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나 폭락 사태 야기한 권도형…美 증권거래위, 소환 조사한다
암호화폐 루나 2.0 가격이 폭락하자 투자자들의 항의에 트위터를 비공개로 바꾼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사진)가 하루 만에 다시 트위터를 열었다. 그는 “잘못된 정보와 거짓이 많이 나오고 있다”며 “언론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고 10일 밝혔다. 그러면서도 “테라 2.0은 테라폼랩스가 주도하는 체인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루나 2.0은 루나의 폭락 이후 권 대표가 자구책으로 새로운 블록체인 네트워크인 테라 2.0을 추진하면서 내놨다.

권 대표가 태도를 바꾼 건 투자자의 여론이 악화된 데다 한국과 미국 금융당국의 전방위적 압박을 받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미국에선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소환 조사에 응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이날 미국 제2순회항소법원은 권 대표가 발부받은 소환장의 배부방식이 부당하다며 SEC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을 기각했다. SEC는 권 대표와 테라폼랩스가 개발한 미러 프로토콜이 증권에 해당하는데도 신고 의무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미러 프로토콜은 테라폼랩스가 개발한 디파이(탈중앙화 금융) 프로젝트로 테라USD를 맡기고 테슬라 넷플릭스 등의 주가를 추종하는 합성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합성자산도 증권이기 때문에 신고할 의무가 있다는 게 SEC의 판단이다. SEC는 테라폼랩스가 테라USD를 마케팅하는 과정에서 소비자보호법을 위반했는지도 조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루나를 상장했던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 등 국내 5개 암호화폐거래소는 뒤늦게 ‘코인 정리’에 들어갔다. 코인원은 지난 9일 힙스 토로커스 무비블록 등 3개 암호화폐를 투자 유의종목으로 지정했다. 무비블록의 경우 업비트와 빗썸도 유의종목으로 지정한 상태다. 8일엔 모든 거래소가 일제히 라이트코인을 상장 폐지했다. ‘익명 전송’ 기능이 추가되면서 범죄자금 세탁 우려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코인원은 1일 퀀트북을 이례적으로 유의종목 지정 없이 바로 상장 폐지했다. 이들 5개 거래소는 오는 13일 루나 후속 조치를 위해 소집한 2차 당정 간담회에서 자율규약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