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하면 중징계, 분쟁 조정도 하세월…금융사·소비자 "못 믿을 금감원"
(상) 감독 서비스 질 높여야
분쟁조정 만족도 '낙제 수준'
금융분쟁 처리기간 평균 127일
검사 종료 후 절차도 최장 555일
금감원 정문은 시위대가 점령
금융사만 지나치게 압박한
윤석현 前원장 시절 여파 남아
"책임 안지는 감독관행 쇄신해야"
또다시 드리우는 ‘관치금융’의 그림자
새 정부 첫 금감원장에 윤석열 대통령의 신뢰와 지지를 받는 검사 출신 이복현 원장이 취임했지만 금감원의 ‘여의도 저승사자 DNA’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평가가 많다. 이 원장은 취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이미 금감원 검사 및 제재가 종결된 ‘라임·옵티머스 사태’에 대해 “시스템을 통해 다시 볼 여지가 있는지 점검하겠다”며 재조사 의지를 나타냈다. 지난 20일 은행장들과의 간담회에서도 “(은행들의) 지나친 이익 추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런 발언이 나오자마자 은행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예금금리를 올리고 대출금리를 내리는 등 납작 엎드리는 모습이다.이 같은 ‘관치금융’은 금융 선진국으로 가는 가장 큰 걸림돌이란 지적이 나온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63개국을 대상으로 국제경쟁력을 평가한 결과 한국은 ‘은행 및 금융서비스(banking & financial service)’ 부문에서 47위에 그쳤다.
윤상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1인당 주식시장 시가총액(4위), 국내총생산 대비 은행 자산(8위), 1인당 신용카드 발급량(8위) 등 양적 지표에선 선진국 수준에 도달했지만 질적 차원에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금감원 업무만족도 조사에서도 민원 및 분쟁조정 업무에 대한 점수는 69.1점으로 낙제점을 받았다. 분쟁조정 처리 기간이 늘어나고 그 결과 소비자 불만이 커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2017년 금융투자분야 금융분쟁 처리기간(인용 사건 기준)은 평균 49일에 불과했지만 2021년엔 127일로 늘어났다.
검사 후 처리에도 ‘하세월’
피감기관인 금융회사들의 불만도 적지 않다. 검사가 끝난 뒤에도 징계·제재 절차가 길어지면서 경영에 큰 지장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윤 의원이 금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검사 종료 이후 절차가 진행 중인 목록’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50건의 검사 종료 사건에 대해 징계 등 최종 처리가 이뤄지지 않았고, 검사 종료 후 경과 시간은 평균 555일에 달했다. 이에 따라 금융회사 직원들은 검사 종료 후에도 제재심의위원회 등에 제출할 소명 자료를 준비해야 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윤 의원은 “민원처리 패스트트랙 도입을 검토할 시점”이라며 “보험민원 등 사실 확인이 필요한 경우 전문기관에 예비검토를 위탁해 처리 시한을 줄여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사나 민원인의 불복으로 소송을 당한 사례도 적지 않다. 2017년 이후 금감원장 혹은 금감원이 피고로 제기된 소송은 총 218건에 달했다. 피소 금액만 529억원 규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감독 서비스의 핵심은 속도와 내용”이라며 “금융사의 신사업 허가를 회피하고 징계와 관련된 의사결정을 최대한 뒤로 미루는 감독 관행을 쇄신하는 게 금감원 개혁의 최우선이 돼야 한다”고 했다.
김대훈/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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