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를 하루 앞둔 15일 국내 증시는 극도의 경계감으로 출렁였다. 시장 참가자들이 FOMC에서 기준금리 75bp(1bp=0.01%포인트) 인상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면서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가 나란히 연저점을 경신했다. 한·미 금리 역전 현상을 막기 위해 한국은행마저 다음달 ‘빅스텝’(기준금리 50bp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면서 이날 국내 증시는 아시아 국가 중 가장 큰 하락률을 나타냈다.

국내 증시가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에도 미치지 못하는 ‘과매도권’에 진입하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저가 매수를 고려할 시기라는 의견이 나왔다. 하지만 FOMC 이후에도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이 지속될 가능성이 커 지수 하단을 2200선까지 낮춰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2200까지 밀릴 수도" vs "추가 하락 제한적"

○아시아 중 하락률 가장 큰 한국

이날 코스피지수는 1.83% 하락한 2447.36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지수가 2440대로 내려간 것은 2020년 11월 9일(2447.20) 이후 1년7개월 만이다. 외국인 투자자가 4544억원어치를 내던지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기술주 중심의 코스닥지수는 하락폭이 더 컸다. 2.93% 급락한 799.41에 마감했다. 코스닥지수 800선이 무너진 것은 2020년 8월 21일(796.21) 이후 1년10개월 만이다. 에코프로비엠(-4.42%), 카카오게임즈(-3.59%) 등 시가총액 상위주 모두 급락세를 보였다.

미국 Fed의 FOMC 정례회의 결과를 하루 앞두고 이날 시장 참가자들은 극도의 경계감을 나타냈다. 금융시장에서 Fed가 1994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75bp 인상) 행보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은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졌다. 미국 기준금리가 현재 연 0.75∼1.00%에서 연말 3.25∼3.5%까지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치솟는 원·달러 환율(원화 가격 약세)은 외국인 매도세를 자극하고, 외국인 순매도는 다시 환율을 높이는 악순환도 이어졌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4원10전 오른 달러당 1290원50전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 1290원대 환율은 2009년 7월 이후 약 13년 만이다.

이날 국내 증시는 다른 아시아 국가 대비 큰 하락폭을 기록했다. 이날 예상치를 웃돈 5월 경제지표가 발표되면서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0.50% 상승했고, 대만 자취안지수는 0.3% 하락하는 데 그쳤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1.14% 하락했다.

한국은행이 한·미 금리 역전 상황을 막기 위해 오는 7월 기준금리를 50bp 올리는 빅스텝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고개를 들면서 국내 증시는 더 하락 압력을 받았다. JP모간은 한은이 7월에 50bp, 8·10·11월에 25bp를 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2200선까지 내릴 수도”

코스피지수가 2400 초반까지 단숨에 내려왔지만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분석이다. 한·미 금리 역전으로 외국인 자금 이탈이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상 강도보다는 기자회견에서 제롬 파월 Fed 의장이 풀어낼 이야기와 그에 대한 해석에 따라 시장 방향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증시 하단을 2200선으로 낮춘 증권사도 나왔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과매도 국면이지만 Fed가 자이언트스텝을 밟아도 인플레이션이 장기화하면 코스피지수 2400도 깨질 우려가 있다”며 “다음 지지선은 2280선”이라고 말했다.

국내 증시가 과매도권에 진입하면서 추가 하락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현재 코스피지수의 12개월 선행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9배 수준이다. 올 하반기와 내년 경기 침체 가능성까지 반영한 수준이다. 양해정 DS투자증권 연구원은 “비정상적인 금융 시스템 붕괴 위기가 아니고서야 지수가 PBR 0.9배 밑으로 내려가는 것은 현재로선 가능성이 낮다” 했다.

삼성증권은 이날 ‘컨빅션 콜(강력 매수)’을 외쳤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재 밸류에이션 수준에선 투매보다 보유, 관망보다는 3분기 이후를 겨냥한 전략적 매수가 유리하다”고 말했다.

심성미/김리안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