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10년 이상 보유하지 않으려면 단 10분도 보유하지 마라.”

가치 투자와 장기 투자를 중시하는 워렌 버핏의 명언입니다.

우량주에 대한 장기 투자는 주식 시장에서 수익을 실현하는 대표 투자법 중 하나로 꼽힙니다.

국내 증시를 대표하는 우량주의 10년 투자수익률을 조사해 본 결과 장기 투자에도 오히려 손실을 기록하는 종목이 늘고 있다고 합니다.

먼저 박찬휘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50개 종목 가운데 10년 전에 비해 주가가 하락한 곳은 9곳에 달합니다.

적게는 10%대에서 많게는 80% 넘게 빠졌습니다.

시가총액 8위인 현대차를 2012년 고점에 매수했다면 10년이 지난 현재 손실률은 33%에 달합니다.

차트를 보면, 현대차 주가는 13년도까지 우상향하다 14년도 한전 부지 인수를 기점으로 급락하게 됩니다.

2014년 9월, 현대차는 당시 10조 원이 넘는 거액을 들여 한전 부지를 인수했지만 이는 예상가의 3배나 됐기 때문에 '고가매입 논란'이 나오면서 외국인들의 실망 매물이 쏟아졌습니다.

이후 SUV 차량 라인업 부족으로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잃었고, 2017년에는 '세타2엔진' 결함으로 국내외 대규모 리콜 사태까지 발생하면서 2019년도 들어서는 영업이익이 3분의 1 수준으로 추락합니다.

그래도 현대차는 2020년 글로벌 증시 V자 반등과 ‘제네시스’ 브랜드 성공, 발빠른 친환경차 출시로 주도권을 되찾으면서 다시 회복 국면으로 돌아섰습니다.

최근 지주회사로 전환한 포스코도 현대차와 비슷한 시기에 매수했다면 손실률이 30%가 넘습니다. 만약 2007년 고점에 매수했다면 손실률은 63%까지 늘어납니다.

포스코는 2007년부터 2010년까지 주가가 큰 변동성을 보였는데, 2002년 중국이 WTO에 가입한 이후 2007년까지 인프라 투자를 대폭 늘리면서 철강을 대량 수입했고 이에 따라 철강주도 강세를 보입니다.

이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증시가 휘청이자 주가가 급락했다가, 이듬해 침체된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해 각국이 인프라 투자가 담긴 부양책을 내놓으면서 반등에 성공합니다.

2011년, 중국이 지나친 인프라 설비 확대에 따른 부작용으로 철강재가 남아돌게 되자 싼 값에 철강재를 수출하게 되면서 다시 위기를 맞습니다.

이런 현상은 2016년까지 이어졌고, 이에 따라 가격 경쟁에서 밀린 주변국 철강주들의 주가 역시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입니다.

2020년부터 HMM으로 사명을 바꾼 현대상선의 상황은 더 심각합니다. 2007년 고점에 매수했다면 손실률은 91%나 됩니다.

주가 흐름은 포스코와 비슷합니다. 2007년까지 중국을 중심으로 전세계 교역량이 급증하면서 해운주도 함께 최고치를 기록합니다.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며 급락하게 되지만, 다음해 전세계 경기부양 기조에 교역량이 증가하면서 주가가 반등합니다.



하지만 계속된 영업적자와 미-중 무역분쟁, 국제유가 상승 등의 악재를 겪으며 주저앉게 됩니다.

그러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 기간 선박 부족으로 인해 해상 운임 급등하자 주가는 고점 대비 소폭 반등합니다.

이렇게 장기간 주가가 역행한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을 보면, 저성장 기조에 타격을 입은 ‘중후장대’ 기업이 많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편 비교적 최근에 매수한 우량주 중에는 다른 성격의 기업도 있습니다.

시가총액 28위인 삼성생명을 5년 전 고점에 매수했다면 손실률은 52%입니다.

생명보험사들은 2018년도에 새 국제보험회계기준(IFRS17)의 도입을 앞두고, 저축성 보험의 비중을 줄이고 보장성 보험의 비중을 늘리는 선택을 하면서 실적이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이 회계 기준은 이후 여러 차례의 회의를 거쳐 최종적으로 내년 1월 1일에 시행되는데요. 이에 따라 생명보험사들 주가는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시가총액 44위인 아모레퍼시픽을 6년 전에 매수했다면 손실률은 65%입니다.

2015년까지만 해도 전세계적인 한류 열풍 속에 ‘K-뷰티’가 주력 수출품으로 자리잡았고, 화장품주들은 역대급 실적에 힘입어 연일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하지만 2016년 하반기 중국이 사드 문제를 이유로 한류를 금지하는 '한한령'을 본격화하면서 매출이 급감했고, 2020년 들어서는 코로나19 사태로 개별 브랜드 매출까지 타격을 받으면서 주가는 상승 동력을 잃게 됩니다.

지금까지 장기간 주가가 역주행했던 대형 우량주들 주가 흐름 살펴봤습니다.


박찬휘기자 pch8477@wowtv.co.kr
10년 묻었는데 '마이너스'..."역주행하는 우량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