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형 핀테크 기업인 앤트그룹이 “기업공개(IPO)를 재추진할 계획이 없다”고 밝히면서 알리바바 주가가 하루 새 8% 이상 떨어졌다. 앤트그룹 상장 기대로 올랐던 주가 상당분을 반납했다.

앤트그룹 '상장설' 선긋자…알리바바, 하루 새 8% 추락
알리바바 주가는 9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전일 대비 8.13% 하락한 109.90달러에 장을 마쳤다. 이날 115달러로 거래를 시작한 알리바바 주가는 오전 한때 118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블룸버그통신이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가 앤트그룹의 IPO 허용 문제를 재평가할 팀을 꾸렸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매수세가 몰렸다. 앤트그룹은 전자결제 시스템인 알리페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알리바바의 자회사다.

하지만 주가는 곧 하락 전환했다. 상장 승인을 담당하는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가 앤트그룹 상장에 대해 “평가 및 연구 작업을 수행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기 때문이다. 앤트그룹도 “IPO 계획이 없다”고 발표했다.

앤트그룹은 2020년 11월 홍콩·상하이증시에 350억달러(약 44조3000억원) 규모의 동시 상장을 추진했다. “역대 최대 규모의 IPO”란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알리바바 창업자인 마윈이 중국의 규제 정책을 정면 비판한 뒤 중국 정부가 빅테크 업체들을 압박하자 상장 계획은 백지화됐다. 중국 금융당국은 앤트그룹에 금융지주사 체제로 전환할 것을 요구했다. 금융업체로서 은행과 같은 수준의 규제를 받으라는 얘기였다.

최근 중국 금융당국은 자국 기술업체에 유화적인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6일 “중국 정부가 차량공유업체 디디추싱에 대한 조사를 곧 마무리한다”고 보도했다. 디디추싱은 지난해 뉴욕증시에 상장했다가 중국 규제당국의 보안 검토 대상이 되자 결국 지난달 23일 자진 상장 폐지를 결의했다.

지난달 류허 중국 국무원 부총리는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주도로 열린 토론회에서 “국내외 시장에서 디지털 기업들의 상장을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을 지낸 리다오쿠이 칭화대 교수는 지난 3일 ‘다화 프라이빗 은행 2022 투자 포럼’에 화상으로 참석해 “중국의 빅테크 규제는 끝났으며 향후 신뢰를 회복하고 기업 가치를 다시 끌어올리는 방향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