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세장에서 ‘피난처’로 주목받았던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가 이달 들어 맥없이 고꾸라지고 있다. 금리 상승으로 배당수익이 감소할 가능성이 높아진 데다 부동산 가격 하락 우려까지 겹치면서다.

'약세장 피난처' 라더니…금리상승 직격탄 맞은 리츠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상장 리츠 20개 종목의 주가는 지난 2일부터 이날까지 평균 9.45% 하락했다. 상장 리츠 가운데 시가총액이 1조1933억원으로 2위인 ESR켄달스퀘어리츠는 18.36% 빠졌다. 이 기간 코스피지수가 9.4% 하락한 것을 고려하면 시장 수익률을 밑돈 것이다.

시총 3위인 SK리츠도 이달 들어 10.64% 내렸다. 미래에셋글로벌리츠는 21.08% 하락해 낙폭이 가장 컸다. 시총 1위(1조3752억원)인 롯데리츠는 6.6% 빠지는 데 그쳐 비교적 선방했다. 20개 리츠의 시가총액 합산 금액은 지난 2일 기준 8조6840억원에서 이날 7조8272억원으로 줄었다.

리츠는 투자자로부터 모은 자금과 은행 대출 등을 통해 부동산에 투자한 뒤 임대수익과 시세 차익을 배당하는 상품이다. 올 들어 국내 증시가 혼조세로 접어들자 5~6%의 높은 배당수익률을 내세워 투자자들에게 인기를 얻었다. 제이알글로벌리츠, SK리츠를 포함한 다수 리츠는 이런 인기를 등에 업고 지난 4월 52주 신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최근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리츠의 최대 장점인 배당수익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발목을 잡았다. 대출 만기가 돌아올 경우 기존보다 높은 금리로 연장하거나 새로운 대출을 받아야 할 가능성이 높다. 이자 부담이 늘어나면 배당액이 감소할 수 있다.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작년 12월 연 3.6~4.97% 수준에서 이달 연 4.33~7.1%로 치솟았다.

배당수익 감소보다 부동산 자산 가격 하락이 리츠 수익률에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역사적으로 주담대 금리 최저점이 연 5%대에 진입하면 부동산 가격 하락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현재 수준에서 금리가 1%포인트 추가 인상될 경우 가격 하락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리츠도 기초자산 성격에 따라 고금리 국면을 견딜 수 있는 종목을 선별하라고 조언한다. 이 연구원은 “금리 부담을 임대료로 쉽게 전가할 수 있는 오피스 리츠, 자금조달에 전문성을 지닌 기업 스폰서형 리츠 중심으로 투자 종목을 선별할 것을 권한다”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