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락장서 변동성 더 키우는 효과…리스크 확대 경로 살펴봐야"

이달 들어 국내 증시가 주요국 증시보다 많이 하락한 이유 중 하나로 신용거래와 차액결제(CFD) 관련 반대매매로 인한 매물 압력이 꼽힌다.

외국인이 경기 침체 우려와 고환율로 국내 주식시장에서 대규모 매도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개인 반대매매 물량이 터져 나오며 낙폭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 증시 급락에 반대매매 급증…"변동성 키워"
최근 급락장에서 증시 거래대금이 감소한 가운데 반대매매 물량이 증시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24일까지 증시 일평균 거래대금은 16조7천억원으로, 1월(20조7천억원) 대비 20%가량 줄었다.

반면 반대매매 물량은 주가 하락에 따라 급증하는 추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3일 기준 신용거래 융자 잔고는 19조2천160억원으로, 이달 2일(21조5천313억원) 대비 2조원 넘게 줄었다.

이는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이다.

신용거래 융자 잔고는 개인이 신용거래를 통해 주식에 투자한 뒤 아직 갚지 않은 금액이다.

주가 급락으로 증권사 반대매매가 늘어나면 신용잔고가 줄어든다.

국내 5개 대형 증권사의 담보부족계좌 수는 이달 초(1천88개) 대비 이달 22일(1만2천152개)로 10배 넘게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금액도 크게 늘었다.

증권사는 투자자가 단기 외상거래로 산 주식(미수거래)에 대해 2거래일 이내에 결제 대금을 내지 못하면 강제로 주식을 처분한다.

이달 들어 23일까지 일평균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실제 반대매매 규모는 209억7천600만원으로, 지난달 일평균 반대매매 액수(164억7천800만원) 대비 27%가량 증가했다.

특히 지난 15일의 반대매매 금액은 315억5천500만원으로 올해 들어 최고치였다.

강송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가 해외 증시보다 특히 하락하는 것은 반대매매 영향이 있다"며 "2020년과 2021년 신용거래가 상당히 늘어난 이후 고점 대비해서는 신용잔고가 줄고 있지만, 아직 절대적으로는 높은 수준이어서 주가가 내리면 반대매매가 나온다"고 말했다.

강 연구원은 "반대매매 자체가 하락의 이유는 아니지만, 장이 하락할 때 변동성을 키우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증시 낙폭 더 큰 이유…신용거래·차액결제 반대매매 영향
◇ CFD 반대매매도 쏟아져…정확한 파악 어려워 더 문제
신용거래 반대매매 물량이 개장과 동시에 나온다면, CFD 반대매매 물량은 장중 나와 시장 하락을 부추긴다.

CFD는 투자자가 기초자산을 직접 보유하지 않고 가격 변동분에 대해서만 차액을 결제하는 장외파생계약(TRS)의 일종이다.

전문투자자로 등록한 개인 투자자가 40%의 증거금률로 2.5배의 레버리지를 일으켜 투자할 수 있다.

국내 투자자가 국내 증권사를 통해 주문하더라도 주문집행이 외국계 증권사를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외국인 매도 물량에 잡히기도 한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최근 폭락장에서 오전, 오후 특정 시간대에 장이 출렁거리는 것을 보면 CFD 관련 반대매매가 낙폭을 키우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이 이달 펴낸 '자본시장 위험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CFD 잔액은 5조4천억원으로 전년 대비 13.1%, 거래규모는 70조1천억원으로 전년 대비 2.3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개인 전문투자자는 1만1천626명에서 2만4천365명으로 늘었고, CFD 영업 증권사 수는 2019년말 4개사에서 작년 말 11개사로 늘었다.

문제는 통계에 잡히지 않는 물량도 많아 CFD 관련 반대매매의 정확한 영향을 알 수 없다는 점이다.

국내 증권사나 선물사를 통하지 않고 이뤄지는 불법 마진 거래나 장외 CFD 계약 규모는 증권사를 통한 정식 CFD 규모보다 더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CFD 관련 반대매매는 하락장에서 증시 변동성을 확대하기 때문에 감독기구에서 정확한 통계를 모니터링하는 게 중요하다"며 "CFD가 개별종목, 지수, 타 파생상품까지 미치는 시스템 리스크 확대 경로에 대해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금융당국, 반대매매 들여다보기로
금융당국은 최근 반대매매가 증시 변동성을 키운다는 지적에 따라 관련 상황을 점검해보기로 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24일 한국거래소, 금융투자협회, 한국증권금융 등 유관기관과 증시점검회의를 열고 증시 변동성이 추가로 확대될 경우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에 따라 상황별로 필요한 시장안정조치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 회의에서는 미수 계좌 확대로 앞으로도 반대매매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신용융자담보비율 유지의무 면제의 효과와 필요성을 들여다보라는 주문이 나왔다.

앞서 코로나19 유행 초기인 2020년 3월 금융위원회는 증권사의 과도한 신용융자 담보주식 반대매매를 억제하기 위해 신용융자 담보 비율을 유지해야 하는 의무를 면제하는 조처를 한 바 있다.

금감원은 최근 '자본시장 위험 분석보고서'에서 "주가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CFD 거래의 레버리지 효과 등으로 투자자 손실 폭이 일반 주식투자 대비 증가할 소지가 있다"며 "CFD 등 장외파생거래에 대한 거래 규모 추이 및 기초자산 집중도 분석, 이상 거래 감지 등을 살펴보고 시장감시를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