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운용하는 ETF로 글로벌 투자자 사로잡겠다"
“기존 배당주 펀드는 과학적이지 않습니다. 인공지능(AI) 기반 포트폴리오를 통해 S&P500지수를 이기는 고배당 상장지수펀드(ETF)를 선보이는 것이 목표입니다.”

문효준 아크로스테크놀로지스 대표(사진)는 1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통상 고배당주는 주식 대비 안전하고 장기적으로 높은 성과를 거둔다는 고정 관념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고배당 ETF는 2020년 팬데믹으로 인한 증시 급락 구간에서 S&P500지수보다 높은 변동성을 보였다”며 “최근 15년간 배당 수익과 매매 차익을 합한 총수익(토털리턴) 측면에서 배당주 펀드는 S&P500지수 수익률을 밑돌았다”고 했다.

이 같은 문제의식 속에 아크로스는 지난달 6일 뉴욕증권거래소에 ‘Akros Monthly Payout ETF’(티커명 MPAY)를 상장했다.

국내 핀테크 기업이 뉴욕증시에 ETF를 상장한 것은 크래프트, 파운트에 이어 세 번째다. 문 대표는 “월배당·고배당 상품에 대한 수요는 세계 어느 곳에나 있기 때문에 가장 큰 시장인 뉴욕증시에 상장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MPAY는 매달 수익을 지급하는 월배당 ETF다. 연 환산 7% 분배율(배당수익률)을 목표로 한다. 분배율은 분배금을 ETF 가격으로 나눈 수치를 말한다.

MPAY는 펀드가 보유한 주식에서 받는 배당금과 주식을 매매해 발생한 매매 차익(실현 차익)을 합한 금액을 분배금으로 지급한다. 대부분 고배당 ETF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의 배당금만을 분배금으로 주는 것과 차이가 있다. ETF가 담고 있는 자산 가격이 하락하면 ETF 가격은 빠지지만 연 7% 분배율은 보장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분배락일에는 분배금이 빠져나가며 ETF 순자산가치(NAV)가 줄고 ETF 주가도 하락한다. MPAY는 지난 7일 주당 0.14134달러의 분배금을 지급했다. 문 대표는 “7% 분배금을 지급한 이후에도 ETF 주가가 꾸준히 올라가는 것이 목표”라며 “책임 운용을 위해 현재 회사 자본의 50%를 MPAY에 투자했다”고 말했다.

"AI가 운용하는 ETF로 글로벌 투자자 사로잡겠다"
미국에는 MPAY 외에도 다양한 월배당 종목과 ETF가 상장해 있다. 국내 투자자도 대량 보유하고 있는 ‘리얼티인컴(O)’과 ‘글로벌X 나스닥100 커버드콜 ETF(QYLD)’ 등이 대표적이다. 이 같은 종목이나 ETF는 단일 자산에 투자해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큰 편이다.

MPAY는 미국 주식과 채권, 원자재, 리츠(REITs) 등 19개 자산군에 분산 투자한다. 다양한 자산군에 투자할 수 있는 비결은 AI 기술에 있다. 아크로스는 1910년부터 현재까지 누적된 10테라바이트(TB) 이상의 데이터와 이를 처리할 수 있는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

아크로스의 AI 기술은 문 대표를 비롯한 세 명의 공동창업자가 힘을 모은 결과다. 서울대 전기정보공학과 경영학을 전공한 문 대표는 대학 2학년 때부터 핀테크 업체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에서 3년간 리서치헤드와 최고전략책임자(CSO)로 일했다.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자율주행 로봇을 연구하던 정진엽 부대표와 미래에셋자산운용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 김정훈 부대표도 힘을 더했다.

아크로스는 MPAY의 국내 출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문 대표는 “몇몇 운용사로부터 제안을 받아 상장 작업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 하반기에는 뉴욕증시에 두 번째 ETF를 선보일 계획이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