설비투자 유도시 장비주가 최선호주) △친환경주 △2차전지 △로봇 관련주를 꼽았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