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스 행사 전경 / 사진=이영민 기자
부스 행사 전경 / 사진=이영민 기자
"당신, 한국인인가요? 도권(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을 아시나요?(Oh, are you Korean? do you know Do Kwon?)"
10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가상자산(암호화폐) 행사인 컨센서스 2022(Consensus 2022)의 둘째날아침, 호텔에서 행사가 열리는 오스틴 컨벤션 센터까지 가는 길에 탑승한 택시에서 익숙한 이름이 들렸다. 테라·루나 블록체인 붕괴 사태 이후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안 좋은 방향으로 '두유노(Do you Know) 클럽'에 합류했다는 것을 실감한 순간이었다.

택시기사 루카스는 "블록체인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이번 사태가 매우 안타깝다"면서 "하지만 블록체인은 새롭게 열리고 있는 시장이기에 언제나 치명적인 실패가 발생할 수도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루카스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금새 행사장에 도착했다. 행사 둘째날부터는 참가 기업들의 부스가 열렸다. 다양한 참여자들이 기업 부스마다 진행되는 이벤트를 즐기고 있었지만 유독 국내 프로젝트 관계자들의 얼굴만 그리 밝지 못했다.
미국 텍사스 오스틴 컨벤션센터 전경 / 사진=이영민 기자
미국 텍사스 오스틴 컨벤션센터 전경 / 사진=이영민 기자
국내 프로젝트 관계자 A씨는 "행사 첫날부터 계속 투자사들과 미팅을 진행하고 있지만, 그다지 결과가 좋지는 않다"며 "테라 블록체인 붕괴 사태 이후 한국 기반 프로젝트라고 얘기하는 것만으로도 괜시리 작아지는 느낌을 받는다"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 B씨도 "분위기가 심각하다. 멀쩡한 프로젝트들까지 싸그리 '루나 코인'으로 취급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죄인이 된 느낌"이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해외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들은 테라 블록체인 붕괴 사태 이후 한국 기반 프로젝트와 투자·파트너십을 진행하기엔 조심스러운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후오비 인큐베이터(Huobi Labs) 관계자는 "이번 사태 이후 한국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것을 망설이는 경향이 생긴것은 사실이다. 잃게된 신뢰도를 다시 회복하기 위해서는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귀띔했다.

가상자산 벤처 캐피털(VC) 제이스퀘어(JSquare)의 빔 리(Beam Li) 매니저도 "루나 사태의 여파도 있지만, 한국 시장은 여전히 플레이투언(P2E) 관련 법적 리스크도 존재한다. 하지만 벤처 캐피털들은 프로젝트의 성장성과 상품에 집중해 투자를 고려하기 때문에 진짜 가치가 있는 프로젝트라면 충분히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상자산 퇴직연금(401k) 운용사 비트코인IRA(BitcoinIRA)의 린지 머지노(Lindsay Mersino)는 "테라 블록체인 붕괴 사태가 수 많은 블록체인 산업 종사자를 슬프게 만들었다. 이번 사태로 테라의 평판(Reputation)과 신뢰(Trust)가 무너지면서 한국 시장에서 사업을 진행하는 프로젝트들도 좋지 않은 영향을 받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루나 사태'로 인한 후폭풍은 해외에서도 쉽게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이중, 삼중으로 국내 업계의 숨통을 조이고 있었다. 수만명의 전세계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들이 몰린 '컨센서스 2022'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미국 오스틴까지 온 한국인의 수는 227명(코인데스크 공식 집계). "한국에서 왔다"는 말을 꺼내자 마자 차갑게 식는 시선을 애써 무시하며 명함을 돌리고 있는 이들의 어깨가 유독 무거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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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틴(미국 텍사스)=이영민 블루밍비트 기자 20min@bloomingbit.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