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가만 폭탄배당' 아세아에 칼 겨눈 VIP운용…"주총 표대결도 염두"
VIP자산운용이 아세아시멘트 등을 거느린 지주사 아세아에 칼을 겨눴다. 오너가(家)가 100% 소유한 비상장사가 아세아그룹의 자산을 위탁관리·운영한다는 명목으로 지나치게 높은 배당을 가져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VIP운용 측은 아세아가 관련 내용을 시정하지 않을 경우 내년 정기 주주총회에서 표대결을 벌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VIP운용은 9일 아세아 지분율을 9.26%에서 10.61%로 높였다고 공시하면서 새로운 보유목적을 공개했다. 지난 2월 지분을 높였을 땐 500자 남짓한 분량의 보유목적 공시에서 "주주제안을 해 나가겠다"고만 했다. 이번엔 약 2200자의 분량으로 상세히 보유목적을 설명했다. 공시엔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요인을 시정하라는 구체적인 내용이 담겼다.

VIP운용은 오너가 가족회사인 삼봉개발이 '터널링 행위(계열사 간 내부 거래를 통해 소액주주에게 돌아가야 할 이익을 지배주주에게 이전시키는 행위)'를 지속하고 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삼봉개발은 아세아시멘트가 소유한 경주월드를 위탁운영하는데, 이를 통해 번 돈을 오너가에 높은 배당으로 돌려주고 있다고 VIP운용 측은 지적했다. 삼봉개발은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348억원, 267억원을 기록했고, 최근 3년 평균 배당성향이 86%에 이른다. 반면 아세아의 배당성향은 2020년 8.8%에서 2021년 5.3%로 줄었다. 최근 1년 동안 비공식 대화를 통해 이같은 내용을 아세아에 전달했지만 고쳐지지 않자 공개적으로 시정을 요구했다는 설명이다.

김민국 VIP운용 대표는 "삼봉개발(비상장사)은 아세아그룹의 3세들로만 구성된 가족회사"라며 "아세아 또는 상장 계열사로 귀속돼야 할 사업기회가 오너 가족회사로 이전돼 원래 회사 주주들의 이익이 심각하게 침해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공시에는 아세아 주주들의 배당성향을 삼봉개발 수준으로 높여달라고만 얘기했다"며 "기본적으로 삼봉개발과의 부당한 계약관계는 끊어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을 아세아 측에 전달했다"고 했다.

아세아 관계자는 "시멘트 업황이 안좋고 주가가 크게 하락하다 보니 배당성향 상향을 요구하는 것 같다"면서 "삼봉개발 관련 건에 대해서는 앞으로 고칠 점이 있는지 고려해보겠다"고 답했다.

VIP운용 측은 아세아의 반응을 보며 대응수위를 높여갈 계획이다. 김 대표는 "우선 사외이사나 감사 등에 직접 관련 요구사항을 전달할 계획"이라며 "그럼에도 회사의 반응이 없다면 내년 정기주주총회에서 주주제안을 하는 것은 물론이고 주주대표소송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