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이 15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한꺼번에 75bp(0.75%포인트) 인상하자 월가에서 경기 침체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모하메드 엘에리언 알리안츠 수석경제고문은 “Fed가 강경한 태도로 돌변하면서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위험을 기본 가정으로 삼아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모건스탠리는 새 투자노트에서 “Fed의 큰 폭 금리 인상으로 새로운 전형(뉴노멀)이 생기게 됐다”며 “앞으로도 증시 변동성이 클 것”이라고 진단했다.

스콧 마이너드 구겐하임파트너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경기 침체가 가시화하면서 신용 경색이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며 “최악의 상황에선 모든 위험자산이 하락하고 신용위험이 없는 자산(선진국 국채 등)에만 돈이 몰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중앙은행은 15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75bp 인상했다. Fed 및 트레이딩이코노믹스 제공
미국 중앙은행은 15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75bp 인상했다. Fed 및 트레이딩이코노믹스 제공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탈 최고경영자(CEO)는 “연말에도 물가상승률은 여전히 6%대 후반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며 “침체가 없을 확률이 매우 낮다”고 전망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8.6%(작년 동기 대비)였다.

그는 “Fed가 올해 역시 1.7%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봤으나 이런 경제 전망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피터 부크바 블리클리자문 CIO는 “40년만에 가장 센 금리 인상 사이클이 막 시작됐다”며 침체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팀 헤이스 네드데이비스리서치 수석전략가는 “주식을 줄이고 현금 비중을 20%로, 2009년 이후 최고치로 조정했다”며 “경기 지표가 악화할 땐 주식 비중을 더 줄여야 한다는 게 기본 가정”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올 1분기에 이미 1.5% 역성장했다.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로 떨어지면 공식적인 경기 침체로 판정될 수 있다. 미 상무부 및 트레이딩이코노믹스 제공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올 1분기에 이미 1.5% 역성장했다.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로 떨어지면 공식적인 경기 침체로 판정될 수 있다. 미 상무부 및 트레이딩이코노믹스 제공
빈키 차다 도이치뱅크 수석전략가는 “내년 말까지 완만한 침체가 닥칠 가능성이 있다는 걸 감안할 때 월가의 기업 주당순이익(EPS) 추정치는 너무 높다”며 “침체가 없더라도 기술주 주가가 16% 추가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월가에선 내년 EPS 추정치가 평균 254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는데, 침체가 닥칠 경우 185달러까지 급락할 것이란 게 차다 전략가의 예상이다.

앞서 Fed는 이날 오후 성명서를 내고 기준금리를 종전 연 0.75∼1.00%에서 1.50∼1.75%로 대폭 인상했다. Fed가 0.75%포인트 금리를 올린 건 1994년 이후 28년 만에 처음이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