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하락세를 보이면서 특정 주가지수와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주가연계증권(ELS)의 손실 위험이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주식의 주가가 작년 대비 크게 떨어지면서 원금 손실이 확정된 ELS도 속출하고 있다.
◆조기 상환 규모 ‘뚝’
26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24일까지 일정 조건을 충족해 조기 상환된 ELS는 4907억원으로 집계됐다. ELS 조기상환액은 1월 1조5333억원, 2월 1조5544억원, 3월 9713억원, 4월 1조7891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국내외 증시 약세로 지난달 6880억원으로 줄어든 뒤, 이달 들어 감소폭이 더 커졌다.
ELS는 특정 지수나 종목이 일정 수준 밑으로 떨어지지 않으면 비교적 고금리 이자를 주는 파생상품이다. 최종 만기 이전에도 중간 평가를 거쳐 별도로 설정한 기준가격을 넘기면 조기 상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조기상환액이 급감한 것은 원금 손실 가능성이 커진 ELS가 그만큼 증가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기까지 정해진 기준을 넘기지 못하거나, 만기 전이라도 녹인배리어(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주가 기준)에 진입하면 원금이 손실될 수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2021년 7월 1일~12월 31일) 발행된 ELS 가운데 66개가 녹인배리어에 진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정인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올해 1월부터 글로벌 증시가 떨어졌고 기초자산이 되는 지수·주가가 낮아져 조만간 조기상환 금액이 다시 늘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하락에 원금 손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 AMD, 메타플랫폼 등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삼은 ELS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더 커졌다고 분석한다. 일반적으로 종목형 ELS는 만기 때 가격이 최초 기준가격의 80~90% 이하면 원금 손실이 나는 구조로 설계돼 있어서다.
이달 들어 종목형 ELS에서 원금 손실이 확정된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이달 3개(26168회 26187회 26256회) 종목형 ELS가 원금 손실이 확정돼 원금의 80% 수준으로 상환한다고 공지했다. 셋 모두 삼성전자를 기초자산으로 한다.
미래에셋증권은 삼성전자와 AMD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29666호 ELS가, 키움증권은 삼성전자가 기초자산인 1589회·1584회 ELS가 손실을 냈다고 공지했다. KB증권도 삼성전자가 기초자산 일부로 포함된 KBable 1777호·1778호·1779호가 원금 손실이 확정됐다고 고지했다. 종목형 ELS 중 삼성전자 기초자산 상품이 많아 삼성전자 약세가 지속되면 원금 손실 발생 사례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증시 하락으로 ELS 손실이 확정되는 경우도 늘어날 전망이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테슬라, 엔비디아 등 해외 성장주를 기초자산으로 삼는 ELS는 올 들어 해당 종목 주가가 30~40%가량 급락해 원금 손실 구간에 진입한 상품이 더러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직장인 A씨는 한 달 전 주식과 암호화폐에 넣었던 돈 일부를 빼 금으로 옮겼다. 주식은 불안하고 비트코인은 더 이상 믿을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한 달 후 A씨는 계좌를 확인해봤다. 주식과 비트코인 투자에선 손실을 봤지만, 금만 유일하게 수익을 냈다. A씨는 “금 덕분에 더 큰 손실을 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A씨처럼 금으로 눈을 돌리는 투자자가 많아지고 있다. 스태그플레이션(물가 상승 속 경기 침체) 우려로 주식시장이 급락하자 금을 피난처로 생각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금융회사들도 금값이 연말까지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테크’에 대한 ‘A to Z’를 정리했다. 골드만삭스 “금값 40% 더 오른다”3일 신한은행에 따르면 국내 금값은 지난달 30일 g당 7만5686원에 마감했다. 올초 이후 8.19% 올랐다. 다른 자산은 대부분 떨어졌다. 코스피지수와 미국 S&P500지수는 같은 기간 각각 22%, 20% 하락했다. ‘디지털 금’으로 주목받던 비트코인은 59% 폭락했다.금값은 금리, 경제 상황, 달러 가격 등에 복합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통상 금리가 오르면 금을 보유하는 기회비용이 커져 가격 하락 요인이 발생한다. 하지만 경기가 불안하면 실물 자산으로서 가치가 주목받으며 가격이 더 오른다. 최근 들어선 안전 자산으로 여겨지는 분위기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골드만삭스는 국제 금값이 올 연말 트로이온스당 250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달 종가(1807.30달러) 대비 상승 여력을 38%로 본 것이다. 골드만삭스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경기 침체 우려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각국 정부는 금 보유량을 늘릴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금 투자, MTS로 손쉽게 한다금에 투자하는 방법은 현물부터 펀드까지 다양하다. 다만 상품별로 비용이 크게 차이 난다. 가장 저렴한 방법은 증권사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통하는 것이다. 한국거래소는 증권사를 통해 금현물을 사고팔 수 있는 ‘KRX금시장’을 운영하고 있다.가장 큰 장점은 비용이다. 은행 골드뱅킹이나 금펀드는 시세차익에 15.4%의 배당소득세가 부과된다. KRX금시장에서는 모든 세금이 면제된다. 증권사에 0.3% 내외 거래 수수료만 내면 된다. 영업점 및 전화로도 매매할 수 있다. 오프라인을 통해 거래하면 수수료가 비싸진다.KRX금시장은 1g 단위로 거래되기 때문에 소액 투자와 적립식 투자도 가능하다. 지난달 종가 기준 금 1g은 7만5686원이다. 투자자가 구입하는 금은 한국조폐공사에서 품질을 인증하고, 실물자산은 한국예탁결제원에 보관된다. 국가에서 관리하는 가장 안전한 투자처로 볼 수 있다.실물로 금을 인출하면 거래 가격에 10%의 부가가치세가 부과된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KRX금시장 투자자는 주식처럼 금을 보유한다. 은행 골드뱅킹도 실물 인출 시 10%의 부가가치세가 부과된다. 금을 간접적으로 투자하는 금 관련 펀드는 실물 인출이 불가능하다. 금으로 ‘레버리지’ 투자도 가능금으로 큰 시세차익을 노리고 싶다면 상장지수펀드(ETF)나 상장지수증권(ETN)을 고려해볼 수 있다. ETF, ETN은 금 시세의 두 배로 수익을 추구하는 레버리지 펀드가 있다. 대표적 레버리지 상품은 삼성레버리지금선물 ETN, 신한레버리지금선물 ETN이다.레버리지는 금값이 1% 오르면 2% 수익을 내고, 1% 떨어지면 2% 손실을 내는 상품이다. 고위험 고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에게 적합하다. 시세 하락에 두 배만큼 수익을 내는 ‘곱버스’ 상품도 있다. 삼성인버스2X금선물ETN은 금값이 1% 떨어지면 2% 수익이 난다.ETF와 ETN은 어떤 금지수를 추종하느냐에 따라서도 종류가 나뉜다. ‘선물’이 붙은 상품은 대부분 국제 금값을 기초지수로 한다. 예컨대 신한금선물ETN은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거래되는 금 선물 가격을 따라간다.‘KRX금현물’이 붙으면 국내 금값이 기준이다. 미래에셋 KRX금현물이 대표적이다. 금값은 국내와 해외가 다르게 움직여 주의해야 한다. 국내 금값은 연초 이후 8% 올랐지만 국제 금값은 0.89% 오르며 보합세를 기록하고 있다. 국내 금값이 더 오를 것이라고 보면 KRX금현물에 투자하면 된다.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
금테크가 내키지 않는다면 다른 귀금속 투자도 고려해 볼 수 있다. 금과 함께 4대 귀금속으로 꼽히는 은, 백금, 팔라듐도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으로 거래가 가능하다.은, 백금, 팔라듐은 상장지수펀드(ETF) 또는 상장지수증권(ETN) 형태로 한국거래소에 상장돼 있다. 상품 종류가 가장 많은 은은 레버리지와 인버스 상품으로도 투자할 수 있다.삼성은선물ETN, 신한은선물ETN은 은에 투자하는 가장 기초적인 상품이다.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거래되는 은 선물 가격을 추종한다.삼성레버리지은선물ETN과 삼성인버스2X은선물ETN은 기초지수의 두 배만큼 움직인다. 레버리지는 기초지수가 오를 때 두 배만큼 수익을 낸다. 인버스는 반대의 경우 수익이 난다. 가격 변동 폭이 큰 고위험 상품이다.백금 상품으로는 TRUE플래티넘선물ETN, TRUE레버리지플래티넘선물ETN 등이 있다. 팔라듐에는 KBSTAR팔라듐선물ETF, KBSTAR팔라듐선물인버스ETF가 있다.유의할 점은 이들 귀금속이 금과 달리 산업재 성격도 띠고 있다는 것이다. 팔라듐과 백금은 고가 액세서리에 들어가는 귀금속이지만 자동차 배기가스 정화 촉매 주요 원료로도 쓰인다.팔라듐은 전체 수요의 85%, 백금은 40%가 정화 촉매에 사용된다. 은은 반도체, 휴대폰 회로, 태양광 집전판 등에 폭넓게 쓰이는 대표적 산업재다. 이들 상품을 금과 같은 안전자산으로 여기고 투자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백금과 팔라듐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가 공급을 줄이면서 가격이 연초에 치솟았다. 하지만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자동차 생산이 줄면서 지난 3월부터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 레버리지 상품에 투자한 사람들은 큰 손해를 봤다.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
“부풀려졌던 기업 가치가 재평가되고 있다. 기업 자금 조달이 어려워져 부도가 늘어나는 ‘신용 사이클(credit cycle) 하락’도 나타날 수 있다.”리처드 밀러 TCW 사모신용(private credit) 최고투자책임자(CIO·사진)의 경고다. 미국 중소기업 직접대출 분야 선구자로 꼽히는 그는 3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기업의 빚 부담과 가치평가 배수 모두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작년 정점을 찍었던 주식시장의 낙관론이 무너지는 과정에서 기업 부도가 잇따르고 금융시장까지 얼어붙는 위기 상황에 맞닥뜨릴 수 있다는 우려다.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달리 헬스케어나 첨단기술 관련 업체 중 고평가된 기업이 위기에 휘말릴 수 있다는 견해도 밝혔다. 그는 “금융위기 땐 금융시스템이 큰 문제였고, 이후 적정 레버리지(빚 부담)를 유지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며 “반면 지금은 기업의 레버리지 수준과 가치가 과거보다 훨씬 높다는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기업가치의 급격한 하락은 담보가치도 떨어뜨려 돈을 빌려준 금융회사의 손실까지 야기할 수 있다는 게 밀러 CIO의 설명이다.밀러 CIO는 앞으로 수년간 자산운용사와 운용역들이 경험해보지 못한 어려운 환경에 처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금융위기 이후 본격적으로 성장한 직접대출 시장을 봤을 때, 지난 10여 년은 금리와 부도율이 모두 낮은 순조로운 환경이었다”며 “직접대출 시장에 돈이 몰리면서 대출 조건 특약은 느슨해지고, 운용역들은 더 많은 자금을 소진하기 위해 더 많은 위험을 감수하는 현상이 벌어졌다”고 설명했다.앞으로 기업금융시장은 과거와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향후 5년 동안은 기관투자가와 개인 모두 어떤 역량과 경험을 갖춘 운용사를 선정하는지에 따라 투자 실적이 크게 엇갈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에 본사를 둔 TCW는 주로 채권을 중심으로 2430억달러(약 310조원)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금융시장이 불안하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무엇이 비슷하고 다른가.“비슷한 점은 위기가 드러나기 전까지 이어진 과도한 낙관론이다. 투자 원칙이 느슨해지고 ‘좋은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두려움’이 확산했다. 차이점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경우 금융시스템의 문제가 지금보다 컸다. 최근엔 금융시스템의 문제보다 개별 기업의 빚 부담 문제가 더 큰 것 같다. 세계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을 통제하며 경기 연착륙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도 다르다. ”▷미국 중소기업의 빚 부담은 어떤 상황인가.“수익(EBITDA) 대비 부채 비율이 증가 추세다.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담보대출 비율 결정에 앞서 기본 고려 요소인 기업가치도 상승했다. 현재 수준의 수익 대비 기업가치 배수는 지속 가능하지 않을 수 있다. 배수가 낮아지기 시작하면 중소기업 신용 사이클의 하락 징후일 수 있다.”▷직접대출 투자를 총괄하고 있는데, 금리 상승 환경에서 매력은 무엇인가.“직접대출은 변동금리로 이뤄진다. 금리가 오르면 더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가장 먼저 원리금을 회수하는 선순위 담보대출 방식이어서 안전하다. 마지막으로 대출자와 차입자 간 계약을 통제할 수 있는 특약을 담은 긴 문서가 존재한다. 이를 활용해 원금 손실 위험을 최소화하고 있다.”▷직접대출 시장은 어떤 변화를 겪었나.“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난 10여 년 동안 엄청난 규모의 자금이 흘러들었다. 운용역들은 더 많은 투자를 집행하기 위해 더 많은 위험을 감수해야 했다. 서로 돈을 빌려주려는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원금 회수 조건을 내건 특약도 느슨해진 상태다.”▷TCW는 어떻게 투자 대상을 선택하는가.“일관된 위험 관리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동시에 온전한 대출 특약 조항들을 유지한다. 투자 시점에 민감해서도 안 된다. 직접대출은 어떤 경기 상황에 진입하든 회복력 있는 자산군이어야 한다.”▷혼란스러운 시장에서 한국 투자자에게 조언을 한다면.“운용사를 잘 선택해야 한다. 지난 10여 년 동안은 상당히 순조로운 환경이었다. 금리가 낮았고, 부도율도 낮았다. 그만큼 어떤 운용사를 선정하느냐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이젠 대내외 환경과 조건이 딴판이 됐다. 앞으로 5년은 어떤 운용사에 믿고 맡겨야 할지 잘 생각해봐야 할 때다.”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