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금리 인상 수혜주로 꼽히는 은행주가 금리 상승에도 불구하고 약세를 보이고 있다. 연초부터 은행주를 집중적으로 사들이던 외국인이 최근 매도세로 전환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금리가 너무 빠른 속도로 오르면서 되레 대출 증가세가 둔화하고 은행의 건전성마저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기 때문이다. 은행의 배당 매력이 높아 추가 하락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금리인상 수혜주' 라더니…은행주의 배신?

금리 급등에 건전성 우려 제기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은행지수는 최근 한 달간 4.42%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1.79%)보다 하락 폭이 더 컸다. 이 기간 KB금융지주(-7.72%) 신한금융지주(-4.14%) 하나금융지주(-2.61%) 우리금융지주(-10.51%) 등 주요 은행주가 일제히 맥을 못 췄다.

기관투자가와 외국인이 은행주를 동반 순매도한 영향이 컸다. 이달 들어 외국인은 KB금융을 915억원어치 순매도했다. 기관도 478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지난달 말까지 은행주에 매수세가 몰린 것과는 상반된 흐름이다. 외국인은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KB금융을 7702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이 기간 외국인 순매수 2위에 해당한다.

그동안 증권가에선 올해 은행주의 차별적 강세를 내다보는 의견이 많았다. 잇단 기준금리 인상이 기정사실화한 상황에서 은행주가 수혜를 볼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통상 금리가 오르면 예금 금리보다 대출 금리가 빠르게 상승해 순이자마진(NIM)이 커진다. NIM 증가는 은행 실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올초부터 지난 2월 말까지 코스피지수가 9.35% 하락하는 동안 KRX은행지수는 4.82% 상승했다.

이날 3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연 3.514%까지 치솟으면서 10년2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은행주는 부진한 흐름을 이어갔다.

발목을 잡은 건 너무 빠른 금리 인상 속도에 대한 우려였다.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대출금리가 올라가면서 빌린 돈을 갚지 못하는 채무자가 많아질 수 있다는 전망 때문이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건전성 악화 우려가 부각된다는 점에서 금리 상승은 더 이상 은행주에 호재로만 작용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 하반기 또는 내년에 경기 침체가 올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점도 악재로 꼽힌다. 경기가 침체하면 대출받는 기업이 줄어드는 동시에 이를 갚지 못해 도산하는 기업이 늘어날 수 있어서다. 이병건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주요 5대 은행의 가계대출은 지난 1월부터 5월까지 7조7000억원 줄어 5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며 “이 기간 5대 은행의 기업대출 증가율은 5% 수준으로 선방한 편이지만 내년까지 증가세가 유지되긴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은행주, 다른 업종보다 안정적”

그럼에도 금리 인상 시기엔 은행주가 다른 업종보다 안정적이라는 게 증권가의 대체적 평가다. 높은 배당 매력이 주가 하방을 지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KB금융의 기대 배당수익률은 6.1%다. 신한금융(5.8%) 하나금융(7.3%) 우리금융(7.5%)도 기대 배당수익률이 5%를 넘는다.

김현기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을 제외하면 은행주 합산 배당수익률은 6% 수준에서 주가를 지지했다”며 “은행주는 안정적인 이익 구조를 갖추고 있고 매년 배당성향도 상승하고 있다는 점에서 하방 리스크는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