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상대적 약세를 이어가던 대형주 월간 수익률이 5월 중소형주를 웃돌았다. 작년 11월 이후 6개월 만에 처음이다. 그동안 대형주 하락을 주도했던 기관투자가와 외국인의 자금 이탈이 잦아들고 매수세가 대거 유입되면서다. 증권가에서도 그동안 소외됐던 대형주의 상대적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매크로(거시경제) 이슈로 인해 실적이 탄탄함에도 낙폭이 컸던 종목을 눈여겨볼 만하다는 조언이다.

6개월 만에 대형주 우위 장세

소외받던 대형주 '꿈틀'…주도주로 컴백?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대형주지수는 5월 한 달간 0.12% 상승했다. 같은 기간 중형주지수(-1.59%)와 소형주지수(-4.21%)가 하락세를 보인 것에 비하면 양호한 성과다. 대형주는 시가총액 1~100위, 중형주는 101~300위(코스닥시장은 400위), 소형주는 그 이하를 말한다.

대형주 강세는 코스닥시장에서도 나타났다. 대형주지수 상승률(1.07%)이 중형주지수(-2.79%)와 소형주지수(-2.69%)를 웃돌았다.

월간 기준으로 대형주지수 상승률이 중·소형주를 넘어선 것은 지난해 11월 이후 처음이다. 올 들어 지난 4월 말까지 유가증권시장 대형주지수는 9.28% 하락했다. 같은 기간 중형주지수는 3.47% 내렸고 소형주지수는 5.15% 상승했다.

외국인 매수세 유입…IPO 철회도 호재

수급 측면에서 외국인과 기관의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대형주의 상대적 강세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외국인과 기관이 매수세로 전환한 배경에는 ‘인플레이션 정점론’이 있다. 미국 4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6.3% 상승하며 3월(6.6%)보다 상승폭이 둔화했다. 이 영향으로 미국 중앙은행(Fed)이 긴축 속도를 조절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한때 달러당 1290원대까지 치솟았던 원·달러 환율도 최근 1230원대로 안정화됐다.

지난달 기관과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각각 6663억원, 1243억원어치를 사들이며 ‘쌍끌이 매수’에 나섰다. 이들은 4월에 각각 1조3975억원, 4조9427억원어치를 순매도한 바 있다.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기관과 외국인 매수세가 유입된다면 대형주의 수혜가 상대적으로 클 것”이라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까지 하락한 외국인 지분율을 고려하면 빠른 속도로 자금이 유입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대형주 약세의 또 다른 원인으로 꼽히던 대형 기업공개(IPO)도 정점을 지났다는 분석이다. 대형 공모주가 상장하면 패시브 자금은 해당 종목을 담기 위해 기존에 투자하던 다른 대형주를 팔아야 한다. 지난 1월 수급 왜곡 현상을 일으켰던 LG에너지솔루션 상장이 대표적이다. 최근 IPO 시장 침체로 현대엔지니어링, SK쉴더스, 원스토어 등이 상장을 철회하면서 대형주 수급에는 유리한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주가·실적 디커플링 대형주 주목”

증권가에서는 그동안 실적이 탄탄함에도 주가가 부진했던 대형주에 관심을 가질 만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가 1개월 전보다 상향 조정된 기업 가운데 주가가 한 달 전보다 하락한 대형주로 SK, 대한항공, CJ제일제당, 현대제철, POSCO홀딩스, 삼성엔지니어링 등이 꼽힌다.

박스권 장세에서 기관과 외국인이 사들이는 종목도 눈여겨볼 만하다. 기관은 지난달 LG화학(3576억원), JB금융지주(2505억원), 신한지주(1216억원), HMM(942억원), 한화솔루션(888억원) 등을 집중적으로 순매수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